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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08]‘케레’와 ‘케팁’

작성자自由魂|작성시간08.01.23|조회수326 목록 댓글 0

후배 말이, 학기 시작하면 ‘히브리어’는 기본으로 생각하고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히브리어는 기본으로 준비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해서, 요즘은 나름대로 히브리어를 독학(?)하고 있습니다. 대학 때 잠깐 배우긴 했는데 전체의 1/3도 안 배우고, 그나마도 대충 넘어간 상태라 거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라고 못할소냐!’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뜬금없이 ‘히브리어’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가 히브리어를 공부하다가 ‘은혜’받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나누었으면 해서입니다. 히브리어 문법 가운데 ‘케레’와 ‘케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케레’는 ‘이렇게 기록되었다’는 뜻이고, ‘케팁’은 ‘이렇게 읽어라’는 뜻입니다.

 

히브리어 본문을 계속 베껴 적어오는 과정에서 실수로 본문을 잘못 기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하지만 히브리 사람들은 성경에 대한 ‘굉장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록 잘못된 본문이라 할지라도 본문 자체를 수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본문의 잘못 기록된 단어에 ‘케레’ 표시를 합니다. 그 단어는 잘못 기록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난외주에 ‘케팁’으로 그 단어를 어떻게 읽는 것이 맞는지를 따로 기록합니다.

 

케레와 케팁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하나님의 이름입니다. 히브리어로 ‘hwhy’라고 적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직접 읽는 것을 두려워해서, 본문에는 그렇게 적고(케레) 실제로 읽기는 ‘yn:doa}’(아도나이, 주님)라고 읽습니다. 적혀진 이름을 워낙 오랜 세월 동안 ‘주님’이라는 뜻의 ‘아도나이’라고 읽다보니 결국 본문에 적어놓은 단어의 원래 발음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렸습니다(학자들은 ‘야웨’ 혹은 ‘야훼’일 거라고 말합니다만 확실한 건 아닙니다). 결국 기록된 문자에 아도나이의 모음이 합쳐져서 듣도 보도 못한 ‘여호와’라는 이름이 생기게까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기는 하지만 문법책을 공부하면서 이 부분이 각주에 나와 있는 것을 보는데 참 ‘은혜’가 되더군요. 히브리 사람들의 하나님에 대한, 하나님의 이름에 대한, 하나님의 이름이 기록된 성경에 대한 그 ‘굉장한 경외심’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이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저 역시 이런 경외심으로 하나님을 경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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