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교회에 교리(혹은 신앙고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리학습서 출판이 잦아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기존의 개인적 간증이나 유명목사의 설교집 위주의 독서 패턴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지만, 신앙의 기초를 놓고 다지는 교리와 신앙고백 문서에 관심을 가지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이 일은 앞선 교회의 신앙을 상속하고 전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당대(當代)만이 아닌, 다음 세대의 교회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기대효과’ 면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특히 최근 도서출판 <교회와성경>을 통해 출판된 황원하 목사(대구 산성교회)의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해설서’는 주목할 만한 책이다. 황원하 목사는 남아공 프레토리아대학(University of Pretoria)에서 신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의 교리문답 해설서 출간은 흔치않은 진일보한 변화의 조짐으로 보인다. 그동안 상당수 성경신학자들은 교의학에 대해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태도를, 교의학자들도 성경신학에 대해서 비슷한 입장을 보여 왔다. 사실 이 두 영역의 신학은 하나님의 자기계시인 성경을 교회가 더 잘 이해하고 균형감 있고 바르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보완적 역할을 해야만 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충하려는 시도, 아니 성경 신학을 제대로 하면 교의학이 보이게 되고, 교의학을 바르게 하면 성경이 보이는 것이 현실인데도 이 두 학문영역에서는 서로를 경원시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소장 성경신학자인 황 목사가 교의학 영역의 책을 쓴 것이다.
황 목사가 시무하는 대구 산성교회당 서재에서 이 책이 지닌 의미와 성경신학자로서 교리문답해설서를 낸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흔치않은 시도인데,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목회자로서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전적으로 설교하여 바르게 가르치고 싶었다. 사실 목회자의 성향에 따라 전체 성경이 아닌 특정 본문과 특정 주제의 성경만 설교되는 것이 현실이다. 요리문답 설교를 통해 편식없이 골고루 말씀을 설교하고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사도신경과 십계명, 주기도문이 해설되어 있기에, 교리에 대한 교인들의 막연한 거부감을 예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이 책은 설교자인 목사들도 고려되었는데, 설교자들의 신학적 뼈대를 세워주고 설교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쓰고 싶었다.”
- 성경신학자가 신앙고백 해설서를 낸다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흔치 않은 일인데....
“한국교회는 신학이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자신이 속한 교회의 신학적 입장이나 고백보다, 상식과 전통에 의존하여 성경을 자의로 재단하고 가르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요리문답 설교가 필요하다. 성경신학자가 교의학 책이나 교리문답 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은 편견이다. 보통 성경신학자와 교의학자들은 서로를 조금씩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서구의 N.T.라이트의 신학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그의 신학적 시도(성경신학자로서 교의학적 접근을 시도한 점)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남아공에서 공부할 당시 지도교수의 ‘성경 해석은 항상 신학적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다. 신학적 메시지는 바로 교리이다. 어쩌면 이러한 시도는 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책이 다른 교리교육 책들과 비교해 차별성이 있다면.
“기존의 책들은 교리라는 어휘, 교리교육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었다. 이 책은 교리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에 성경본문을 다루고 성경말씀을 설교하는 방식에 충실했다. 알지 못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교리적 가르침이 전해지는 그런 방식이랄까....기존의 교리에서 출발해 성경본문을 가져와 붙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교리하면 드는 딱딱한 느낌을 탈피했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가 옆길로 새지 않았다는 점, 성경신학자이자 목회자로서 교인들의 상황을 고려했기에 현실적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 왜 고신교단이 고백하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나 대소요리문답이 아닌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인가.
“사실 한국교회는 최근까지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가치를 몰랐다고 할 수 있다. 서구의 개혁교회들의 신앙전통에서 보듯 이 교리문답의 탁월성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물론, 웨신도 탁월한 신앙고백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웨신은 설교문으로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본문의 구성도 복잡하고 분량도 많다. 반면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52주 설교분량에 맞춰 작성되었기에 설교문으로 작성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을 착안했다.”
- 상당한 역작이라고 들었는데 이 책을 탈고한 후 든 생각은.
“사실이다. 이 책을 실제적으로 집필하는데 1년하고도 6개월이 걸렸다. 매주 20시간씩 시간을 할애해 타이핑했다. 그동안 닦은 내공과 역량을 이 책속에 모두 쏟아 넣기 위해 많은 정성과 시간이 투입됐다. 모두가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진행한 일이기에 큰 보람과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집사람은 이 일에 부정적이었다. 목회나 하지 왜 이런 고생을 하냐며, 좋은 책들이 많은데 왜 또 책을 쓰느냐고 했다. 꿋꿋이 이겨낸 내가 자랑스러웠다(웃음). 사실 한국교회의 뼈대를 든든히 하기 위해 목사, 장로들은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부족한 나도 그 일을 위해 작은 돌 하나를 놓았다고 생각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의 요리문답 본문은 황대우 목사님의 독일어 원문번역본을 사용했기에 원래의 의미에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 이 책은 현장의 목회현실을 반영했기에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덧붙여 어렵지 않고 쉽게 서술했기에 교리는 어렵다는 선입견 없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유익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