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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06]닳아서 없어지겠다!

작성자自由魂|작성시간06.08.09|조회수247 목록 댓글 0
 

지난 월요일에 멀쩡하던 핸드폰 액정이 나가버렸습니다. 떨어뜨린 것도 아니고 물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액정이 꺼져버려서 까맣게 되었습니다. 2002년도에 샀으니까 4년 정도 사용했지요. 1번이 잘 안 눌러져서 몇 번 바꿀까 하다가 그 외에는 불편함이 없어서 그럭저럭 사용했고, 막내 동생이 PDA를 싸게 샀다고 소개할 때에도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바꿔볼까 하고 알아보다가 또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액정이 나간 핸드폰을 보면서 문득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녹슬어서/썩어서 없어지느니 차라리 닳아서 없어지겠다!”는 말이요. 누군가 유명한 신앙 인물이 했던 말인데... 비슷한 말도 많고 누가 한 건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안식교 초창기 인물인 E. G. 화이트가 했다고 나오더군요. 그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좀 더 검색을 해보았더니 아프리카 선교사였던 데이비드 리빙스턴과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도 비슷한 말을 했더군요.

 

그런데 그것보다 제 기억에 더 선명하게 남는 것은 서울 광성교회에 부교역자로 있었을 적에 들은 담임 목사님의 말씀입니다. 비누가 있는데 그것을 흐르는 물속에 넣어두면 물살에 조금씩 씻겨서 결국 다 없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누의 원래 용도는 그렇게 그냥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니고, 사람들 손에 잡혀서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하면서 닳아 없어져야 정상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핸드폰 액정이 나간 것이 오래 써서 닳아 없어지듯 저절로 고장이 난 것인지, 아니면 부속에 문제가 있어서 일시적으로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닳아서 없어진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특별히 액정이 나갈만한 일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의 용도대로 닳아 없어지는 삶’에 대한 생각만큼은 성급한 것이 아니라 절실한 생각이라 해야 하겠습니다. “물결에 씻겨 나가느니, 썩어지느니, 녹스느니... 하나님의 일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 한 몸 차라리 닳아 없어지겠다!”는 결단이 우리 가운데 보편적인 태도로 발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음의 결단이 손과 발에까지 내려가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먼저는 머리로의 동의와 마음의 결단부터라도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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