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온천에는 온천이 없다 윤 제 림 1 지히철 4호선 신길온천역이 온천도 없으면서 굳이 저런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은 길손 불러 앉혀서 선뜻 들밥을 나누고 낯선 짐승 쉴 자리도 보아주던 옛 마을이 사뭇 그리워서다 갯것 비린 것 아낌없이 실어다주던 서쪽 바다에 허리를 굽히고 소금밭에 기우는 해에도 큰절하던 때가 눈에 밟혀서다 2 안산 신길온천역이 온천도 없으면서 역명을 바꾸지 않는 것은 날개가 상한 학이나 다리를 다친 노루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어느 새벽안개 속으로 홀연 날아오르고 가던 길로 명랑하게 다시금 내딛는 장면을 기다리는 까닭이다 거기엔 필시 매끄러운 물이 솟고 모락모락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터, 이 고장 사람들과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물을 필요도 없어진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낯과 살갗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한데 벗고 앉아서 더운 김을 나누며 뜨거운 생명의 물을 온몸에 바르고 마실 날이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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