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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군

역사도 힘이다.

작성자조명래|작성시간26.03.18|조회수10 목록 댓글 0

□ Epic Fury or Epic Mistake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현지시간 10일 자국을 공격한 미국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장대한 실수(Epic Mistake)’로 조롱하면서 물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아라그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장대한 실수’ 작전 개시 9일 만에 유가는 두 배로 뛰었고 모든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고 했다.

역사는 종종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뒤집힌다. 2026년 3월, 페르시아만 한복판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영국은 수백 년간 쥐고 있던 보이지 않는 칼을 빼들었고, 트럼프는 그 칼날을 맨 손으로 잡아 꺾어 버렸다.

○ Lloyd's of London

보험 위의 보험, 세계 금융의 최종 보루인 '로이즈 오브 런던(Lloyd's of London)'은 우리가 타는 비행기, 석유, 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한 화물선 등등 이 모든 것들의 뒤에는 '로이즈'가 있다.

대형 보험사 하면 국내의 삼성화재, 현대해상, 미국의 AIG 같은 회사를 떠올리는데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초대형 유조선이 침몰하면 피해액은 엄청나다. 허리케인 하나가 도시를 덮치면 수십조 원이 날아간다. 보통 보험회사가 어떻게 이 천문학적인 돈을 낼 수 있을까?

보험회사가 보험을 드는 곳, 보험 위의 보험 '재보험(reinsurance)' 그 재보험 시장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로이즈 오브 런던'이다.

2001년 9월 11일,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을 때 나간 보험금이 400억 달러를 넘었다. 한 보험회사가 이걸 감당할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지만 세계는 무너지지 않았고 보험금도 지급됐다. 최종적으로 '로이즈'가
그 뒤를 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추락해서 수백 명이 사망하면, 유족들에게 나가는 보상금만 수천억 원이다. 보상이 가능한건 항공사의 보험회사가 그 돈을 내지만, 그 보험회사는 다시 '로이즈'에 재보험을 들어놓았기에 가능하다.

원전이 폭발하든, 태풍이 도시를 쓸어버리든, 테러가 발생하든, 지구상에서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재앙의 최종 지불 보증은 '로이즈'다.

1688년, 런던의 한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이 보험 시장은 338년이 지난 지금 단순한 보험사가 아니라 세계 금융 시스템의 안전망으로 군림하고 있다. 영국 GDP의 약 2퍼센트, 금액으로 400억 달러 이상, 5만 개의 일자리 숫자만 봐도 대단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숫자가 아니다.

'로이즈'가 "안 된다"고 하면, 세계의 배는 멈추고,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공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나라가 전쟁을 시작하면 '로이즈'가 그 지역의 보험을 취소한다. 그 순간 그 바다를 지나는 모든 선박은 움직일 수 없다. 보험 없이 항해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무리 세계 최강이라 해도, 러시아가 핵을 가지고 있어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해도 로이즈가 도장을 안 찍으면 그 나라의 무역은 마비된다.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한 나라의 경제를 무릎 꿇릴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대영제국 시절부터 338년간 쥐고 있던 영국의 진짜 무기이다.

군사력은 미국에게 넘겼을지라도, 이 금융의 칼자루만큼은 절대 놓지 않았다. 미국도, 중국도, 어떤 나라도 '로이즈'를 대체할 수는 없다. 세계 해상 보험의 약 1/3 항공 보험의 절반 이상이 '로이즈'를 거친다.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다.

세계의 목줄 호르무즈 해협은 폭 33km에 불과한 좁은 물길로 세계 석유의 20~30%가 매일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의 원유가 전부 이 해협을 지나 세계 시장에 나온다. 여기가 막히면 세계 경제는 산소를 잃은 뇌처럼 서서히 죽어간다.

이란이 혁명수비대 를 앞세워 이 해협의 "완전한 통제권"을 선언했다.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씨가 튀었고, 전 세계 선박 회사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영국이 칼을 빼들었고 바로 이 순간, '로이즈'가 움직였다. '로이즈 마켓 어소시에이션'은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를 고위험 지역 목록에 추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보험을 사실상 중단 또는 보험료를 50~100% 폭등시킨 것이다. 유조선 한 척의 전쟁 위험 보험료가 하룻밤 사이에 10만 파운드(약 1억 7천만 원) 이상 뛰었다.

로이즈가 "안 된다"고 하면 배는 못 움직인다. 페르시아만에는 약 1,000척의 선박이 떠 있었고, 그중 절반이 원유 가스 운반선이다. 선체 가치만 합산하면 250억 달러 이 배들이 전부 꼼짝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전쟁 위기에 따른 합리적인 시장 반응이지만 그 파급 효과를 따라가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보험이 없으면 배는 못 움직인다. 배가 못 움직이면 에너지 시장이 뒤집힌다.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면 트럼프의 에너지 패권 구상이 흔들린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것을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라, 영국이 던진 조용한 일격에 트럼프를 당황하게 만들고, 미국을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무능해 보이게 만들려는 듯 338년간 한 번도 뺏기지 않았던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른 것이다.

한 분석가의 직설적인 표현을보면 "트럼프에게 보내는 거대한 엿먹어라(a giant Fuck-you to DonaldTrump)'였다.

○ 트럼프의 반격

누구도 '로이즈'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338년 세계의 어떤 정부도, 어떤 기업도 이 거인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적이 없었다.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로이즈'의 절대 힘의 원천이었으니까.

그런데 트럼프가 이를 뒤집었다. 영국이 스스로 문을 열어줬고, 트럼프가 그 문으로 돌진한 것이다.

트루스소셜 게시물이 올라왔다. "즉각 발효한다. 나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명령하여 페르시아만을 통과하는 모든 해상 무역, 특히 에너지 선박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치 위험 보험과 보증을 제공하도록 했다."

그리고 결정타가 "필요하다면 미국 해군이 유조선들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직접 호위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은 세계로 향하는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다."

단 두 가지 조치 '보험과 군사 호위'지만 이 조합이 만들어낸 파괴력은 핵폭탄급으로 '로이즈'의 존재 이유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가장 치명적인 아이러니는 '로이즈'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보험을 팔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 미 해군이 그 바다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 해군 제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하며 페르시아만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었기에, '로이즈'는 "이 항로는 안전하니 보험료는 이 정도면 됩니다" 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보는 미국이 제공하고, 그 안보를 기반으로 돈을 번 것은 영국의 '로이즈'였는데 이제는 안보를 제공하던 그 나라가 "보험도 우리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조선 회사 입장에서 '로이즈'의 천정부지로 오른 보험료를 내고 불확실한 항로를 홀로 뚫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 정부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세계 최강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안전하게 항해할 것인가.

답은 너무 뻔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을 선택한다. 338년 권력의 균열,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 미국 정부 보험으로 갈아탄 선사들이 굳이 '로이즈'로 되돌아올 이유가 있을까? 보험료도 더 싸고, 미 해군의 호위까지 딸려오는데? 시장이란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로이즈'가 내일 당장 "다시 보험 들어드리겠습니다"라고 해도, 이미 미국 품으로 넘어간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은 '로이즈'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런던이 세계 보험의 수도로서 누려온 지위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해상 보험에서 밀리면 항공 보험, 에너지 보험, 재보험 시장 전체에 균열이 간다. '로이즈'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런던 금융가(시티 오브 런던)의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린다.

'로이즈'의 발 빠른 백기,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불과 며칠 만에 '로이즈'는 미국 DFC와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로이즈 마켓 어소시에이션' CEO 쉴라 캐머런은 트럼프의 개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보험 브로커 마쉬(Marsh)도 미국 관리들과 만나 "해상 무역 복원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캐머런은 "3월 1일 이후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이 최소 40척"이라며, "이 선박들의 대다수는 런던 시장에서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보험은 현재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보험이 아직 유효하다"고 필사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에 칼을 빼들었던 그들이, 이제는 "우리 아직 쓸모 있어요"라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338년 무소불위 권력의 주인이, 처음으로 허리를 굽힌 순간이었다.

제국의 충돌, 그리고 새로운 질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보험 시장 분쟁이 아니다. 이것은 두 제국의 충돌이다. 한쪽에는 1688년부터 해상 보험을 통해 세계 무역의 생사여탈권을 쥐어왔던 영국의 오래된 금융 권력이 한 나라의 경제를 총 한 방 없이 마비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제국이고, 다른 한쪽에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21세기 에너지 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있다.

영국은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그 순간, 그 무기의 약점이 되고 말았다. 무소불위라고 믿었던 '로이즈'의 권력은, 사실 미국 해군이라는 토대 위에 서 있었을 뿐이다. 토대를 제공하는 쪽이 "이제 내가 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 권력은 모래성이 되었다.

트럼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불과 몇 분 만에, 미국은 영국이 1600년대부터 사용해온 가장 강력한 지정학적 도구를 무력화 했다."고 한 분석가의 평가에 반박 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되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는 계속 흐를 것이지만, 그 흐름을 보증하는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세계의 에너지 동맥을 누가 쥐고 있느냐. 21세기 패권 경쟁의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리고 2026년 3월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제국이 처음으로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군함 파견을 요청했던 국가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등을 재차 거론하며, 미국과 함께 빠르게, 열정적으로 호르무즈 문제에 관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 7개 나라에 대해 호르무즈 군함 파견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 수입의 1% 미만을 들여오지만, 어떤 국가들은 훨씬 더 많은 양을 조달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들여오고, 유럽 국가도 상당수 양을 들여옵니다. 한국은 35%를 들여옵니다."

"우리는 그들을 끔찍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왔는데, 그들은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열의의 수준은 나에게 중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다, 반응을 보겠다며 노골적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NATO에는 협조하지 않으면 매우 나쁜 미래를 맞이할 거라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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