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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래정

안부

작성자soon|작성시간26.06.08|조회수13 목록 댓글 0

안부
華曇 정순덕

내 어릴 때
동네에 정신나간 여자 살고있었지
그 여자 딸이 순덕이 었나
시장 바닥에서 포장지로 쓰던
영문잡지며 어디서 구 했는지 모를 영자신문 한자투성이 잡지 쪼가리들
길바닥에 펼쳐놓고
나 보다 두어살 어린 딸에게 읽고 쓰게 했었지

그 애
나 보다 어리고 총명하던 아이
내 이름과 같은 순덕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그 뒤로 정신나간 여자 순덕엄마는
아들을 둘 낳아었지
겨울에도 샘터에서 목욕시키고
동네 아낙들이 젖도 나눠 먹이고 입히고 키우던 아들들
돌 무렵이면 무수한 소문과 함께 사라졌는데

내가 지금 궁금한 것은
주눅들어 말도 안 하고 즈이엄마 치마자락만 잡고 돌던 애
또래들이 벙어리인 줄 알았던 애
얼굴이 얼어 터지고 버즘 투성이던 예쁜 애
한 번도 같이 놀아 준 적도 없고 말도 건네 본 적 없는, 내 이름과 같다는 이유 만으로 늘 친구들에게 놀림 당하게 했던
내 또래 그 아이

어디가서 잘 살고 있는지
가끔 궁금하기도 하고
낡은 쉐타를 풀어 놓은 털실처럼 끊어지고 헝크러져,
다시 감기를 할 때마다
그 애는 잘 풀어나가는 지
문득문득 생각이 나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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