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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군

누가 나를 보고 있다면

작성자조명래|작성시간26.03.29|조회수19 목록 댓글 0

□ 누가 나를 보고 있다면...

잔잔하면서 귀에 듣기 편한 노래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Alan Parson's Project)라는 그룹의 우리나라에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 중에 하나인 1982년 발표된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의 팝송 제목은 손님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려고 천장에 매단 도박장 카메라에서 따 왔는데 그 능력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나는 하늘의 눈이야 /
널 보고 있지/
네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나는 규칙을 만들고/
바보들을 갖고 놀아."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감시 괴물 아르고스는 눈이 100개 달렸다. 잘 때는 눈 두 개씩 번갈아 감고 나머지 98개로 불침번을 선다. 여신 유노는 그런 아르고스를 시켜 남편 유피테르가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감시했다.

넷플릭스 영화 ‘마이 네임 이즈 벤데타’ 주인공은 살인을 저지른 뒤 숨어 살지만 딸이 아빠 얼굴을 휴대전화로 찍어 SNS에 올리는 바람에 은신처가 들통나게 되었다.

평생 숨어 살려고 세밀하게 짠 계획을 스마트폰 카메라가 잡아낸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거리의 CCTV부터 노트북과 테블릿, 자동차 블랙박스, 스마트 TV 등에 달린 카메라 렌즈가 사람의 말과 행동을 다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5억여대에 달한다는 CCTV와 감시 드론으로 안면 인식 홍채 등의 생체 정보를 수집해 14억 감시망을 구축한 나라이다.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는지 사적 동선과 사회적 관계를 추적하고 전 인민의 언동과 선행 악행 기록을 빅데이터로 집적해 개인별로 사회적 신용 등급을 부여하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전 국민을 하나하나 감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무서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또 퇴근하여 집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CCTV에 노출될까?

엘리베이터, 주택가와 상가, 버스와 지하철, 회사 그리고 식당과 커피숍까지 다양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는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CCTV 노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83.1회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동 중에는 9초에 한 번꼴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는 시간 빼고는 CCTV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이 보편화되면서 카메라와의 일상은 더욱 깊이 들어 왔기때문에 전에 없던 갈등도 벌어 지고 있다.

미국 대학에선 온라인으로 시험 볼 때 PC 카메라와 연계해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프록터(proctor)라는 프로그램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 대학은 부정행위를 방지한다며 방 내부를 PC 카메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가 학생에게 소송을 당했다. 엄연한 사생활 침해였다.

요즘 아파트엔 출입문 개폐와 난방, 환기 등을 전자식으로 관리하는 월 패드가 설치돼 있다. 카메라도 장착해 방문자를 확인하거나 이웃과 영상 통화할 때 쓰이고 있다. 이 월 패드를 해킹해 집 안을 엿보고 영상을 녹화한 사람이 검거되었다.

무려 40만 가구를 들여다 봤다고 한다. 내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TV를 보거나 목욕하려고 옷을 벗을 때도 누가 나를 보는 건 아닌지 불안한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유출된 사생활이 다크웹을 통해 까발려진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르고스의 눈 100개 감시망을 깬 이는 유피테르의 아들 메르쿠리우스 이다. 피리 연주로 아르고스를 잠들게 한 뒤 목숨을 빼앗었다.

그러나 오늘날 아르고스의 눈을 파괴할 메르쿠리우스 피리는 없다. 보안 전문가들은 웹 캠 프로그램을 자주 업데이트하고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렌즈에 테이프를 붙이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참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거리를 행동거지(行動擧止)라 하는데 카메라 때문에 행동거지를 잘해야 망신당하지 않게 되었다.

신독(愼獨)이란 말이 있다. 옛 선비들은 방에 혼자 있을 때도 남이 나를 보듯 몸가짐을 삼갔다. 이를 신독(愼獨)이라 했다. 송사 채원정전(宋史 蔡元定傳)에서는‘신독’을 이렇게 설명 한다.

“밤길 홀로 걸을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홀로 잠잘 때에도 이불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獨行不愧影 獨寢不愧衾).”

흔히 엄격한 자기관리를 뜻하는 ‘행불귀영(行不愧影)’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표현했는데 신독이란 이 시(詩) 구절과 같은 맥락이다. 매사 조심 또 조심하면서 살아야하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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