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Joon의 아침묵상>
아닥사스다 왕 제20년 니산월, 느헤미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왕에게 포도주를 올리기 위해 왕 앞에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느헤미야의 낯빛을 유심히 살피던 아닥사스다 왕이 뜻밖의 질문을 던집니다.
“왕이 내게 이르시되 네가 병이 없거늘 어찌하여 얼굴에 수색이 있느냐 이는 필연 네 마음에 근심이 있음이로다 그 때에 내가 크게 두려워하여” (느헤미야 2:2)
느헤미야를 향한 왕의 관심은 참으로 남달랐습니다. 단지 얼굴빛이 조금 어두워진 것만 보고도 마음의 깊은 근심을 알아챌 만큼, 두 사람은 단순한 군신 관계를 넘어 인간적으로 매우 가깝고 친밀한 사이였습니다. 아닥사스다 왕이 그에게 무슨 근심이 있는지 다정하게 물었을 때, 느헤미야는 조국 예루살렘 성문들이 불타고 황폐해진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왕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느헤미야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청원할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대답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이토록 담대하고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눈물로 기도하는 동안에도 마음으로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느헤미야는 예루살렘까지 다녀올 왕복 기간은 얼마인지, 안전한 통과를 위해 어떤 조서들이 필요한지, 성벽을 중건하기 위해 어떤 재목들이 요구되는지 이미 모든 마스터플랜을 구체적으로 준비해 두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소중한 영적 교훈을 얻습니다. 참된 믿음은 결코 무계획이 아닙니다. 참되게 기도하는 사람일수록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될 때를 대비해 더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다"라는 고백은 아무 대책 없이 방관하며 사는 무책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가 마침내 당도했을 때 즉각 순종할 수 있도록 나의 삶을 온전히 예비하는 적극적인 신앙의 태도입니다.
또한 왕이 “네가 무엇을 원하느냐?”라고 구체적인 제안을 요청하는 결정적인 순간, 느헤미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저 하늘의 하나님께 묵도”(느 2:4)했습니다. 이 장면은 큰 전율과 감동을 줍니다.
우리의 삶에는 길게 무릎 꿇고 기도할 여유가 없는 긴박한 순간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중요한 회의 중에, 긴장되는 면담 중에,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이나 중대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찰나의 순간 말입니다. 그때 느헤미야는 그 짧은 1, 2초의 순간 속에서 마음의 안테나를 하나님께 고정했습니다.
이것은 평소 '긴 기도의 습관'이 숨 쉬듯 몸에 밴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성의 신비입니다. 일상에서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는 사람은 위급한 순간이 닥치면 인간적인 잔꾀나 본능을 먼저 의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늘 기도로 하나님과 깊이 접붙여 있는 사람은, 삶의 가장 치열한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찰나의 순간에 하나님께 시선을 돌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조차 놓치지 않고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지혜를 구하는 자들을 가장 귀하게 들어 쓰십니다.
느헤미야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듯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으며, 그 비전이 성취될 수 있도록 매 순간 하나님과 정교하게 소통했습니다. 그렇기에 인생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준비된 계획을 멋지게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매 순간, 삶의 모든 자리에서 하나님과 세밀하게 소통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 마침내 기회의 문을 열어주실 때 우리 마음속에 품었던 거룩한 비전과 계획들을 아름답게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순간의 찰나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며 지혜롭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