마루타(187) 제4권 “신무기”라는 이름으로 물건처럼 소모되는 마루타
제16장. 이시이와 요시다는 다시 한 번 후미코를 사이에 두고 진검 대결
7절. 마루타 상대로 은밀한 세균 실험
745번은 자신이 광복군 병사였다고 강조하고 포로로 잡혀 죽도록 매를 맞고 깨어보니 하얼빈 헌병대였다고 하였다.
두 청년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334번의 내력이었다.
그는 화가이고 한국 독립을 위해 일을 한 애국자라는 느낌은 왔으나 구체적인 일은 말하지 않았다.
남의 얘기만을 듣고 왜 자신의 얘기는 하지 않느냐고 힐책하자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그들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그 용기들은 모두 식사가 들어왔던 그 창문을 열고 복도에 내 놓았다.
그 그릇은 수거되어 고압 증기로 소독이 될 것이다. 각종 병균들을 지닌 마루타들이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한 명의 특별반 경비원이 대동하여 흰 가운을 입은 젊은 군속이 회진을 할 차례가 되는 것이다.
회진은 보통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있었다.
열이 많이 나는 특별한 마루타에게는 정기적으로 아침에 회진을 돌았다.
화가 334번이 7호실에 들어오기 보름 전에 프자덴에서 깡패로 있었다는 청년이 들어와 있었다.
그는 일본말을 잘했고 눈썹 위의 상처를 빼면 미남이었다.
그는 푸자덴 댄스홀을 주름잡았다고 하였다.
'댄스 홀이 치맛자락인가, 주름을 잡게--' 라고 745번이 빈정거리다가 그에게 맞았다.
그는 수갑 찬 손으로 745번의 가슴을 쥐어박았는데, 745번의 몸이 벽에 가서 부딪치며 설사를 했다.
그 중국인 사내에게 페스트 실험이 행해졌다.
단번에 고열을 일으키며 신음하게 되었다.
그래서 745번과 260번은 그렇게 심한 열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페스트일 것이라고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중국인 청년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소리내어 울었다.
연구원이 회진을 왔다.
철문의 창문을 열고 들어온 하얗고 통통한 손(대부분의 연구원은 잘 먹어서 통통하게 살이 쪄 있었다.)에 체온계가 들려있고 '아-- 해' 하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루타의 입안에 체온계를 넣은 다음 팔목을 뻗게 해서 맥박을 재었다.
맥박을 재고 나면 2분 정도 지나기 때문에 천천히 체온계를 빼내어 온도를 보고 차트에 기록하였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연구원이 중국인 마루타에게 체온계를 들이밀며 '아-- 해.' 라고 할 때 팔을 잡으며 입을 벌리는 연구원의 입안에 침을 뱉았다.
페스트 감염자가 입안에 침을 뱉었기 때문에 연구원은 놀라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는 욕실로 가서 입안을 헹구고 양치질을 하면서 당황해 하였다.
그가 감염되지는 않았으나 그 날 저녁 그 중국인 청년은 실험이 중단되고 해부실로 가게 되었다.
중국인 청년이 해부되어 사라진 뒤 이틀 후에 334번이 7호실로 들어온 것이다.
감방으로 들어온 334번은 온몸이 피멍으로 얼룩져 있었고 손톱이 젖혀지거나 뽑혔으며 오른쪽 눈이 상했고 왼쪽 다리가 부러졌는지 몹시 절었다.
마루타는 건강한 몸을 가진 포로를 우선으로 선택했지만 더러 심한 고문을 받고 사형될 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연구원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마루타들이었다.
그러한 마루타는 보름이고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잘 먹여서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였다.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면 실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끝까지 체력을 회복할 가망이 없으면 해부하거나 정맥에 공기주사를 놓고 죽여서 화장시키는 것이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그러한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745번과 260번은 특설감옥의 내막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마루타들이 어떠한 실험 재료로 희생되고 있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745번은 전염병을 이겨낸 드문 경우의 마루타였는데 그를 중심으로 예방치료 방법이라든지 왁찐을 개발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에게 각종 투약을 실시하자 계속 설사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연구가 끝나거나 피실험자의 항력이 커서 더 이상 감염이 불가능하다든지 하면 해부를 하여 그 장기를 꺼내 부품을 세부적으로 연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그렇기때문에 745번도 어느 날 갑자기 특별 처치실로 끌려가 들어갈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하루해가 지고 소등이 되면서 취침하라는 신호가 오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구나 하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눕는 것이었다.
"너도 곧 전염병에 감염이 될 거야. 너같이 멀쩡한 마루타를 한 달씩이나 놔둘 리는 없지." 하고 745번은 260번을 향해 빈정거렸다.
"이미 세균이 몸속에 퍼져 있는지 모르지. 페스트같이 하루 이틀에 발병하여 치명적으로 죽는 것도 있지만 바이러스나 티푸스, 결핵 같은 것은 즉시 나타나지 않지.
티푸스는 곧 나타나지만 결핵같은 것은 한동안 있으며 서서히 나타나지.
오후만 되면 열이 난다든지 피곤해지고 호흡이 답답하면 결핵에 감염된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오후에 와서 열을 재 갈 거야. 그땐 결핵 실험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어."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건 어쩔 수 없잖은가?"
"너야말로 보기 싫으니 빨리 해부실로 가라. 어느날 갑자기 와서 745번 목욕이다, 하면 그댄 해부실이야."
"함부로 지껄이지마. 난 아직 멀었어. 실험이 끝날려면 멀었어. 나무관세음보살--."
745번은 염불을 하며 두 손을 합장했다.
206번이 양손에 수갑이 채여 있어서 다가앉으며 뭔가 물었다.
"침 튀어온다. 다가앉아서 말하지 마라."
260번이 두어 걸음 물러앉았다. 그러자 재미나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는 화가 나서 입을 다물었다.
한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나며 회진을 돌고 있는 인기척이 들렸다.
그러자 260번은 벌떡 일어나 철문 창문 쪽에 귀를 댔다.
회진을 도는 연구원이 오고 있는 것을 알자 260번은 한쪽 벽에 가서 기운 없이 쓰러져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745번이 물었다.
"왜 그러지?"
"회진을 돈다. 내가 건강한 것 같으면 놈들이 실험을 할 게 아니냐? 좀 비실비실해 보일려고 그래."
"뭐? 내가 일러야지."
"개새끼다."
"지금 한창 감염 중에 있을 테니까."
"개새끼,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260번은 재빨리 손을 올려 성호를 긋는 몸짓을 했다.
"너는 불교 신자라면서 왜 천주교 흉내를 내지?"
"두 배의 효력을 기대하며 섞어서 믿으려고 해."
그들이 말 장난을 하고 있을 때 회진을 도는 군속이 7호실로 다가왔다.
철문 앞에서 걸음이 멈추더니 창문이 열리며 흰 가운을 입은 젊은 군속이 안을 들여다보았다.
334번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고, 745번은 변기에 앉아 똥을 누는 시늉을 했으며, 260번은 벽에 몸을 기대고 맥이 없는 표정으로 있었다.
"뭐하는 거야? 이리 나와."
철문 창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던 젊은 군속이 신경질적으로 뱉았다.
그는 그들이 처음 보는 군속은 아니었지만 며칠 사이에 보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745번은 똥을 힘주어 누면서 창구를 통해 들여다보는 군속을 바라보았고, 260번은 몸을 벽에 기댄 채 실눈을 뜨고 보았다.
334번은 한쪽 눈을 뜨고 문쪽을 힐끗 보았다.
"이 새끼들이...... 내 말이 들리지 않나? 그러면 아픈 주사 놓는다."
군속이 그렇게 말하자 벽에 몸을 기대고 거드름을 피우던 260번이 벌떡 일어났고 필요 없이 힘을 주던 745번도 휴지로 엉덩이를 닦고 옷을 추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