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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풍경/이영권

작성자최영순|작성시간26.06.19|조회수13 목록 댓글 0


단오풍경


ㅡ 이 영 권



날이 밝으면 마을 아낙네들 가슴이 뛰었지
청년들이 간밤 이슥할 때까지
볏짚으로 꼬아 만든 그넷줄을 생각하면
울퉁불퉁 청년 팔뚝 같은 그넷줄에 실려
창공을 날아올라 세상 굽어볼 생각 하면


담 넘어 옆집 서해댁도 새벽같이 일어나

창포몰에 머리 감고 머리에 창포 꽂고

바람 잘 타는 세모시 치마저고리에

평소보다 길세 옷고름을 늘어뜨렸지

독소공방의 한올 저 창창한 창공으로

날려버리려는 심사였는가



수백 년 된 뒷동산 돌배나무 가지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마냥

튼실한 그넷줄이 동녘 해를 품었어

오늘만은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으리라

서래댁은 치맛자락을 살짝 여미며

그네에 올랐어 큰 키가 더 높아 보였지

우주라도 유영하겠다는 각오라도 했을까

함지박만 한 엉덩이가 치마 속에서 꿈틀

무릎을 구부려 발을 차올릴 때는

세상을 다 받아들일 양하며 미는 육중한 힘에

불뚝 선 청년들 힘줄 같은 그넷줄도 휘청

반동에 화답하며 창공으로 치솟았어



어영차, 날자 날아보자 더 높이 날아보자

어영차, 삶의 무게도 저 멀리 날려보자

세모시 치마와 옷고름이 날개가 된 듯

훨훨 날갯짓을 했어

그 굵은 배나무 가지가 휘청 흔들렸지

온 동네가 발아래에 있고

앞산 서방님 무덤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김매던 콩밭과 고구마밭도 보기에 좋았어

그래 이렇게 내려다보는 때도 있어야지



세모시 치맛자락과 기다란 옷고름은

선녀가 춤을 추듯 바람에 나부꼈지

나부끼며 또 다른 바람을 일으켰지

그네에서 내린 서래댁의 걸음걸이는

마치 구름 속을 거니는 듯했었지

그랬었지 그랬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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