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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회

[시추천] 함형수「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작성자청산|작성시간26.06.22|조회수4 목록 댓글 0

https://youtu.be/Pk35jEmolvw?si=FegH4xc5ME8WcduP

 

바라기의 비명(碑銘)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 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시인부락』 창간호, 1936.11-

해바라기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드는 꽃이다. 해바라기는 중국 이름인 향일규(向日葵)를 번역한 것이며, 해를 따라 도는 것으로 오인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도 떠올리게 된다. 반 고흐는 1888년, 남프랑스 아를에서 화가 폴 고갱과 함께 작업실을 꾸리기 위한 꿈을 품고 여러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 시기에 반 고흐는 고갱을 환영하는 의미로 자신의 방에 밝고 생명력 넘치는 해바라기 그림을 장식하고자 했고 이때의 해바라기는 우정, 희망, 생명력, 그리고 인간 내면의 열망을 상징하는 주제였다. 이렇듯 해바라기는

기쁨과 생명력을 표현한다. 이와 더불어 시 「해바라기의 비명」에 나오는 해바라기도 밝음과 정열, 열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비석’은 죽음을 상징한다. 차갑고 단단한 돌은 생명의 온기를 품지 못한다. 그리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 ㅅ돌을 세우지 말라.”는 시인의 언어에는 죽음에 대한 태도가 녹아있다. 그는 자신을 규정하는 문장 하나가 돌에 새겨져 굳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살아있는 이미지인 햇빛과 바람과 보리밭과 노고지리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함형수의 「해바라기의 비명」은 이렇게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삶의 열정과 꿈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구절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다. 꿈은 여전히 날아오른다. 노고지리는 수직으로 치솟는 비상의 상징이며, 보리밭은 생명의 충만함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죽음의 자리에서조차 시인은 생명과 상승의 이미지를 선택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지닌 미학적 긴장이다. 비명(碑銘)이라는 제목은 ‘묘비에 새긴 글’이라는 의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는 비석에 새겨질 문장을 거부하는 선언문이다.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은 문학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정서적·미적으로 삶을 고양한다고 밝히고 있다.

「해바라기의 비명」은 그 취지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학생들은 이 시를 공감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바라기·비석·보리밭·노고지리의 상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할 수 있다. 나아가 영상시,

그림, 창작시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는 활동을 통해 문학의 심미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다음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연관지어 작품 선정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12문학01-01] 문학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정서적·미적으로 삶을 고양함을 이해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정서적, 미적으로 삶의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12문학02-04] 작품을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호 소통한다

이 시는 공감과 비판, 창의적 해석의 가능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다. 해바라기라는 상징은 삶의 열정을, 비명은 내면의 절규를 암시하며, 학습자는 이를 통해 시대적 고통에 공감하고 시적 표현의 함축성을 비판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감상과 해석을 글쓰기, 토론, 발표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다.

[12문학02-05] 작품을 읽고 다양한 시각에서 재구성하거나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한다

주체적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시를 재구성하거나 자신의 언어로 창작하는 활동으로 연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의 정서를 바탕으로 영상시, 창작시 등을 제작하는 활동이 가능하다.

[12문학 02-06]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한다

「해바라기의 비명」은 이미지 중심 표현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다양한 매체와 접목이 용이하다. 이 시는 낭송, 디지털 콘텐츠 제작, 멀티 모달(Multimodal) 감상 활동, 즉 시를 읽고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와 노래 가사 비교하기,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결합하기 등으로 확장할 수 있어, 학생들이 문학의 형식미와 미학적 가치를 다각도로 경험하게 한다.

[12문학 04-02]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여 인간다운 삶을 가꾸고 공동체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지닌다

이 시는 시적 표현을 통해 고통을 말하지 못했던 시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문학이 현실의 아픔을 담아내는 역할을

수행함을 보여준다. 이를 감상하고 표현하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문학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기록하고 공동체와 소통하는 도구임을 일깨워 준다. 이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활동은 문학 활동을 일상 속에서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계기가 되며, 학습자가 공동체 속에서 의미 있는 문학적 문화 생산자가 되도록 이끈다.

 

차가운 돌 대신 태양을 향한 꽃을 선택한 시인의 목소리는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꿈은 여전히, 날아오르고 있는가.

​출처: 고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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