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숲길*을 걸으며 박 호 영 봄빛이 사방에 내려앉은 하이데거 숲길을 들어선다 월동(越冬)을 한 나무들이 두런거리고 있다 추위와 바람과 폭설로 지난 겨울 견디기 힘들었던 존재의 불안함을 털어놓는 듯하다 말하면서 말하지 않는 고요한 내통(內通) 나는 그들의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무들이 비어 있는 사물로 다가오면서 그들이 내게도 말을 걸어옴을 짐작할 뿐이다 누군가 얘기하길 세계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 우리가 이 말에 귀를 기울이면 신은 신으로서 자신을 드러낸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가 되기까지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하찮은 나의 자만(自慢)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국 나는 세계를 주관하는 신을 외면한 것인지도 모른다 숲의 소리는 세계의 소리이다 우리를 지켜보는 신의 소리이다 이제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동안 소홀히 했던 신을 찾고 싶다 * 강릉 송정 해변의 산책길. 자주 산책을 하며 하이데거를 떠올렸기에 내 나름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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