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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다리 2. 사각의 반지

작성자잇빨중사|작성시간24.10.09|조회수227 목록 댓글 0

 

 

 

 

 2. 사각의 반지

 

 

 생각하면 움직인다.

 움직여도 생각이 된다.

 진짜 생각은 말까지 하지 않는다.

 행동이 지금 내 상태다.

 그래서 현실의 내가 불만이다.

 

 처음에 일방적으로 맞았다. 나 같은 거는 몇 방으로 충분하다는 분위기로 그냥 들어왔다. 자식이 미소까지 짓더라.

 공이 울리자마자 밀고 들어오는 기운이 강해서 코너로 밀렸고, 파도에 밀린 것 같은 나는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모른다. 몇 대 맞았는지 모른다. 시작부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내가 전에 저 사람에게 무슨 실수를 하고 까먹었나? 질문까지 떠올란다.

 그러나, 정말 강한 프로면 글러브를 껴도 어떤 관통하는 힘 같은 게 면상을 뚫고 들어온다는데, 그 정도가 아니니 심히 대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러다 다운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나 둘 셋 넷... 맞다 보니 쓰러질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첫 다운만 빼면.

빠디를 맞은 것도 아니고 면상이 아프지도 않았지만 기운에 밀렸고, 추정해 보면 솜방망이 펀치라도 쌓였던 거 같다. 이런 거 맞고 내가 설마 싶었다...

 마구 휘두르며 들어오니 잽이건 메인 펀치던 레프트 라이트 차이 없다. 어퍼는 없었던 것 같고, 거의 다 훅. 훅이 좌우 연속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 근데 이게 많이 휘두른 놈이 더 지친다. 여기 상당한 프로 게임이 아니다.

 아무리 둘을 세워봐도, 같이 서봐도 (계체는 같은데) 녀석이 뼈도 굵고 인상도 거칠면서 훨씬 무거워 보였다. 입장해서 볼 때부터 어제 계체한 그 사람 맞나 싶었다. 그걸 본인도 믿었나 보다. 나도 좀 놀랐으니까. 계체에서 시합까지 루틴은 코치 관장 체육관 소관이나, 대략 비슷할 걸로 생각했지만 우리와 아주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루 만에 저렇게 키웠지? 기분 탓인가?

 그렇다고 내가 최악도 아니었다. 최악이란 계체 후 마시고 먹기 시작할 때 – 이게 안 될 때가 있다. 급격하게 체중을 빼면 무기력한 상태에서 몸이 안 깨어날 때다. 사람들은 계체 끝나면 마음껏 마시고 먹으면서 몸이 축 환영!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조금 생각이 있다면 이온 음료와 죽부터 시작해서 몸이 살아날 거라고 하지만 아닌 때가 있다. 아닌 사람이 있다. 급격한 강제 탈수로 온몸 마비가 일어나는 경우도 봤다. 몸은 물기를 계속 빼려는 습성에서 안 빠져나와 잘 때 빨아먹는 물통을 두고 자기도 한다. 몸에 급격한 이상이 오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시합을 못 하거나 힘 1도 못 쓰고 작살난 경우도 있다.

 그래서 관장마다 체육관마다 선수마다 루틴이 있다. 어떤 선수는 계체 끝나자마자 콜라를 마시면서 급격히 컨디션이 치솟는 선수도 있다. 그 선수도 우연히 계체 끝나고 콜라 마시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그게 사람 기분인지 징크스처럼 따르게 된다.

 “저거, 저거, 방법 썼어. 방법이 있어.”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서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암암리에 있고, 일본 애들이 이걸 정말 잘한다. 그건 극비 기밀이다. 어제 같이 계체 했는데 심하면 10kg을 불리는 애들이 존재한다. 링에 올라서 입이 안 다물어질 거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 봐도 체급이 달라 보일 정도인데, 그게 복싱이 아니라 K1 격투기 같은 데서 일어난다. 분명히 약물이나 무슨 방법을 썼다.

 어느 미드에 나오는데 수개월 수년 동안 먹지 못해 아사 상태인 수용자가 불쌍하다고 마구 먹였다가 죽을 수도 있다. 몸이 못 받아들이는 거다. 체급 선수는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본인이 알아야 한다. 보름 동안 죽만 먹은 환자에게 몸에 좋으니 삽겹살 3kg 당장 먹으란 것과 비슷할 거다.

 하여간 관장은 의심했다. “뭔 방법을 쓴 거여. 뒤 좀 캐봐야겠는데!”

 나는 소고기죽 먹고 간식 먹으면서 무리 없이 계쳇날 하루를 보내고 잠은 적당히 잘 잤고, 일어나자마자 관장은 랩을 시작했다.

 “쟤가 몸이 왜 저러지? 원래가 빠따가 있다고 들었는데. 첫 펀치가 너무 아프면 거의 끝났다고 봐야지. 초반에 잘 살펴. 일부러 맞진 말고, 몸을 텅 부딪쳐 봐. 좀 셀 거 같긴 한데. 너에게 처음 걸리는 펀치들이 계속 맞는 거다. 그때는 내 말대로 스탠스를 바로 바꿔. 정 안 되면 스위치 해. 니가 스위치 해 봤자 로또는 없지만. 쟤 저거 어쩌냐.”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얘깁니까?”

 “라면 불기 전에 열심히 하지 그랬어?! 공 치고 살필 때 라이트는 좀 숨겨. 초반 탐색전에서 너무 노출하지 말거라. 자, 앉아 있지 마. 일라. 일라. 레프트 어퍼 빠디 연습하자. 자. 자!”

 

 살피긴커녕,

 밀리고 누적된 끝에 초반, 난 다운 당했다. 당한 건지 된 건지 모르겠다.

 가드 턱에 꽉 대고 어찌할 도리 없이 계속 맞았는데, 아프진 않으나 정신이 멍~~~해지다가 어느 순간 오감이 되살아나면서 귀가 열리고, 열린 귀로 사람들이 환호성 들리고, 문득 이상해서 시선을 내리니 내 왼쪽 무릎이 바닥을 찍고 있다. 고개를 드니 손가락 뿌리는 심판 얼굴, 카운트는 세고 있지만 ‘너 할 거야 말 거야?!’ 그 말로 보인다. 심판은 분명 차이가 크다고 보고 있었다. 심판 눈이 말하고 있었다. 공 울리기 전에 링 중앙에 모였을 때 심판은 둘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의아한 눈으로 봤었다. 기분 나빴다.

 ‘빠따가 있어. 조심해.’

 난 그 정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전 경험과 비교하면 숨이 끊어진 듯 사지가 마비되는 느낌도 아니고, 골반부터 사지가 고무줄처럼 풀려 병신 된 것도 아니고, 그게 옆에서 보는 사람과 내 생각은 다르다. 겉으로 보기보다 괜찮을 수도 있고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코치도 혼동할 때가 있는 거다. 다 멀쩡한데 이제 안 된다! 생각 들 때는 정말로 안 되는 상태다. 그 정도는 아니다. 일단 발바닥 느낌이 나쁘지 않다.

 “눈 떠! 눈 떠! 둘러봐!!!”

 정신 차리란 익숙한 소리.

 하지만 그땐 고함 지르는 것만 느끼고 말이 정확히 안 들린다. 하지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관장은 국정원도 헤드 헌팅할 지독한 세뇌 래퍼다.

 ‘시선 들어서 넓게 둘러보고 카운트 충분히 듣고 일어나. 급하게 일어나서 오바하지 마. 일어서면 완전히 90도로 모로 서서 가드 꽉 대고 상대를 봐. 링 줄에 밀리면 오른손 왼쪽 턱, 왼손은 바디(리버샷) 막고 똑바로 봐. 방어로 전환히 똑바로 보기만 하면 다 보여.’

 

 조용하던 체육관에 시골 개들의 난리다.

 심판은 내 눈을 본다. 흥분 하나도 없는 눈을 보니 진단이 정확한 심판이다.

 “할 거야?!”

 링 위에서 감정을 나누는 건 둘 아니라 셋이다. 레프리도 감정/상황을 나누고 간파한다. 누가 강한가는 그에게 문제가 아니고, 선수들도 그러길 바라다시피 맞은 사람 상태가 괜찮은지 주로 본다. 양쪽 눈동자가 서로 멀어지고 있는데, 이미 멀어졌는데 시켜봤자 사람 몸만 상한다. 습관처럼 OK라고 하니까.

 ‘국제경기, 그 나라 가서 할 때 KO 아니면 진 거다. 특히 일본 심판 믿지 마라.’

 일본 격투기가 세긴 하지만 공공연히 사악하다. 대한민국에 비하면 일본 중국은 반칙에 서슴없다. 장정구 선생님이 그랬다.

 ‘사람들이 착각해. 일본 아~~들이 잘한다고. 잘한다 캐. 시스템이 잘 받치주지. 선수 관리 잘하고 체계 확실하지. 하지만 일본은 빠따가 있는 것도 아이고 기술이 대부분이야. 일본 세계 챔피언들 보고 착각하는 거야. 내가 보기엔 빠따도 아이고 기술도 아닌 애들이 많아. 그러면서 한국 선수 우습게 봐. 그렇게 우리한테 KO 많이 당했지.’

 

 “서. 할 거면 서!”

 넓게 봐서 셋의 게임. 그래서 은근한 쇼부 많이 들어오는 게 심판. 주최 측은 심판이 숙소 도착부터 체육관 링에 오를 때까지 방어해야 한다. 둘 실력이 어중간할 때 심판 쇼부가 빛을 발한다. 이게 세계 챔피언 경기면 살벌하다. 평상시에도 그렇다. 양쪽 점수나 결과가 어중간한데 한쪽은 전적이 오르고 반대편은 패가 하나 는다. 승패 숫자는 선수들 자존심이고.

 

 ‘귀가 오락가락해. 손가락 봐라. 손가락. 지금...... 일곱 세었나?’

 

 심판은 일면 흥행도 책임을 느낀다. 관중이 단체로 다운된 선수에게 일어서서 싸우라 난리인데 game over 시키면 자기가 역적이 될 수도 있다. 정상적인 판정인데 자기가 흥행을 다운시킨다는 죄책감 든다.

 셋 다음으로 진짜 상황을 보는 건 양쪽 코치와 채점 심판. 레프리도 운동한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코치와 채점 심판은 더하여 운동으로 상당히 올랐던 사람들. 경우를 무척 많이 본 사람들이다. 최악 : standing knock out은 진짜 몸에 위험한 상태다. 타올 던지는 타이밍 늦어도 능력 없는 코치다. 사람들은 선수가 몇 분 지나면 멀쩡할 거라 상상한다. 안 그렇다. 안 그렇다고 관계자들은 말하지 않는다. 제대로 말하면 누가 하나.

 징후는 서서히 온다. 머리 때리는 운동은 길게 봐서 좋을 거 없다. 마이크 타이슨 매니저가 그렇게 돈을 떼먹은 이유가 타이슨도 펀치 드렁크가 누적되면서 숫자 셈이 약해져서라고 유명한 이야기다. 복싱 최고 고수들이 가는 실업팀까지 오래 하는 사람은 말이 어눌해진다는 소리를 듣는데, 일단 나는 그런 사람 많이 못 봤으니 패스. 그런 불안감 있으면 이거 못 한다. 하지만 일반상식이다.

 

 심판 고함.

 “자세 취하던지!”

 이제 들린다.

 “글러브 들고 자세 취해!”

 여덟까지 다 셌나 보다.

 지가 손가락을 이상하게 해놓고.

 

 눈. 이 심판 냉정하다.

 ‘이 대머리 아저씨는 뭘 했던 걸까. 관장도 모를 제네레이션이다.’

 심판이 원래 냉정하다고? 아니, 인간이다. 내가 모르는 이유로 호감 가질 수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돕거나 망하게 할 제3의 선수가 레프리다. 심판은 제대로 타격이 일어날 때 상대편의 반응을 바로 안다. 선수끼리 주고받는 느낌을 가장 가까이서 본다. 선수끼린 ‘제대로 들어갔지?’ ‘너 이거 아프구나?’ ‘어쭈 바로 반응 오네?’ ‘내장이 말려 아주 미치겄지?’ ‘초반처럼 까불어 봐!’ ‘까는 소리 하네, 나 괜찮아.’ ‘뭐, 더 없어? 다야?’ 온갖 언어가 눈으로 송수신. 그 중간에서 레프리는 전파를 다 감청한다. 숨소리와 눈빛이면 다 본 거다. 어떨 때 관객/관중 보기에 너무 일찍 stop 한 거 아닌가 싶지만, 선수 건강에 정말 위험했을 수도 있다.

유능한 레프리는 눈과 표정에 감정이 없다. 정확한 제3자, 차분한 의사 상태다.

 선수가 나대거나 아가리 너무 털면 안 되는 것이, 그게 습관이 되면 안 된다. 그런 트레시 토크는 할 수 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다. 가장 재밌는 건 상당한 충격을 먹었는데도 과장되게 난 괜찮다 액션 하는 친구들. 눈은 아퍼! 표정은 괜찮다! 웃기까지 한다. 어느 게 진짜일까. 날 제대로 때려도 내가 제대로 맞춰도 표정 변화 없는 선수가 힘들다. 링에서 감정 드러내는 선수는 방법도 드러낸다.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과장은 약점을 드러낸다.

 사람은 제대로 맞으면 솔직하게 반응한다.

 맞으면 진실하다. 감정 감추기 힘들다. 니미 이럴 때 사람 진실하다니까! 선수끼린 내가 때리니 상대의 숨이 끊기는 “헉!” 소리가 들린다. (이럴 때 레프리도 무심코 맞은 사람 눈깔이 정상인가 보게 된다)

 무심코 리버샷 때렸는데 헉! 반응 느끼고 기분 째질 때도 있었다. 그때 1라운드 초반에 레프트 어퍼 바디를 처음 쳤는데, 그다지 반응은 없었다. 하지만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뭔가 이상했다. 눈동자에 뭔가 스쳤다. 어, 아마도 아픈 거였다. 그래서 바디 전혀 안 치다가 옆구리 비는 타이밍 주시하다가 제대로 날렸다. 바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지.

 가장 기분 나쁜 건 상대가 눈으로 웃는 거다.

 

 “Fight. Fight.”

 아 씨발 다운, 일어났다. 까놓고 말해서 관중이 나에게 일어서라 했다. 재미없게 여기서 그만두게? 더 터지더라도 일어나서 삼빡하게 골로 가! 뭐야 씨발 글러브 끼고 쩨쩨하게. 안 일어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다. 내 진심이 떠오르는데 ‘저 개새끼가 짜증 나게 증말’ 한 대 제대로 때리고 싶었다. 무섭지가 않은 거다. 두려움과 긴장이 동시에 증발한 기분이다. 이때부터 내가 놈의 눈동자를 또렷하게 쳐다본다. 그때부터 또렷하게 내가 보기 시작한 거 같다. 기세등등해진 저놈을 어떻게 피하지? 그런 생각 1도 없었다.

 ‘제대로 봐라. 제대로 보는 놈 못 당한다. 적어도 크게 당하진 않는다. 숙이거나 눈감으면 몸도 밑으로 가는 거다. 똑바로 보고 방어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거의 다 피한다. 쪽팔릴 거 없어. 위기에 몰리면 가드 빡빡하게 대고 눈과 어깨를 봐. 그렇게 나가면 상대도 제대로 때리기 힘들다. 페이크 밖에 방법 없어. 방어만 하고 제대로 보면 그것도 보여!’

 

 갑자기 기운이 난 것도 아니다.

 그냥 또렷하게 보기 시작했다.

 ‘해 봐, 이 씨.’

 여기서부터 얘가 못 들어온다. 들어올 때마다 내가 맞받아 쳤다. 내가 이런 반응에 비범한 수준인지 누구나 같은 상황이면 나처럼 되는지 모른다. 경기 때 자기 진짜 생각을 속 시원히 털어놓는 사람 없다. 오히려 감춘다. 그 감춘 걸 싸웠던 상대는 안다.

 ‘어? 왜 이러지?’

 내가 천부적이냐고 이딴 거 누구한테 물어보나. 녀석이 치면 그 전에 알아채고 스텝 딱 붙이고 받았다.

 하여간 [적응했다] 그런 거 같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그 정도는 적응됐다!

 뭐냐 하면, 결국은 오른쪽 메인 펀치로 날 보내겠다는 건데, 왼손 치는 걸 버리고 오른손만 주목하니 날 때리는 펀치의 시작이 보인다. 느리게 보이니 어쩌니 그 딴 거 모르겠고, 하나의 문장도 완성 못할 순간 내가 오른손 오는 걸 이미 알아서 대처하고 카운터를 때린다. 상대가 날 치면 – 치는 순간 놈의 턱도 내 팔 길이 안으로 들어온다는 과학적 상식.

 그때부터 오른손 주 펀치를 한 대도 안 맞도록 내가 피하면서, 때. 렸. 다. 공격해 오는 걸 주시하다가 바로 맞받아 때리는 게 정말 쉬운 경기 방식이었다. 일단 놈이 흥분했다. 흥분해서 달려드는 놈에게 카운터. 그게 꼭 카운터-펀치라고 자신있게 말 못 하겠다. 일반적인 소리는 수없이 들었으나 오늘은 몸이 진짜로 기억할 거 같다. 하나 정확히 배운다.

 귀도 열린다.

 관장님 소리 재등장, 아니, 처음 들렸다.

 교통사고 나서 빈사 상태라도 관장 오면 눈 뜰 거 같다.

 “가드! 가드! 가드를 틀어서 막아! 완전히 돌려서!”

 관장이 죽어라 소리 지를 때가 내 체력이 바닥 칠 때다. 걸레 되기 직전에 그렇게 고함을 지르신다. 그 걸레 상태가 딱 내 수준 마지노선, 거기서 조금만 더 하면 체력이든 무엇이든 느는 거지. 알기는 알지만 저 목소리 미치겠다. 관장은 한 와꾸 마지막 추가 1분, 추가 30초 마지막! 추가 10초 진짜 마지막! 소리 질렀다. 걸레가 된 내가 샌드백 칠 때 관장의 1초는 3초다. ‘주먹 템포 떨어트리지 마! 마지막 25초!’ 초를 dog 느리게 센다. 분명히 3분 공이 울려서 끝났는데 거기서 꼭 30초 30초 더 하란다. 그리고 흥건한 바닥에 쓰러지는 반복. 조금만 더 쥐어짜! 쥐어짜!

 

 공기가 맑아지고 관장 말도 잘 들리고,

 갑자기 정신이 깨끗해졌다.

 “보여! (너 지금) 보이잖아!!!”

 관장은 지금 난데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아버지세요? 정말 내 상태 잘 아네.

 관장은 알았다. 관장은 안 것이다.

 쟤가 왜 저러지? 하여간.... 게임 계속 간다!

 

 ‘쎄 보여요? 아니면요? 인상 세면 사람도 센 거야?’

 ‘웹툰 졸라 봤냐? 그런 게 있을 거 같냐? 내가 널 모르냐? 내가 무슨 모르는 사람 데려다 경기시키냐? 나 모르게 스테로이드 찌르고 왔냐?’

 ‘할만하면요!’

 ‘본 인류께서도 곤조는 있다?’

 ‘묻잖아요.’

 ‘저 놈 안 무섭다? 맞아도 안 아프다? 할만하다?’

 ‘그러니까.’

 ‘진짜로 그러면 가드 대고 맞받아 돌려! 그러길 빈다, 제~~~발.’

내가 관장에 대한 충성심이 불탈 때는 사람 없는 골목 식당에서 혼자 소주 홀짝일 때다. 몇 번 멀리서 봤다. ‘체육관은 절대로 돈이 남을 수가 없어!’ 꼭 아줌마나 할머니 혼자 하는 집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아니고 안주 하나 놓고 홀짝인다. 그럴 때 바라보는 내 눈의 목표는 세계 챔피언.

 우리 관장은 독종이면서 눈물도 많다. 어쩌면 나한테만 독종인가? 관장들은 서로 안 씹는다. 서로 니 관장 젊어서 얼마나 대단했는 줄 아냐, 서로 칭찬 릴레이. 관장도 그랬다. ‘젊어서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낫살이나 먹고 좋게들 말해. 그러면서 내 선수 상태도 파악한다니까. 우리가 좋은 말만 하도록 하는 상위, 우리 위에 협회가 있다. 삐데한 사람 절대로 임원으로 못 올라가지. 거기 찍히면 국가 보조금 같은 거 꿈도 못 꿔. 다 끼리끼리 해 먹거든. 니미 회비만 20년 내고 있네.’

 

 그런 반 포기 상태 관장에게,

 새로운 현상이 목격되었다. 내가 다운되었다가 일어났을 때 날 끝내려고 미친 듯 달려들어 마구 돌렸다. 너무 지나쳤다. 그리고 때리다 지쳤다. 나는 폭풍이 적응되기 시작했고 너의 숨은 거칠어져 진정되지 않는다. 숨소리는 상대에게 못 감춘다. 숨을 참고 정리하면서 어떻게 싸우나. 안정적인 패턴과 체력 소모는 경기 운영도 있지만 상대에게 지친 모습을 보이면 금방 방법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연기해도 상대 선수 못 속인다. 레프리도 알긴 하지만 어느 쪽 편이 아니므로 그러거나 말거나다. 그냥, ‘곧 끝나겠네?’

 

 “걸치고 가! 걸치고 돌려!”

 OK. 또 온다.

 성공. 반쯤 걸렸다! 씨발. 좋냐?

 “라이트 각 지대로! 제대로!”

 혼자 술 먹는 취미께서 말이 심해졌다. 상대편 코치가 듣는다는 생각도 망각하셨다. 국내 vs 국내 시합은 약어나 암호 사용한다. 별로 흥행도 안 된 경기장에선 양쪽 코치 고함이 다 들린다. 야, 니 코치가 위빙하고 레프트 돌리랜다 ㅋㅋㅋ. 니 코치는 내 간땡이 치라는데? 해봐 어여... 그래서 약어 많이 쓴다. 이 암호는 또 너무 암호라고 생각이 들 정도면 안 된다. 바로 들통나기 때문이다. 만약 ‘승찬아, 2번, 2번!’ 들리고 나오는 행동 보면 다음부터 2번은 알려준 거다. 그래서 주요한 약어는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일반언어다. ‘승찬아, 숨 쉬어. 숨(명치 갈겨봐) 편하게! 숨! 숨 아래로 내려! 아래(몸통. 리버샷도)!’

 관중이 가뭄에 콩 나는 체육관에서 양쪽 코치가 real로 고함치는데, 상대와 내가 그걸 인식하고 같이 웃은 적도 있다. 두 분 너무 목소리가 너무 커서 쪽팔려서.

 “밀리지 말고 돌아. 에휴 저, 저. 밀리지 말고 돌라니까!”

 아까 상황에서 욕먹을 짓 또 했다. 다운됐을 때 관장님을 안 봤다. 우리 관장님은 참 진실한 분이어서 다운됐을 때 관장 얼굴을 보면 현재 내 상태가 카피된다.

 하여간,

 “오면 바로 좌로 흘러!”

 의외의 상황에 관장님이 흥분하셨다.

 시간은 흐르고 저 녀석도 ‘이걸 지금 보낼 수가 없나?’ 공기 역력하다.

 

 뭐 없냐? 다야?

 내가 챔피언도 아닌데 이렇게 해서 미안한데,

 이러다 점수로 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다 보인다. 뭐 없어? 신기한 거 없어?

 

 이제 놈은 오른손 펀치를 단 한 대도 나에게 못 숨긴다. 그냥 그렇게 된 거다. 나도 놈보다 실력이 없지만 저놈도 딱히 뭐가 없는 거다. 콤비네이션이건 뭐건 쓰려면 처음에 해야 한다. 유능한 프로처럼 링 위에서 교정이 힘들다. 현장 교정이 3년 이상 프로다. 초보는 링이 늪이다. 연습한 거 다 까먹고 본능만 남아서 휘두르다 대기실 문 닫히자마자 관장에게 쌍욕 먹는다. 1회 시작부터 준비한 걸 가볍게 해 보고 점차 접혀야 하는데, 말처럼 되면 누구나 프로 골퍼다. 초보와 하위 그룹은 늪에 빠져서 다른 방법이 안 떠오른다. 그때 관장 고함이라도 철저히 들으면 아주 초보는 아닌 거다.

 “1분! 1분!”

 “30초! 30초!”

 가끔은 숫자 고함도 들어봤자 머릿속에 숫자로 각인 안 된다.

 “시간! 시간! 봐! 봐!”

 대형 디지털시계. 숫자 불러봤자 안 믿거나 못 들을 때 저런다.

 ‘아니 이렇게 많이 남았어?’

 시간 얼마 안 갔다. 초반에 밀려서 다운까지 갔던 순간은 1분 안 된다. 짧으면 30초 만에 일어난 현상이다. 그리고 이제 다른 국면이다.

 1분 30초 만에 녀석 눈이 약해졌다. 자랑스런 악어의 눈이 부드러워졌다.

 이제 내가 정확히 보고 거 알았고, 공격하면 바로 가드 대고 맞받아치는 것도 알았다. 인자 서로 아는 거다. 하지만 실력이든 힘이든 센 쪽은 저쪽이라고 관중은 알고 있고, 그러니 녀석이 공격을 안 할 수도 없다. 방어를 할 입장이 아닌 거다. [공격하는 자]로 낙인이 찍혔다? 그것도 늪이다. 시작하면 변형이 힘들다. 공기 흐름 좀처럼 안 바뀐다. 링 위 시간은 길게 느껴지지만 경기 하나 자체는 바람처럼 흐른다. 그래서 과거 12라운드 15라운드 뛰던 챔피언들은 한 게임으로 팔만대장경 쓰는 거다. 그걸 어찌할 수나 있는 건지.

 ‘너만 길다고 생각하지 금방이야. 현실적으로 잠깐이야.’

 관장은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링에 오르면 이미 내려오는 거다.’

 선수는 이 공간을 장악하지 못한다. 오히려 영향을 받는다. 장악은 파퀴아오 타이슨 같은 사람들이나 가능한 거다. 흐름을 몰고 다니는 신급들이 있다. 관중을 이용해 심리전도 펼치는 신급들. 모든 행동이 의도를 가지고 던지는 덫. 무난하고 지루한 게임일 것으로 보다가 떡 KO 나는 거. 계속 노리고 있었던 거지. 그게 고수들 복싱 보는 묘미지.

 

 ‘못 치겠지? 이긴 줄 알았냐? 고소하다.’

 

 슬슬 소강전이다. 놈이 공격을 못 한다. 내가 눈 똑바로 보고 있다가 자기가 공격하면 바로 맞받는 것도 안다. 눈에 다 나온다. 눈이 날 난감해하기 시작한다. 링 안에선 눈이 거짓말을 몬한다. 연기할 경황이 아니다.

 ‘왜, 내 마음 나도 모르냐 냐?’

 슬슬 내가 두려워진다는 사실도 눈동자에 나타난다. 눈동자가 진실의 디스플레이한다. 기가 막히게 서로 마음을 읽는다. 녀석은 내가 생각보다 내구성 있어서 당황한다.

 ‘이게 아닌 거 같지?’

 나도 모르겠지만 데미지가 없다. 진짜로 말짱하다. 내가 다운됐다는 사실이 남 일 같다.

 ‘오늘 왜 이러지?’

 잠깐, 내 모습을 본다. 거울로 본 게 아니지만 정말 보인다. 긴급한 상황의 터널 효과? 죽을 때는 영화 한 편 진짜일 거다. 진짜로 내가 보여서 볼 수 있다. 문득 날 돌아보니, 내가 정말 무섭게 죽이겠다고 저 녀석을 노려보고 있고, 사람에 대한 겁이나 펀치 맞을 걱정이 없어졌다. 까놓고 말해서 진짜 주먹 정권으로 맞는 것도 아니고...

 

 오 상투적인 페이크!

 다시, 온다.

 원 투. 좋다 쓰리까지!

 이... 개새꺄.

 ‘오, 그래. 또 먹었지? 또 와봐.’

 

 놈에게 내가 만만하지가 않다. 안 만만해졌다.

 어쨌건 자신감은 돌아왔다. 있었는지 모를 공포가 없어졌다. 왜 이렇게 긴장이 안 되지? 초보랑 스파링하는 거 같지? 니미 링에서 죽을 때가 됐나.

 하지만 내가 저 녀석을 눕힐 무엇도 없다. 3분이 거대한 시간의 역사가 되어 강강술래 3절이다. 이제 나도 좀 떨어진다. 초반에는 훅 돌리면 팔이 수평으로 잘 흐르면서 그립도 안쪽으로 숙이며(돌리며) 쳤는데, 팔 각도가 완만해지면서 위로도 슬슬 튀고 펀치 그립으로 때리질 못한다. 힘이 빠진 건지 빗겨맞는 상태만 많아진다. 이런 걸론 아무리 맞아도 저 녀석이 안 쓰러진다. 수평 훅을 돌렸는데 자꾸 저 자식 옆 다마에 비껴맞으면서 공중으로 튄다. 전체적인 체력이 떨어졌다...

 

 글러브 벗고서야 알았다. 글러브 벗고 악수하는데 악수 쥘 가벼운 힘조차 없다. 고무팔을 자주 경험했으나 고무 그립은 처음이다. 주먹을 못 쥔다. 그립이 안 쥐어진다. 나무젓가락도 못 쥘 것 같다. 출입문 손잡이도 못 돌리겠다. 숟가락도 못 들겠다. 팔은 당연히 고무팔 되어 팔을 들어 상의 팔 구멍에 넣기도 힘들다. 아무리 떠들어도 이론이다. 운동 3년 골프 3년 다 맞는 말, 이해는 해도 몸이 하진 못 한다.

 펀치는 전신으로 때리는 것. 전신의 흐름이 그립까지 이어져 치는 것.

 서로 초반에 힘이 급격히 빠졌다. 전신의 흐름으로 치는 제대로 된 펀치! 관장 말대로 캔버스에 슈즈 밑창이 바닥에 쫘~~악 달라붙은 상태에서 시작되어 타고 올라와 주먹이 상대 면상까지 찌른다, 말처럼 느끼진 못하지만 진짜 같다. 맞는 말 같다. 아무리 지쳐도 그게 안 되면 결코 상태를 눕힐 수 없다. 상하체 따로 쥐어짜봤자 결정적인 럭키 펀치 따위는 없다. 이런 훌륭한 충고들은 링에서 처음 시작(시도)해야 가능한 거다. 어떤 의미에서 스파링도 가짜다. 샌드백 칠 때는 된다, 스파링에선 프로처럼 된다. 그리고 그게 그때만이다.

 성공하려는 세상 모든 일에 간땡이 없으면 말짱 꽝이다!

 심지어 수능 시험 날도 그렇다.

 속 좋은 사람이 없고 안 망쳤다는 사람이 없다.

 

 공이 울리고 난 앉아서 선 코치를 본다. 역시 속사포처럼 떠드는데 목에 두른 타월만 보인다. 코치들은 타월을 주로 목에 건다. 내 선수가 피떡이 되도록 맞으면 파월을 던지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것이 농담이 아닌 건 – 코치가 경기 속행 반대를 표시하는 방법이 타월을 링 위로 던져 캔버스 바닥에 떨어트리는 거다. 복싱도 킥복싱 무에타이도 같다.

 타월은 주심이 여덟을 세기 전까지 빨리 던져야 한다. 만약 선수와 주심이 코너에 있고, 타월이 셋의 반대편에 떨어지면 잠시 못 볼 수가 있다.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는 코치나 코치진 모두 팔로 X를 교차하면서 존나 흔들어 알려야 한다. 큰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경기 속행 의사를 선수가 밝혔다고 해도, 그 잠시 몇 초 동안 정타 제대로 여러 번 맞으면 뇌 안에서 뭔일 날지 모른다.

 현재 시점 타월을 던져야 내 선수가 큰 부상 안 입을 것 같은데, 맙소사 타월을 깜빡했다, 대기실에 놓고 왔다, 없다면? 못 던진다. 코치가 의사를 표시할 방법이 없다. 분명히 ‘타월/수건’로 돼 있다. 입고 있는 티셔츠를 벗어 던질 수도 없고, 반대편으로 가서 상대 코치에게 타월을 빌릴 수도 없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코치들은 타월을 목에 걸고 대기실에서 나간다. 그걸로 링 들어가서 미끈한 거 안 묻었나 선수 글러브도 닦아준다.

 “던지지 마세요.”

 “새끼가 하는 소리는 안 듣고.”

 “던지지 마.”

 “알았다. 뇌에 공구리 치고 배때지 철판 깔았냐 이...”

 

 ‘호흡이 밑바닥에 붙었어.’

 2라운드 30초 지나니 스텝이 제대로 밟지 못하고, 내가 쫓아가면 더 못 밟는 것 같아서 기다렸는데, 그나마 기다리다 맞받아도 제대로 꽂히지 않는다. 몇 번 맞받아 맞으니 경계한다. 공격을 안 할 셈인가? 점수는 이미 이겼냐?

 ‘나쁘지 않은데 몸이 왜 이러냐.’

 연습 때 매번 매일 거품을 물어야 경기에서 안 지친다. 거품을 매일 무는 게 인생인지가 의문이 생겨 적당한 마음이 생겼었다.

 ‘와, 오라고. 힘들어. 니가 와!’

 똑같은 짓을 몇 번 보니 동작이 더 보인다. 아직도 주 무기는 오른손, 그걸로 날 제대로 치려고 하는 순간, 눈부터 변한다. 눈이 커지면 날 때린다는 거다. 눈이 커졌다가 옆으로 확 째지면서 공격이 날아온다. 충분히 예상되니 맞아도 타격 없다. 날 못 속인다. 어설픈 페인트를 주지만 즉시 반응할 필요가 사라진다. 관중도 덩달아 조용해진다. 조용해지니 내 마음은 더욱 맑아진다.

 ‘왜 안 와. 내가 설마 완 빤찌로 보내겠니?’

 안 보이는 손에 맞는 게 KO라고들 했다. 눈 확장이 자꾸 반복되니 그때부터 눈이 변하는 순간 - 내 오른 어깨가 후퇴했다가 맞받아친다. 내 카운터가 점점 강해진다. 강해지는 것보다 응축해서 치려고 한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하면 움직인다. 움직이면 이미 생각한 거다. 문장을 찾는 나를 대신해 시간을 못 참는 본능? 그게 먼저 움직인다. 행동이 지금의 내 상태다. 왜 이러지? 내가 진짜 선수가 되려나?

 “지친다. 못 온다!”

 관장이 저 녀석을 놀리기까지? 들어라, 이거다. 공격하라 이거다. 나한테는 들어올 때 제대로 카운터 걸어보라는 소리 같다. 관장 말에 약 올라서 달려들어라! 창피해서 진짜.

 “갔어. 갔어. 밀어. 밀어!”

 다시 원투. 나도 한번 뒤로 물렀다 원투.

 뭐 이렇게 똑같냐.

 나도 용가리 통뼈 재주는 없다만 뭐 씨발 다른 건 없니?

 근데 내가 지금 이걸 왜 하는 거지?

 

 

 

 

 3편에서...

 

 

 

가지 마오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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