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남서호 박사의 상담심리 코너
[황량한 들판에서 꿈꾸는 사람]
「인생이 내게 준 선물」이라는 책이 있다. 원제는‘Chasing Daylight’인데,‘밝은 날, 살아 있는 날을 추격하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살아 있음의 의미,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미국의 최고 회계 법인의 하나인 KPMG의CEO였던 유진 오켈리가 썼다. 그 책의 끝부분은 그가 마무리하지 못해 그의 아내가 대신 써서 출판되었다. 말기 뇌암 진단을 받고 4개월을 투병하다가 그 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 책의 말미에서 그녀는 남편이 어떻게 죽을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남기고 싶어했다고 전하고 있다.
1972년 20대 초반 회계사가 된 오켈리는 그 회계 법인에 입사해 2002년에는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탁월한 경영인이었다. 그는 18개월 후까지 일정을 확정하고 있을 만큼 분주했고, 매년 24만 ㎞ 이상의 출장을 다닐 만큼 잘 나가는 경영인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그는 2005년 5월, 53세의 나이에 말기 뇌암 선고를 받았다. 최고 경영인이 된 지 불과 3년 만에 일이었다. 정상에 우뚝 서 있던 사업가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가 떨어지고, 뇌종양에 걸려 앞으로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암 진단을 받고 며칠 뒤, 오켈리는 CEO 자리를 내놓았다. 미래를 위해 계획 했던 원대한 구상도 포기했다. 그동안 30년 가까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던 온갖 비즈니스 관행과 습관도 벗어던졌다. 이제 남은 것은 주어진 시간 동안 살아가야 할 최선의 삶뿐이라고 생각했다. 오켈리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처럼 죽음에서도 성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죽음에의 경고를 선물로 받아들였다.
그의 관심, 그의 바람은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쓰느냐였다. 그에게 모든 것은 이제 선물이었다.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선물이다. 야외에서의 식사를 준비해 두었는데 비가 내려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그 아름다운 계획을 방해하는‘비’도 그에게는 살아 있음과 시간이 가져다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불과 3개월, 그렇게 예정된 죽음이었지만 그 암담한 삶의 한복판에서 억울해 하고, 답답해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제한된 삶의 시간들 속에서 주신 아름다움을 감사하면서 살다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을 초대해서 식사하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주신 그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기록들을 글로 남기기로 작정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는 90일간의 투병을 마감하고 눈을 감았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모든 꿈을 그 짧은 시간에 이루고,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 주고 세상을 떠났다. 죽음이 엄습해 오는 말기 암 환자라는 삶의 황량한 자리에서 그는 그렇게 꿈을 꾸고 있었다.
성경에서 만나는 믿음의 사람들도 언제나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어려운 여건, 박해, 가난, 억울함, 답답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들은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었다. 그들은 거기에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었고,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과 비전에 사로잡혀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역사는 언제나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그들은 좋은 환경, 아름다운 여건 속에서 꿈꾸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날에도 텅빈 들판에서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역사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세워졌고, 이끌어져 왔다. 조선의 독립을 꿈꾸었던 김구 선생님과 같은 분이 있었기에 이 나라의 독립은 주어졌고, 유교적인 질서 속에 얽매여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한국 여성들을 교육을 통하여 세워야 겠다는 꿈을 꾸었던 메리 스크랜튼 선교사가 있었기에 이화여대는 시작되었다. 억눌리고 차별받고 있는 동족들을 위해 위대한 평등과 해방의 꿈을 꾸었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이 있었기에 오늘날 미국의 흑인 사회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 역사는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서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