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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시

돌담길 ─ 황동규

작성자이결|작성시간26.06.18|조회수11 목록 댓글 0

돌담길
                                                               황 동 규


세월에 제대로 몸을 담궈 썩지 않고 삭는 곳에
아름다움과 기품이 담긴다지만
제대로 삭혀만 진다면
그런 후식(後食)은 없어도 좋으리.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 돌담길 담장
언젠가 돌들의 근육이 풀려
골목길과 한 때깔 되었다.
늘 그렇듯 덜 삭은 생각을 하며 걷는다.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
청동기시대의 리듬 속을 걷는 것 같다.
생각이 줄어든다.
양편 담장 안에서 태어나 공중에서 엇박자 X가 되어
건넌집 담 속을 들여다보는 두 회화나무 밑을 지날 때는
생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유머러스해진다.
하늘 한편에 빙긋 웃고 있는 낮달,
슬픔도 기쁨도 어처구니없음도
생각 속에 구겨 넣었던 노기(怒氣)도
그냥 느낌들이 되어 마음의 가장자리 쪽으로 녹아 흐른다.
마음의 가장자리는 어디 있는가?
생각들이 느낌에 녹아 짓이겨지다가
돌담으로 일어서며 돌담이 허물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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