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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군

미증유의 사태

작성자조명래|작성시간26.06.09|조회수21 목록 댓글 0

□ 미증유(未曾有)의 사태에...

미증유(未曾有)는 일찍이 있지 도 않았던 일이라는 뜻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未 아닐 미, 曾 일찍이 증, 有 있을 유)

인간사 무수히 많은 미증유중에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하지 못했다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놀라운 사건으로 선진국이라는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그야말로 자유민주주국가 선거사에 전대미문이요 전무후무한 사례라서 부끄러운 나라가되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했다는 미증유의 사태는 분명히 부실선거가 빚은 참정권 훼손이다.

○ 3.15의거, 4.19혁명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부정선거는 이승만 정권이 주도한 3.15 선거다. 이승만과 자유당의 장기집권을 위해 집권세력이 투표부터 개표까지 선거의 모든 과정을 조작해 이승만 자유당의 압도적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전형적인 관권 부정선거로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3.15의거와 4.19혁명 발생의 계기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해서 우리 헌법은 1960년대부터 선거관리 사무를 대통령과 정부 여당으로부터 분리시켰다. 현재 선거관리 사무를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및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으로서 자체적인 사무조직을 갖고 있으며 관례상 독립성과 중립성이 확보된 법관에게 위원장직을 맡기는데 현 사태의 수장이 노태악 대법관이다.

○ 노태악 대법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022년 취임 후 네차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대법관 중에 대국민 사과를 이처럼 짧은 기간에 자주 한 사람이 있나 기억해보려 하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2022년 대선 때 소쿠리 투표, 2023년 고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2025년 대선 사전투표용지 반출, 2026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논란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과문을 낭독해야 했다.

4번의 사과 중 3번이 선거 관련이고 1번은 채용비리로 2022년부터 치러진 모든 선거 때마다 국민들은 노태악 위원장의 사과를 들었다. 문제는 그 사안들이 제대로된 나라의 제도와 시스템이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선관위는 '선거를 보다 공정하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이번엔 노태악 위원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히 선관위원장의 사퇴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과거 일어났던 논란은 선거 관리 부실에 그쳤다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국민의 참정권 침해로 직접 이어졌기 때문이다.

○ 선관위 변명은...

선관위는 선거 후 남는 투표용지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빌미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했다고 해명했으나 유권자가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관위의 최우선 업무일 것이다.

음모론 때문에 기본 업무를 뒤로 했다는 변명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선관위를 국정조사 하겠다고 하는 이유, 선관위를 비판하며 서울 잠실에 사람들이 몇일씩 모여있는 이유, 대학가마저 선관위를 성토하는 성명을 쏟아내는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의심하며 비상계엄을 했던 악몽이 아직 잊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가 친 사고의 여파는 이토록 큰것이다.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기본 조건은 선거에 대한 신뢰도이다.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믿음이 있어야 선거에 패배한 후보, 그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다. 이 신뢰를 지키기 위한 기관이 선관위인데, 선관위는 스스로 이 역할과 임무를 저버린 것이다.

이 참에 선관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선관위는 원인 파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시위대, 부정선거 음모론자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선관위를 지켜보고 있다.

독재마저도 끈질긴 저항으로 무너뜨린 강인한 대한민국인을 보유한 나라답지 않게 우리나라의 정치 체제는 강한 대통령과 양당제의 대의민주주의 구조로 국민의 주권 행사는 주로 선거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민주화 이후에도 집회 시위는 통제와 진압의 대상이되었고, 시민사회의 조직 및 운영에 대한 공적 지원은 빈약했으며, 국민의 청원권 등 정치의 직접 참여 권한은 유명무실에 가까울 정도로 작동되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은 선거를 통해 통치 권력을 만들고 정치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다가 그 통치 권력이 나라를 말아먹으면 강하게 결집해 통치 권력을 몰아내고 나라를 건사해내는 역할을 반복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권을 행사해왔다.

‘강한 국민의 빈약한 참정권’이라는 구조에서 선거권은 참정권의 거의 전부가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관권선거와 금권선거 등 선거의 부정을 타파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상 독립된 합의제 선거관리기구를 만들고 선거의 자유를 위협할 수준의 강한 규제를 도입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정작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관리로 인해 절차가 오염되고 국민의 선거권 행사가 막혔다니,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 재선거 가능할까?

국민의 참정권 훼손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재선거는 선거소청 또는 선거소송을 통한 선거관리위원회나 법원의 선거무효 결정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선거무효는 재투표로 인해 당선인이 바뀔 가능성이 인정될 때에만 내려진다. 한편, 특정 선거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상적인 선거의 외형을 갖추면서 실질적으로는 투 개표에 개입해 가짜를 만들어내는 ‘부정선거’와 선거관리 절차의 하자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부실선거’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선거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법의 절차로는 맞지않는 것이다.

부실선거를 부정선거로 간주해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대책을 찾다 보면 오히려 선거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시켜 국민의 선거권 보장 수준을 후퇴시키게 되는 것이다.

○ 사전투표제도 폐지가능할까?

사전투표제도 폐지는 투표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라서 참정권 훼손 규탄의 목소리에 사전투표제 폐지나 재선거까지는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서 쉽지않다.

6.3 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헌법상 국민의 참정권 보장에 관한 문제 제기에 동의하며 이 부분의 문제의식이 ‘강한 국민의 빈약한 참정권’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고심으로까지 확장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당장 선거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마당에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왜 이럴까? 선거 제도와 시스템 정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재로서는 재선거도 사전투표제 폐지까지는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민초들은 이러한 나라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 이라는데 허탈감에 참 웃픈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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