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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며 좋은곳

수리산

작성자벌새2|작성시간26.06.13|조회수17 목록 댓글 0

수리산

 

십 여년 만에 가본 수리산은 다시  만나는 길 마다 새롭다. 두툼하게 깔린 멍석은 쌓인 갈잎처럼 푹신하고 오름에서 나무를  휘어잡던  손에는  지팡이가 거든다.

무릎이 아플까 조심조심 얼음물 뿐인 베낭 가볍게 메고 문장대 같고 지리산 같고 금강산 같은 뾰족한 바위 틈 사이  좁은 길들을 조심 조심 오른다. 사방에서 만나는 소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후박나무 진달래 철쭉 벚나무 밤나무.... 나무이름 대기 놀이 하며  재미있게 비탈길을  오른다. 가파지른 경사가 옛 날 등산 다니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 때는 걷고 뛰고 숨 몰아 쉬고 땀 흘리며 바쁘게 정상에 도달하여 환호하며 마시던  석수는 너무 꿀 맛 이였지.

소금강 에서는 비오는 날 노인봉 조금 지나서 둥근 돌을 밟고 지나다가 미끄러져 발목을  삐어 그 좋은  경치는  제대로 보지도 못 하고 단풍 담아 흐르는 개울에 발목을  담구고 아름다운 경치를 눈에 담아가며 아픈 발목을 주무르고 삼각수건으로 발목을 질끈 싸매고 긴 계곡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나뭇가지 지팡이로 이를 앙물고 절뚝거리며  겨우 겨우 기다리던 버스에 당도하였다.  그 때  먹던 김칫국밥은 정말 맛있었다. 집 근처에 내리니 도저히 못 걸어 둘째가  와서 엄마 이제 산에 그만 다니시는게 어떠셔요 하며 자기들 모임 하던 Vips에 데리고 가 얼떨결에  저녁을 맛있게 먹었었네. 산들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여러 산을 좋아하며 올랐었다. 금수산에서는 내려오는 길에 너무 더워서 옷 입은채로 계곡의 풀장같은 웅덩이에 풍덩 들어가서 신 나게 수영하고 옷 말리며 걸었었다.

박선생님 덕분에 정말 아름다운  추억 많이 만들었구나.....고맙다.

수리산을 안내하면서 같이 오르시는 마르코씨는 다람쥐처럼 가볍고 나와 요한은 조심하여 한 발씩  내디디며 뒤에서 찬찬히 오른다. 허리가 안 좋은 요한이 혹시 더 아플까 조심스럽다. 드디어 가파르게 올려다 보이던 슬기봉에  당도하니 오랫만에 느끼는 시원함에 다시 젊어진 듯 기분이 상쾌하다. 

하산 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숲도  우거지고 잣도 많이 달려있고 구상나무 높고 푸른데 깊은 계곡은 너무 말라서 물소리는 귀를 기우려도 안 들린다. 나무  뿌리에서 뱉어낸 작은 웅덩이 물에 산새들이 겨우 목을 추긴다.     눈썰 매 라도 타고  앉아서 미끄러지고싶다. 녹색 향기에  취해 비틀 비틀 거의 다  내려오니  제 작년에 왔던 수리산  성지이다. 너무  반가웠다. 성당 안에 들어가 주님께 아들들 잘 되게 도와주시고 비좀 내려주십사고 기도를 드리고  길 입구의 염소탕 집에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 수리산은 멋지고 정겹고 푸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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