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같이
사도행전 8:32~35
오늘 본문 말씀은 빌립 집사님이 사마리아에서 복음을 전하는 중에 성령의 감동으로 예루살렘에서 애굽으로 내려가는 길인 남방 광야 길에 나타나 이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재무장관인 흑인 내시를 전도한 내용입니다. 거기에 보면, 이 관리가 이사야서 53장 말씀을 수레를 타고 가면서 읽고 있을 때에 마침 빌립 집사가 나타나 성경을 깨닫느냐고 물어 그 구절을 설명해줍니다. 결국 그 기록된 말씀이 고난받는 메시야에 대한 예언으로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을 가리킨 것임을 증거하고, 예수님이 구주이심을 증거하심으로써 그 내시가 믿음을 가지고 세례를 받음으로써 후에 이디오피아 복음화의 귀한 열매가 맺어지게 됩니다. 오늘날도 남 수단 기독교 주민들은 북 수단 정부의 극렬한 이슬람주의 때문에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도 믿음을 지켜가고 있는데, 바로 성령께서 이 내시를 통하여 우리 구주 예수님을 증거한 것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날도 우리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복음을 전할 때 한 국가의 복음화는 아닐지라도 한 가정, 한 가문, 작은 한 지역의 복음화의 열매를 맺는 이적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여 복음을 대적하는 자, 복음에 대하여 의심하고 반대하는 자, 세속에 속해서 신앙에 관심이 없는 자, 죄에 빠져 하나님 앞에 나오기를 여전히 꺼려하는 자들, 복음의 진리를 찾으나 아직도 확신적 신앙을 갖지 않는 많은 이웃들에게 다가가서 부지런히 복음을 증거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에서 인용된 이사야서 53:7,8 말씀에서 우리 구주께서 도살자에게 가는 양과 같이 끌려갔고, 털 깎는 자 앞에 있는 어린 양이 조용함과 같이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실제로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 대제사장 안나스의 야간 불법 법정에서도 자기를 변호하지 않고 잠잠하고, 헤롯 왕의 유대 법정에서도, 빌라도 총독의 로마 법정에서도 자기를 변호하지 않고 잠잠함으로 그들이 이상히 여겼던 것을 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구원의 작정 속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수치와 모욕과 고통의 십자가의 수난을 묵묵히 온통 다 당하시고자 결심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사야서 53장의 모든 말씀을 이미 아셨으며, 그 고난은 죄인의 구원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임을 아시는 까닭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구약 시대 대속죄일에 피 흘려 죽은 수양처럼, 대제사장의 손에 들린 양푼에 한 동이 담긴 수양의 피처럼 자기의 목을 길게 늘이고 제사장의 칼에 목숨을 잃어버리시려고 그렇게 외롭게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천년 오늘 예수님은 밤이 새도록 오만하고 위선적인 가야바의 뜰과 불경스럽고 조롱심 많은 간악한 여우 헤롯 왕의 궁궐과 냉정하고 이기적이고 야심많은 헤롯 총독의 재판정을 오가시면서 조롱과 멸시와 채찍질을 당하시는 중에도 묵묵히 침묵하며 죄를 다 뒤집어 쓰시고 새벽녘에 최종 선고로 사형 판결을 받으시고, 또 다시 로마 군병의 포악한 채찍질을 모질게 당하신 후에 아침 일찍 예루살렘 거리를 끌려다니면서 구경거리가 되셔서 오전 9시에 영문 밖에 있는 골고다 언덕 처형장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6시간 동안 고통을 겪다가 돌아가십니다. 자기 백성의 증오와 제자들의 배신을 당하시고서도 그 모든 아픔을 안으로 삭이면서 침묵하셨습니다. 목말라하시고 하나님께 호소하시기도 하셨지만 그것은 잠시였을 뿐입니다. 그 자신의 육신적인 고통을 감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를 조롱하는 자들을 심판하시려고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영적인 초자연적 능력과 인간적인 모든 수단을 다 내려놓으셨고, 그는 모든 시련을 묵묵히 당하셨습니다.
이천년 오늘 지극히 큰 영광의 왕이 가장 수치스러운 자리에 묵묵히 계셨습니다. 말씀 한 마디로 온 세상을 지으신 창조주가 가장 무능한 자로 묵묵히 계셨습니다. 가장 아버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하나님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자가 도리어 신성 모독의 죄목을 뒤집어 쓰고서도 묵묵히 침묵하며 견디셨습니다. 가장 의로운 자가 가장 더러운 죄인이 되어 그 자리에 묵묵히 견디셨습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십자가의 그 험하고 긴 여정을 끝까지 가기까지 말없이 입을 다물고 끌려가신 어린 양 예수님 덕분에 우리 모두가 구원을 얻었습니다. 모든 죄가 그 피로 희게 되었습니다. 심판이 영원히 지나갔습니다. 천국의 문이 열렸습니다. 하나님과 화해가 되었습니다.
고난당하실 때의 어린양 우리 주님의 침묵은 순종, 묵종, 낙종의 증거입니다. 아버지를 향한 가장 깊은 신뢰의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계시록 5장에 보면, 보좌에 앉으신 우리 주님의 표상은 다름 아니라, 어린양의 모습입니다. 그것도 죽임을 당하신 약하게 보이는 어린양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온 세상 역사의 두루마리를 펼 유일한 권세를 가지신 분이 다름아니라, 일찍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이신 예수님입니다. 말없이 죽기까지 십자가를 붙드신 어린양 예수님께 모든 영광과 권세와 존귀와 위엄이 돌려지며 천군과 천사와 구원받은 모든 백성들과 온 세상 피조물이 다 그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하며 찬양을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우리 모두 그 재판자리에서 격렬한 논쟁의 비난의 화살, 무서운 눈초리와 매서운 입술의 말들 속에서, 거친 주먹질과 채찍질과 조롱의 말들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신 우리 주님을 묵상합시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 땅에서 신앙 때문에 수치와 모욕과 멸시와 천대를 당할 때에, 털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처럼 말없이 견디신 주님을 기억합시다. 재판자리에서, 십자가 위에서 자기 백성의 간악함과 조롱을 당하면서 긍휼어린 기도를 드리시고, 십자가 위에서도 한편 강도에게 저 천국을 약속해주신 주님으로부터, 그 너그런 관용과 자애를 본받도록 힘씁시다. 하나님께 대한 깊은 사랑과 영혼들에 대한 생명을 건 사랑으로 십자가 고난을 말없이 품으셨던 주님처럼 우리도 주님의 교회와 영혼들을 더 사랑하며 기도하며 용서하고 품는 사람들이 됩시다.
기도합시다.
하나님, 오늘 주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성 금요일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려 외롭게 피 흘리시면서도 끝까지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신뢰와 자기 백성들에 대한 사랑을 놓치지 않으셨던 주님을 더욱 사랑하며 따르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각자의 십자가를 우리도 묵묵히 달게 지고 따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