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들어도 배가 부르다. 소리만 들어도 따뜻하다. 누가 내 머리를 쥐고 흔드는 것처럼 귀청이 터지고 지축이 흔들린다. 청각이 멀어지고 먹먹하다. 뭐가 터졌나? 내 가까이 수류탄 터졌나? 잘 안 들려. 아이 씨... 아래위가 아닌 좌우로 땅이, 땅이, 큰 소리 때마다 좌우로 흔들린다. 흔돈과 파열음 계속... 소리가 약해진다. 난 무아지경, 아무 생각 없이 배낭 메고 노인네를 따라 뛰자.
총. 총.
어느 거. 어느 거.
지금 카빈 안 돼. 바꿔, 빠빠샤!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바보 삼룡이가 되거든. 뇌에서 문장으로 풀어.
‘폭파 조장을 따라가서 터트리고 튄다. 그 중간에 만나는 건 쏜다. 우리 조 빼고 올빼미와 만날 경우는 적다. 그림자를 보면 귀를 봐라. 귓불 모발이 더부룩하면 산사람, 나머진 적. 그것도 안 보이고 너무 가까우면 총구를 가슴에 대고 모자를 치워서 머리를 만져. 나도 모자 인민군 규정으로 바로 똑바로 써!’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 가서 터트릴려 저러는 거야? 젠장.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날도
지금은 어데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목제 건물. 문.
적산가옥처럼 나무로 대충 만들고 자동차 폐기름을 잔뜩 칠한 문.
”후... 후...“
문에서 먼지인지 부스러기가 날려?
노인네가 섰다. 상체를 웅크려서 왜 저래. 총이 고장 났나?
손이 강하게 지시하는 건, 지금 문이지?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구부리고 문을 향해 빠빠사~~~!!!
몸이 진동하고 번개가 연속으로 번쩍 버 번쩍! 탄피가 공중으로 튄다.
”이 개놈아. 이 개놈아. 이...“
문에 뚫리는 구멍. 구멍. 내 구멍.
탄창 끝. 너무 금방이야.
씨발 이럴 때는 드럼이 간절해.
”악!“
날아가서 문을 차.
어후 정신없어.
어이쿠 내가 구르네.
”거기 아냐! 거기 아냐! 나와! 나와!“
뭐?
앞에 한 놈이 쓰러져 있고, 다시 문으로...
어디로 가? 여기 아냐?
노인네가 아주 커다란 문으로 간다.
저긴가?
펑펑펑. 팅. 팅. 노인네가 권총으로 손잡이인지 자물쇠인지를 쏜다.
나는 달려들고,
”다 열지 마! 몸 들어갈 간격만. 정신 온전히 들으라 동무!“
뭔 씨발 말만 하면 훈계야, 훈계가.
산자락에 붙은 건물. 나무로 된 큰 건물. 아주 큰 여닫이문. 그 앞에 두 그림자가 쓰러져 있고, 노인네는 열고 들어간다. 이게 뭐지? 여기 뭐야? 정찰한 거야?
아, 여기서 땅을 파고 들어갔구나.
따라 들어가는데 바닥의 그림자 하나가 손이... 위로.
알아서 빠빠샤가 두두 두두.
안은 너무 컴컴하다.
”창. 창.“
창?
아, 저 창으로 가서 엄호?
창가에 서서 총을 들고 돌아보니 노인네가 끄떡~하고 사라진다.
밖에서 그림자들이 뛴다. 누가 누군지 몰라.
오는 놈을 창에서 쏘란 말이지?
알았어.
불 나서! 환하다.
좋아 카빈. 조준해서 쏜다. 빼빼샤는 다 좋은데, 총알 뚫리는 게 보일 정도로 가깝지 않으면 무지하게 쏘고 쓰러지는 건 적어. 여기서 조장 엄호하면서 빼빼샤를 갈기면 실탄은 금방 바닥나고 안 된다. 빼빼샤 탄창 막대 세 개가 고작.
‘가만! 부조장 어디 갔어? 칼 맞은 놈 끌어내고 안 따라왔어?’
총 교체.
카빈으로 조준해.
뭐지? 뭐가 이렇게 튀지?
무슨 봄에 이불 빨려고 실밥 뜯는 소리가...
아, 누가 쏘는구나. 조준이 안 되지?
카빈 확인... 단자 돌리고... 자세 잡고, 오는 놈만 정확히 쏜다.
‘긴데 진짜 구분 아이 된다.’
우리도 너희도 인민군복 인민군모. 일단 긴 소총은 인민군!
하지만 우린 알아본다. 적어도 우린 알아본다.
‘누구 조지?’
하나 지나갔다. 등에 배낭, 인민군모 뒤통수로 수북한 모발.
다시 흔들리는 지축.
어휴! 놀래. 뭘 어디서 터트리는 거냐.
꽈릉~~~~!!!
‘희망이라고? 담배 필래. 작전 중에 담배 피는 게 희망이었어.’
쾅! 우두두두 다다다다...
총 놓고 뭐 하는 짓이냐.
성냥이....
”야 이 새끼야!!!“
하던 일 해. 머리에 피가 홀랑 말라버린 양반이...
”후~~~~“
자, 내 담뱃불을 조준해서 쏴 봐.
이제부터 카빈 조준사격이다. 내 총이 사람을 쓰러트리는 걸 못 봤어. 짐작만 했지. 그게 보고 싶단 말이야.
유리창 날려!
”에잇!“
우수수. 오, 개 같이. 살 베겠다.
높이 좋고 의탁하기도 편해.
뭐가 어떻게 돌아가나.
마귀처럼 춤을 추는 불. 조명은 충분하다.
길어지는 거 아냐?? 이제 퇴각할 시각이야. 너무 늘어지는 거 아냐?
땅! 다다다. 고함. 누가 누구에게 떠드는 거야. 병사는 큰 그림 못 봐.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 전투의 전부, 작전의 전부. 작전의 더 큰 그림은 소리로 가늠해. 오늘은 유난히 정신 사나워.
그림자. 그림자들.
인민군모 하단선. 머리카락 없음!
조준...
총알 없다. 여기서 내가 마구 갈긴다고 유리해지지 않아. 카빈 총알은 긴 탄창 하나에 짧은 거 하나. 갈긴다고 유리하지 않아. 정확히. 40발에서 몇을 맞추던 정확히 1발, 1발.
이 새끼 어디 갔지?
섬광. 너구나.
침착하게 조준하는 놈이 이겨. 믿어! 날 맞추면 맞추는 거야. 한 탄창 마구 갈기고 수그리면 그때 당한다. [아무래도 후방부가 아니라 전연에서 온 부대 같다. 이런 부대들은 우리가 쏘고 터트릴 때 수그리는 건 같지만, 곧 반격한다. 요만한 틈만 보이면 바로 돌격한다. 전연은 전술이 돌격밖에 없는 부대다.]
실탄 아껴서 정확히. 다 떨어지면 권총, 다음은 수류탄, 몰려오면 수류탄. 나갈 때 수류탄. 이건 저 앞의 분대와 나의 단독 싸움이야. 전연 출신이면 틈을 본다. ‘뭔가 비는 듯한’ 기분이 들면 일제 돌격한다. 틀림없다.
지금부터 천천히 사람이 쓰러져야 해. 사람이 맞고 쓰러지는 걸 저들끼리 봐야 해. 그래야 기선제압이 되고 내가 유리해진다.
저거!...
타오르는 화염 반사 속에 검게 두드러진 동그라미.
그 앞에 검은 막대를 동그라미 정중앙에 일치하고,
그림자. 를. 걸어.
철렁~~
오, 맞았어. 맞았어. 이렇게. 이렇게.
다음.
너.
철렁~~
”이 개놈의 새끼... 개놈의 새끼...“
다음. 다음 어디!
총구가 튀어나온 그림자, 가늠 쇳대 꼭대기에 물려...
그 꼭대기 수평면에 화염이 너훌거린다.
뭐 이렇게 조준자가 잘 보여?
껴입을 솜옷 언제 벗기나.
지금, 그게 되겠나?
철렁~~
‘쓰러진 건 쏘지 마. 다시 총을 잡으려지 않으면 다음 것을 쏴.’
잠깐.
”내 건 어떻게!!!“
내 배낭의 폭탄 꾸러미.
어, 철렁~ 철렁~ 철렁~
화약 냄새.
철렁~ 저 새끼 저거...
이제 안 보여. 다 엎드렸거나 은폐했어.
저기? 저기 그늘에 일단 쏴?
쏴!
엉? 대답이 없어?
왜 총이 이래?
벌써?
제길 탄창 끝났다.
짧은 탄창 하나 남았어.
조준해서 쐈는데 내가 이렇게 많이 쐈어?
교체!
”퇘! 퇘!“
어지간히 빨았네. 몇 모금 빤 기억도 없는데.
”어쩌냐고~~~~~~!!!!!“
뭐야 이 씨발. 개 호로 썅간나.
아니, 선 것이 없어. 선 그림자가...
”어이. 조장! 조장!“
이 노인네가 왜 이러지? 여기 뭐가 날아왔다고? 왜 이래.
뭐지? 어디 맞은 거야? 어디. 겉은 말짱한데 이 사람 왜 이래.
”아저씨.“
창문으로 뭐가 날아왔나? 창문엔 내가 있었는데?
”이 미친 새끼가 진짜.“
문틈으로 쏴서 맞췄다고? 농담도 씨발.
”정신 차리라고!“
이러려고 날 찍었냐? 갑자기? 예지력이라도 있냐?
꺼내. 합해서 두 개. 불붙이고 뛰라고?
”어디! 어디! 말해봐, 어디 맞았냐고!“
눈. 하얗게 빛나는 눈동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말하고 있다.
‘빨리해. 빨리하라고...’
구석. 구석으로. 어디라도 두세 면이라도 막힌 데 넣어라?
근데 이 나무상자들은 뭐야. 총이냐 포탄이야? 탄인가? 중공제인가? 한자는 탄약 같은데. 어쨌거나 이렇게 많으니 상자들 밑에 터트리면 알아서 확인되겠지. 여기까지 트럭을 들이밀고 운반했구나.
어! 어?
소리가 잦아들어.
뛰기 시작한다.
늦으면 죽어.
https://www.youtube.com/watch?v=TchnA3MeE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