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우리 주특기를 부르기 전까지는 1소대 분대원이야. 우린 중대본부가 아니야. 본부중대도 아니야. 필요할 때만 부르는 거야. 필요 없으면 안 부르는 거야.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전투니 뭐니 10분 상관밖에 더 해? 항상 출전 준비지.”
“공병 폭파팀이 왔으면 안 부를 수도 있습니까?”
“부를 수도 안 부를 수도. 그 사람들이 폭약 설치하러 일단 들어가야 하니까. 폭약과 설치를 우리에게 맡길 순 없어. 기본 방법은 오음리에서 배웠지만, 그렇다고 막 다룰 정도는 아니잖아. 크레모아 교육 때 배우지 않았어? 폭약은 설치하는 사람과 점화하는 사람이 동일인이어야 한다고. 아무리 우리 역할이 있어도, 기본적인 전투도 숙달하면서 그것도 가능한 거야. 아니면 해보기도 전에 아카보 한 방에 죽어.”
“그럼, 사수니까 물어봐도 될 것 같습니다만, 저도 필요할 때 자동으로 긁어도 됩니까?”
“해도 되는데, 처음에는 엎드려서 긁어. 자동도 쏴봐야 익숙해져. 처음부터 서거나 무릎쏴로 자동을 갈기면 총구가 공중과 옆으로 막 날아가. 총구가 막 들려. 서서 자동으로 긁어야 할 때가 와. 그때는 자동으로 긁어! 그거 잘못하면 총구가 튀면서 앞 사람 옆 사람 오발한다. 특히 발이 제대로 딛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 갈기면 그래. 다른 분대 신병들에겐 자동 금지했을 거야.”
“실탄 낭비라고 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필요하면 해. 총알은 날아오는데 수풀에 가려서 안 보일 때가 많아. 다만 수평으로는 유지해야 총알도 효과가 있어. 땅에 갈기면 돌 같은 데 파탄 나면서 옆 사람 칠 수도 있고, 특히 앞에 아군이 있을 때는 자동이 아니라도 조심해. 눈으로 확인하고 보고 나서 쏴. 공중으로 날아간 건 헛 탄이야. 엎드려서 해보고, 일어서서 할 때는 자동으로 긁을 때 몸을 앞으로 밀고 왼손을 총열 덮개 멀리 잡아. 아니면 총구 옆으로 위로 들린다. 왼손이 좀 눌러야 해.”
“말은 들었습니다.”
“이번에 볼지도 모르는데, 선임하사는 자동으로 갈길 때 왼손으로 총 옆 덮개를 잡는 게 아니라 그냥 눌러. 그런 거 처음 봤다.”
“눌러요?”
“응. 개머리판을 옆구리에 끼어서 꽉 누르고는 왼손으로 총구 안 뜨게 누르더라. 너도 왼손이 꽉 붙잡거나 눌러야 안 뜬다는 건 기억해. 하도 갈겨서 그건 미군이 잘해. 미군은 실탄 생각 안 한다. 아낄 때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대로 두루루 두루루루 땡겨버려. 맞아 죽은 놈이 총알 아껴서 남으면 뭐 하냐. 우리 버릇이야. 실탄 아끼고 조준해서만 쏘려고 하는 거. 미군은 한 방만 날아와도 분대 소대 전체가 자동으로 아주 재봉질을 한다. 기관총이 아주 난도질을 하지.”
“나중에 가르쳐 주십시오.”
“뭘 가르쳐. 교전 심하게 나면 알아. 일단 위험하다 싶으면 자동 써. 총구 돌아가는 것만 조심해서. 콩이 보통은 쏘고 도망간다고 하지만, 안 그러면 어쩔 건데? 너한테만 안 그러면 어쩔 건데. 그리고... 총알 안 모자라.”
“자동으로 갈기면 정말 금방입니다. 저도 압니다.”
“총 하고 실탄은 항상 남아. 떨어진 경우 한 번도 없었다. 전투 끝나고 항상 남았어.”
“남아요?”
“이 자식이 말을 못 알아듣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서 참는 건데. 모르겠어? 그런 상황이면 누군가 쓰러져. 쓰러진 사람 총과 실탄 수류탄은 항상 여분이야. 격전이면 많이 쓰러지고 총알이 바닥에 많아. 그 상황이면 너도 맞아 죽기 직전이야. 이해돼? 전사자 부상자 총 실탄 수류탄 회수는 기본이야!”
“......알겠습니다.”
“사람 스타일이 달라서 할 소린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은 예상해야지. 총알이 떨어져서 죽거나 포로 되는 것보다 남은 상태에서 죽거나 포로 돼. 너, 우리 국군 실종자 포로 숫자 봤어? 그거 믿어?”
“모르겠습니다.”
“말이 되냐 그게.”
“......”
“아무도 말 안 해주디? 잡히면 북한 끌려가.”
“예?”
“그거 확인되거나 삐라에 나오면, 너희 집안 부모·형제 거덜 나는 거다. 북한 삐라에 나오는 놈은 다 의거 귀순이라고 나와. 일단 중앙정보부 수사 대상이야. 가족이 뒷조사받아. 평양 만세 김일성 만세! 반역이야. 너희 집안은 연좌제 들어가서 깡그리 아작난다. 공기관 못 들어가는 정도 문제가 아니라, 감시당해. 평생.”
“연좌제가 뭡니까.”
“너희 사돈의 팔촌까지 빨갱이 협조자가 간주되는 거. 기록에 남아.”
“오 이런.”
“문제는 다쳐서 정신을 잃은 상태로 포로 잡히는 거야. 자기가 어쩔 수도 없지. 깨어나면 아마도 북한군 고문관이 와서 ‘이 종간나 새끼!’ 고문할지도 몰라. 국군 파병되고 나서 여기에 와 있다는 소리가 있어. 당연하지 한국말로 된 삐라 어순 어법 정확한데, 한국 사람이 가리방으로 긁은 문장이나 필체가 맞는데, 북한 놈들 소수라도 우리에게 심리전 벌이려고 들어와 있는 거지. 죽을래 평양 갈래, 이거 공공연한 비밀이야. 지금까지 몇 명 평양에 간 거 한국 삐라에 나왔어. 넌 어쩌겠냐? 디비 누워서, 포로로 잡혀서.”
“얼마나 됩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실종, 전사 추정 처리된 사람 중에 잡힌 사람이 있을 게지. 평양 안 가겠다고 하면 살려주겠냐? 지금까지 월맹에서 따이한 포로 잡았다! 공표한 거 한 명도 없어. 주월사령부도 추정자 몇 명이 고작이고. 거의 3개 사단이 와 있다. 실종만 딱 몇 명 구분되어 있어. 잡혔으면, 북한군 고문관에게 넘긴 거야. 하노이까지 갔거나 어디 중간에서 불러 만났거나, 평양 안 간다면 죽여도 몰라... 갈겨. 급하면 자동이건 뭐건 갈겨. 수류탄 아끼지 말고 까 던져!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이래 죽나 포로로 잡히나.”
“알겠습니다.”
“처신 잘해. 절대로 포로는 아니야. 부모형제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하려고 온 놈들 많은데, 평양 가면 거꾸로 부모형제 아조 아작을 내고 피 말려 죽이는 셈이다. 그래서 주월사령부나 사단도 실종을 무척 경계하는 거고. 실종자 생기면 헬기로 스피커 틀면서까지 찾아. 그래서 월남엔 탈영이 없어. 탈영해서 부대 밖으로 나가면 바로 로컬 베트콩에게 가. 그러면 조치는 내가 지금 말한 상태로 흐르는 거지. 부대에서 떨어지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나만 죽거나 가족도 죽거나. 이거 살벌한 거다. 북한에 잡혔다 돌아온 어부들 가족 장난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것이고 저것이고 터널 주특기고, 넌 보병 전투원으로 기본 능력을 갖춰! 그게 너도 살고 가족도 살리는 길이야. 월남 밥 좀 먹었다고 절대로 안심하지 마라. 총알은 순서 없다. 몸에 안 맞아도, 네 옆에 7.62 밀리가 따닥! 박혀야 진짜 월남 온 거야. 내장이 오그라든다. 처음 따닥! 경험하면. 베트콩 게릴라라 총 대충 막 쏜다고? 사격 실력 없다고? 개소리하다 총 맞는다. 여차하면 갈겨. 총알 모자라서 무전하면 바로 미군 헬기 나타나서 저고도에서 뿌려서라도 준다. 총알보다 물이 먼저 떨어져. 여차하면 야포 포탄통에 물 담아서 헬기가 투하해준다.”
“물 아껴 먹겠습니다.”
“벌써 물 땡기지?”
“목마릅니다.”
“지금 꺼내면 반 수통은 먹을 거 같은데? 지도 살폈는데, 마을 아니면 물 구할 데 없어. 그리고 원칙상 마을의 물은 혹시 몰라서 안 마신다. 내 총알이 니 총알 되고, 니 총알이 내 총알 되는 일이 없길 빈다. 일단 너는 내가 지켜봐 줄 거니까, 뭐가 뭔지 모르고 정신이 없으면 일단 날 봐.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 생각이 멍하게 지우개로 박박 지운 때가 와. 잘 모르겠는데 말하기 힘들면 그냥 날 따라 해.”
“알겠습니다.”
“고참 좋은 거 만난 줄 알아. 나 지금까지 내 밑으로 이런 소리 안 했어. 하도 떠드는 새끼들이 많아서. 지 경험도 안 한 것까지 떠들고 구라 까고. 조용한 놈이 배울 거 많다. 너 구급대 어디 달았어!”
“여기 옆에.”
“총알만큼 중요한 게 요 작은 응급대다. 설파제하고 붕대. 출혈만 막아도 산다. 헬기가 실어다가 살려준다. 이거 뜯는 거 시범으로만 한번 봤지? 실습하면 비닐을 뜯어야 하니까. 이거 잃어버리면 목숨 걸고 챙겨라. 두 개 가지고 다니는 고참도 있어. 총알이 딱 한 방 오는 건 아니니까. 미군 자세히 봤냐? 왼쪽 가슴에 이거 다는 미군 많아. 전투 중에 총 맞았는데 누가 옆에 없으면 출혈로 죽어. 출혈 나면 정신 멍해지다가 조용히 골로 간다. 요만큼 스쳐서라도 피가 많이 나면 바로 이걸로 막아서 묶어. 지난번에 내가 직접 내 손으로 했다.”
“본인 말입니까?”
“아니 인마. 소대원. 내가 맞았으면 야전병원에서 탱자탱자 하고 있지.”
“응급조치하셨군요.”
“의무병을 기다려? 영화에서나 누가 해주는 거야. 총질하면 고참이고 좆이고 남 생각 힘들다.”
“오기 전에 6.25 소대장 출신분들이 와서 강연 경험담 많이 했는데, 그때는 재미로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 자기는 안 맞을 거다, 그런 생각이었던 거 같습니다.”
“고참들이 왜 잘하는 줄 알아? 능력이 좋아서? 답은 여유야.”
“여유, 라고 하셨습니까?”
“안 본다고 진짜 안 보는 줄 아냐? 작전 떴다고 걱정도 되니 밤새 뒤척였지? 그러니 졸병들은 내내 한참 전부터 안간힘을 써. 고참들은 반복해서 그런 것도 있고, 할 때가 아니면 힘 풀고 놀아. 농담해. 그러니 힘과 정신력을 쓸 때만 써서 뭘 잘하는 거야. 너 포함 신병들 봐라. 며칠 전부터 잔뜩 힘이 들어 가지고 똥 싸는 놈들 같아. 그게 차이야. 너는 심한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3소대 저 봐. 저거 며칠 잠 제대로 못 잤어. 파월선에서 경험했지? 아무리 멀미가 나고 토해도, 식당 선임하사가 토하더라도 먹으라 그러지? 어떻게든 안 막혀도 쑤셔 넣고 잠을 자라. 그래야 정신 힘 똑바로 차리고 죽을 상황에서도 산다. 씨발 나도 내가 이렇게 말 많은지 처음 알았네.”
“계속 말해주십시오. 저도 여기서 빨리 배워 생존하고 살아야 합니다. 저만 생각하면 별 것 없지만, 모친 때문에라도 살아서 돌아가야 합니다. 말씀대로 위험이 적다, 월남도 끝 물이다, 다 필요 없습니다. 말씀대로 내가 맞고 내가 죽으면 확률 100 프로 아입니까? 사수 말대로 미묘한 것 하나가 목숨을 좌우할 줄 몰랐습니다. 그때 파월 교관들 말을 너무 쉽게 들었습니다. 사수에게 들은 것 중에 반은 그 교관들이 말했고 까먹었던 겁니다. 너무 시시콜콜 얘기한다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 가장 좋은 건 묻는 거다. 다른 신병들은 감히 무서워 질문도 못 하지. 무슨 모르모트도 아니고. 실전은 군기부터 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또 이런 것들이 어차피 경험한다. 다만 살아 있어야 계속 경험하지. 하다 보면, 슬슬 다음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무엇이 좀 이상하다? 그것도 감을 잡는다. 실수나 해야 줘패면서 가르쳐주는 건 사람 대 사람 도리가 아니야. 수류탄 안전 클립 말한 대로 했냐?”
“네. 정말로 있었습니까?”
“어. 있었어. 들은 거지만 진짜로 우리 연대에 있었다고 알아. 가슴에 달았다가 수목 울창한 곳 지나다가 우연히 가지가 안전핀을 뽑아서 터졌어. 부러진 가지가 딱 그 자리에 손가락처럼 들어온 거야. 안전고리에 가지가 들어갔는데 몸을 확 뽑은 거지. 수목에서 몸부림치며 빠져나오다가 갑자기 수류탄이 밑으로 툭 떨어진 거지. 안전핀이 뽑힌 거 아냐! 그때부터 난 수류탄을 몸에다 달 때 안전클립 2번은 남겨뒀다가, 전투가 벌어지면 그때 제거하고, 전투 끝나서 복귀할 때는 수류탄을 군장에 넣어버린다. 자잘한 것도 많은데 클립을 가지고 다닐 순 없으니까. 나뭇가지 아니라도 어디 걸릴 수 있어. 헬기에 오르다 남의 총구에 고리가 꼈는데 몸을 땡겨봐라. 소총도 조심하면서 스위치와 검지 통제 잘해. 정글에서 걸어가다가 발에 뭐가 걸려 넘어지면서 앞사람 등에 오발한 경우도 있어.”
“네. 그런 거 말입니다.”
“알았다. 뭐 말하면 딱딱 알아듣니 괜찮구나, 너.”
“감사합니다. 계속 지도해주십시오.”
“선임하사 따라가. 저 헬기다."
https://www.youtube.com/watch?v=zUQiUFZ5R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