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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작성자상록수|작성시간26.06.18|조회수30 목록 댓글 0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집을 정리하러 내려갔다.

장롱 깊은 곳에서

낡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편지들이 가득했다.

모두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하지만 한 통도 보낸 적이 없었다.

나는 편지를 펼쳤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아버지는 20년 동안

나에게 쓰고

또 쓰셨다는 것을.

보내지 못한 채로.

끝까지 읽으면 편지가 다르게 보일 거예요.

아무도 읽지 않은 편지

이수진 씨는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로

아버지와 멀어졌다.

이혼할 때 수진 씨는

열 살이었다.

엄마가 말했다.

"네 아버지는 우리를 버렸다."

수진 씨는 그 말을 믿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점점 멀리했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았다.

생일 선물이 와도 돌려보냈다.

편지가 와도 읽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수진 씨는 대학을 가고

취직하고

결혼했다.

아버지에게 연락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다.

수진 씨는 고향집에 내려갔다.

낡은 집. 빈 방.

수진 씨는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가져갈 것은 챙기고.

그러던 중

장롱 깊은 곳에서

낡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는 너무 낡아서

테이프로 여러 번 감겨 있었다.

수진 씨는 상자를 열었다.

편지가 가득했다.

모두 같은 필체.

아버지의 글씨였다.

모두 같은 수신인.

"이수진"

가장 오래된 편지는

20년 전 것이었다.

수진 씨는 편지를 펼쳤다.

손이 떨렸다.

"사랑하는 수진이에게

오늘은 네 열한 번째 생일이구나.

아빠가 케이크를 사려고 했는데

네가 아빠를 만나기 싫다고 해서

그냥 편지를 쓴다.

수진아, 아빠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진 것은

네 잘못이 절대 아니란다.

오늘은 행복하게 보내라.

아빠가 항상 기도하고 있을게.

2005년 3월 15일

아빠가"

수진 씨는 다음 편지를 펼쳤다.

"수진아, 오늘은 스무 살 생일이구나.

대학에 합격했다고 들었다.

정말 축하한다.

너무 자랑스럽다.

등록금을 보내려고 했는데

네가 받지 않을까 봐

엄마 계좌로 보냈다.

엄마한테는 아빠가 보낸 거라고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

대학 생활 즐겁게 해라.

아빠는 항상 네 편이란다.

2014년 3월 15일

아빠가"

수진 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계속 편지를 펼쳤다.

"수진아, 오늘은 스물다섯 살이구나.

취직했다고 들었다.

정말 대견하다.

아빠는 네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네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

아빠는 응원할게.

힘들면 언제든지 와도 된다.

아빠는 여기에 있을게.

2019년 3월 15일

아빠가"

"수진아, 오늘은 서른 살 생일이란다.

결혼한다고 들었다.

상대방은 어떤 사람이지?

네가 행복하면 아빠는 그것으로 족하다.

결혼식장에는 못 가겠다.

내가 가면 네가 불편해할까 봐.

그래도 마음으로는 항상 네 곁에 있을게.

행복하게 살아라. 정말로.

2024년 3월 15일

아빠가"

마지막 편지는

올해 3월 15일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이었다.

"수진아, 오늘은 서른한 살 생일이구나.

아빠는 요즘 몸이 좀 안 좋다.

그래도 괜찮다.

너만 행복하면 아빠는 행복하니까.

그동안 편지를 못 보내서 미안하다.

네가 싫어할까 봐.

네 인생에 방해가 될까 봐.

그런데 이 편지는

아빠가 죽고 나서 읽을 수 있겠구나.

미안하다.

살아 있을 때 용기가 없어서.

사랑한다, 수진아.

아빠는 정말로

너를 많이 사랑한다.

2025년 3월 15일

아빠가"

수진 씨는

편지들을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오래도록 울었다.

아버지는 20년 동안

매년 생일마다 편지를 쓰셨다.

한 번도 보내지 못한 채로.

수진 씨가 싫어할까 봐.

수진 씨의 인생에 방해가 될까 봐.

그래서 그냥 상자 속에 넣어 두셨다.

"아빠…

왜요… 왜 보내지 않으셨어요…

저는…

저는 아빠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셨는지 몰랐어요…

아빠 편지 한 번만 읽었더라면…

아빠, 미안해요.

내가 너무 늦었어요."

수진 씨는

그 편지들을 모두

책으로 묶었다.

제목은 "아빠가 보내지 못한 편지"

그리고 매일 밤

한 통씩 읽는다.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이제는 아버지가

수진 씨의 인생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수진 씨의

인생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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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읽지않은편지 #매년생일의기다림 #보내지못한사랑 #20년간의편지 #감동한국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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