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편지
ㅡ 류 종 호
누님 그땐 참
감꽃이 숱하기도 했어요
누님 성화에 맹한 눈 뜨고 일어나
사립문 밖 두엄더미에 오줌 누고 돌아보면
고만고만한 농찬 감꽃이
길바닥에 노랗게 떨어져 있었지요
누님은 풀꿰미 가득 꿰어
제 목에 걸어주곤 하였지만
전 혓바닥이 하얘지도록
떫은 감꽃 잘도 먹었지요
지금이야 누가 감꽃을 줍기나 할라고요
얼마나 다디단 게 입맛을 돋구는데요
물 건너온 별의 별 맛에
낼름낼름 혀가 감겨서
할말도 못하고 우물거리는 세상인데요
뱃구레가 두둑해서
같잖은 배짱만 꼴값하는 세상인데요
영어로 들입다 써 갈긴
과자봉지 손에 들고
얼마나 호젓하게 길 걷는지 아세요
세상이 참 좋기도 하지요
기사식당 일은 고되지 않은지요
한 번 찾아 뵙는다는 것이
생각 같지 않네요
두 애는 잘 논답니다
마당가에 감꽃이 떨어져
꺼뭇꺼뭇 말라 뒹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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