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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공룡 17

작성자잇빨중사|작성시간22.07.27|조회수183 목록 댓글 0

 

 “그것이오. 나도 양심이 있다.내래 악인이라고 뵐 거이야. 그러는 당신들은 악이 아임? 없음? 고의든 아이든 악을 파생하디 않아? 지난번 당신들이 소재지를 따릴 때 인민 사민이 죽었다. 여럿 장사 치렀다. 군인은 나도 말 아이 한다. 그건 악 아이오? 그 사민들 무고하다. 악이 꼭 의도를 가지고 오기만 하나. 아니오. 우린 산보하다 개미도 밟고 지렁이도 밟아 죽인다. 배를 채우려 무고한 즘생도 잡아먹는다.”

 아우 졸려. 그래도 말을 섞으면 안 되지.

 ‘동무...... 윗도리가 참으로 근사해...“

 역시 말은 잘해. 말은 화려해.

 “나도 인간이란 거이야. 내 과오를 아이 덮는다. 용서 바라디 않아.”

 “그럼 나도 실수라 생각하면 되지 아임?”

 오호, 양심과 도덕이 춤을 출라 그러네? 계속해봐.

 “그리하여 내가 아이 말하니! 난 나의 괴오를 알고 인정한다. 정말로 속 깊은 이야기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이. 증명할 도리 없으니까나. 다시 말하오. 난 죽은 줄 알았다. 지난겨울에 어이되었든 죽었다고 생각했다. 넘어선 생각이지만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아이 하였다. 기래 오늘이 되었고 이 모양이다.”

 기대감이란 좋을 거야. 조금 더 해 봐. 졸음이 깰라 그러네.

 “턱을 덜 맞았나? 말 참 많아. 사람이 혀가 문제라니까.”

 그나저나 다리가 너무 힘들어. 걷기만 하다 보이, 양반다리가 너무 힘들어. 쥐가 날라 그러네. 이 뜨끈한 바닥에 양반다리를 지지고. 다리를 타고 허리로, 허리에서 위로 위로 얼굴까지 후끈거리네. 내 눈알이 용광로 같아. 허벅지 아래 살이 타, 불타. 지금 일어나면 다리가 저려서 일어 못날 것 같아.

 “몰라서 한 일까지 다 책임지면 벗어날 사람이 어이가 이서!”

 “그래?... 나도 널 몰라.”

 이 실수 어쩌냐.

 “우린 친구 아니갔소?”

 동무는 어디 갔나. 동무도 그 뜻이 있지 아이한가?

 “그걸 말해보아. 지금 네가 읽은 두꺼운 책처럼 평등한다니, 그거.”

 “......”

 “... 평등하다 바로 말할 줄 알았는데?... 생각이래 없는 거이 아니구만.”

 “그건, 그건, 내가 말할 수 없다. 난 녹을 먹고 있다.”

 “그러니까 동무가 지금까지 한 행동이 평등한 거냐고 묻디 않아!!!”

 

 문득 떠오른다. 거지들 노래에도 들어 있다. 여자 미색은 위험하다. 미색에는 살이 깐다는 것. 殺. 억지로 거기 끼워 넣은 놈의 자지도 殺이 끼는 거지. 그래서 사람을 죽여도 돈과 여자가 끼면 개가 물어뜯은 것처럼 그치지 않고 가. 그중 최고는 여자지. 여자 따울러 돌아버린 남자지. 여자는 눈 맞으면 도망치는 것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야. 이런 집사람을 가진 만복이는 어떤 기분으로 살았을까. 그리고 저 아래 섬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은 거지. 만 개의 복을 가지란 명명의 친구야. 하나는 빠졌구나. 고통스럽게.

 

 똑. 똑.

 ‘역시,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니까.’

 내가 말마따나 벽창호 안에 있는 거 몰라?

 “흠. 컥. 흠!”

 침투 동기 헛기침.

 ‘내가 들어가서 해줄까?’

 두드려준 건 고맙다. 스르르 눈이 감길 뻔했어.

 “여보. 이분에게 밥이나...”

 

 여보. 여보?

 

 안 보인다. 나는 없다. 내가 있는데 내가 안 보인다.

 와 이렇게 아무 소리도 아이 들리지? 신기해.

 아, 이런 거였구나. 만복상이 말한 것이 이것이구나. 이 정도면 내 역사에서 내가 저술가이자 최초의 카인이 아닌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건 내가 하는 것인가? 하지만 이미 했어! 되돌릴 수 없어1 물고기가 파닥이고, 죽었던 소가 다시 살아나 파닥이고, 은총이 분수로 나린다. 이거이 첫눈인가? 빨간 눈도 나려?

 ‘피 다 빠지면 배를 따라. 먹지 마. 빠지고 나면 먹어!’

 아무렴 끝나는구나.

 은색이 적색으로 물들어 뚝뚝. 이제 똑똑 창호를 치지 않갔구만.

 문이 열리고 두 얼굴이 들여다본다.

 “닫아!”

 여자.

 “어때? 너의 죄책심을 내가 씻어주고 갈까?”

 말은 하지 않아도 돼. 이 방에 그 누구의 말도 믿기지 않을 거니까. 나더러 믿으라고 하면 넌 이 자와 똑같이 된다. 알간?

 “혀가 도망갔니? 아, 기카고, 가위 이서?”

 여자. 난 이제 너에게 감정이 없다.

 “실 바늘은? 실은 깜깜한 색만.”

 

 더벅머리 수염에 모자 쓴 사람은 은빛 칼이 이상하게 어울려.

 

 맨처음 사람을 소고기로 만들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이 얼마나 강했는가 하면, 추워서 떠는 정도로 소름이 부들부들 지나갔다. 일부가 아닌 온몸 각각에서 흐르듯이 지나갔다.

 아, 난 역시 아니구나. 내가 짐승 백정은 되어도 인간 백정은 못 돼.

 난 그 소름, 찌르르 찌르르 온몸을 타고 흐르는 소름이 공포란 걸 알았다. 아니라고 말해봤자 두려움이란 걸 알았다. 양심 죄책감은 나중에 글로나 정리하는 좆 같은 말이고.

 긴데 말이야 동무! 야습에선 항상 맨 앞에 갈 놈이 필요해. 그 맨 앞 사람이, 양키 말로 포인트맨이, 소리를 내선 아이 될 대가 이서. 그리고 가로막힌 인간을 처리하지 않으면 본대가 목표에 가까이 못 가. 게릴라는 첫 총성, 첫 폭발음이 날 때 사람이든 건물이든 목표에 가깝게 붙어 있어야 해. 총으로 사람 죽이는 건 게릴라도 아냐. 정확한 목표를 확실히 공격해야 군인이지?

 그러니 포인트맨은 칼을 써. 난 안 하려 했지. 한번 경험으로 족하고, 내가 공포에 떨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또 손을 들더라 이 말씀이야.

 두 번째도 소름은 소름인데, 약간 기냥, 등에서 뒷목으로 약간 부르르 하다가 만 느낌? 처음보다 반절도 되지 않아.

 요만큼 고민이 되네? 이게, 지난번 그게, 두려움이었나? 아닌 거 아냐? 두려움은 두려움인데 공포라고 말하긴 좀 그래.

 공포 더하기 전율.

 그렇지.

 이런 말 하면 인간말종이랄지 몰라도, 사람이 거짓으로 그러면 쓰나...

 조금 지나니 소름도 사라져. 난 그 소름을 기다렸는데 말이야. 아니 내가 왜 소름을 기다리지? 그 차갑게 흐르는 전깃불 같은 것을 바라지? 몰라. 내가 알면 서당 훈장 하게?

 다 나 같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경험한 사람은 여기서 입을 다물어야 해.

 

 선홍은 몸 타고 흐르는 전깃불

 선홍은 가볍게 끓는 냄비의 보글거림

 선홍의 두려와 죄책은 ‘게릴라’로 물을 타요

 

 한번 먹고 돌아섰는데 또 허기가 지네

 

 걷다가 중간에 잠시 쉬었다가, 뛰다가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걸어. 걷는 중간에 낀 것은 찰라. 빼빼샤 둘과 카빈은 걸어.

 ‘시원하다. 곧 차가워지겠지.’

 가만, 뭐가 시원한 거지?

 

 이제 겨울이 온 것 같다.

 이제 온 것이로구나.

 

 돌아서면 겨울이 오고,

 다시 돌아서면 봄이 뻔뻔하다.

 지난겨울 육포들은 봄 되면 녹는가.

 일어나라 육포들아.

 왜 그래.

 Y. why?

 

 이제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옛날의 내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옛날의 나를 지나갔다.

 돌아갈 수 없으면 끝내야 한다.

 

 ‘뭐 하는 거지?’

 늙은 빼빼샤가 쓸데 없는 짓 같은 걸 한다. 빼빼샤 탄창을 빼더니 총을 얼굴 가까이대고, 정확히 말하면 귀 쪽에 대고 격발, 딱! 하고 다시 탄창을 낀다.

 나에게로 돌아오는 눈.

 “내래 겨울 전투를 치러서. 뭐가 뭔지 몰간?”

 몰랐다. 물어볼 시간도 없었고 물을 이유도 없었지. 있다고만 들었다.

 우리 중에 국군에서 온 사람도 있다는 거.

 그러니까 저 늙은 빼빼샤는 현역 국군인 거다. 분명하다.

 “슬슬 총이 위험해져.”

 이 말 듣고 안다. 총이 얼었는지 모르고 있다가 적이 와서 빵! 쏘려 하는데 총이 가만히 있는 거지. 교관도 말한 바 있다. 고참 빼빼샤는 문득 춥다고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공이가 때리는 소리를 확인해본 거다. 얼었다면 방아쇠 당겨도 총 안의 격발 뭉치가 앞으로 나가지도 공이가 때리지도 않는 거지.

 고참이 빼빼샤를 툭툭.

 ‘잘 봐둬라. 곧 겨울이 닥친다.’

 지난겨울 얼마나 추웠는진 내가 안다. 집에 있지 아이하고 걸어서 그런지 몰라도, 태어나 그렇게 추운 건 처음이었다. 총이 어떤 이유든 멀면, 소총은 챔버에 든 첫 탄을 공이가 때리기만 하면 총이 나가서, 그 온기로 좀 풀릴 수 있지만, 빼빼샤는 오픈 볼트 기관단총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격발 뭉치가 앞으로 나가면서 격발까지 된다. 고로 총이 열려서 안이 노출된 상태라 잘 언다. 빼빼샤의 장전 상태는 소총처럼 약실에 총알이 하나 들어간 상태가 아니라, 노뢰쇠가 후퇴해서 정지하고 탄창의 첫 총알이 대기한 상태. 그러나 오픈 볼트가 겨울에 더 잘 언다. 비 오면 물 들어가고 새벽이들도 잘 들어간다.

 그래서 빠빠샤는 노리쇠를 앞으로 놔두다가, 쏠 때 손잡이를 닫기고 사격으로 이어져야 한다. 겨울에는. 그러나 게릴라는 애매하다. 총을 쏘기 전에 장전하는 철커덕! 소리를 내니까.

 ‘저 양반이 국군이라면 뭐지?’

 겨울 전투를 치렀다면 전쟁 전에 내려왔단 소리 아니야? 흉내도 낼 수 없게 함경도 사람 맞는데? 해방 후 아주 일찍 월남해서 남반부에 편적이 되어서 입대한 것이야? 저 양반도 부모형제가 산당에 가입해서 군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종자가 나랑 비슷한데? 설마 인민군 출신은 아니겠지? 전선 남쪽 이민군은 거제도에 있어야 맞지 않아? 국군이겠지. 국군일 거야.

 늙은 국군 소속 파파샤가 손가락으로 왼 손목을 툭툭.

 알았어. 빨리 가자.

 “동무...”

 왜 목소리를 깔지?

 “담부터, 이딴 식으로 하문, 가만 안 두갔어.”

 

 짬프 동기는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른다.

 난 고개를 숙이면서 손을 든다. 알았어.

 “남의 것에 사적인 감정 관여치 말라우. 손가락이나 깨물리고...”

 말과 동시에 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으리란 것도 알았다. 그런 사람이다. 따지면 지금 셋 중 저 사람이 대장. 티를 안 해서 그래. 억지로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 우리를 보낼 때 저 사람을 최종 관리로 보낸 거구나. 변사는 내가 아니었어.

 “복귀는 내가 앞장선다.”

 

 ‘새 모자. 새 윗도리. 권총 하나. 두 개만 더 구하면 된다.’

 군인의 행군. 올 때와 같은 길, 원래 게릴라는 가는 길 오는 길을 달리 해야 한다. 누가 봤다면 매복 당한다. 어차피 매일 지나는 길목도 매번 바꾸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자주 다니면 길도 번들번들해진다. 그러나 지시.

 ‘이리로 해서 여기로 넘어서, 이리로 가. 가는 길에 다른 인민군 부대 없나 정찰도 겸이다. 기리고, 어지간하지 않음 총 쏘디 마라. 요즘 조용하니 뭐가 안 지나가. 전선이 고착되어서 그런지 빠른 서부전선 길로 내려가는 것 같다.’

 남하하는 인민군 중공군 부대들은 밤에 걸어서 이동한다. 낮에는 엄청나게 위장하고 연기도 내지 않으며 자고, 해만 지면 이동한다. 하늘에 뜬 것에 걸리면 죽는다. 이 지시를 어기고 낮에 불 피워 연기 냈다간 총살될 수도 있을걸? 인민군대가 상은 몰라도 벌 하나는 지독하게 준다. 무시무시하다. 적만큼 간부 무서워한다.

 온몸이 아직도 후끈후끈해. 언 몸이 걸으면 발부터 슬슬 열이 올라와야 정상인데, 걷기 시작해도 점점 추워만지네.

 구들장. 사람이 사는 곳이었어. 나도 지개로 나무 무척 해왔지. 일본놈들이 죄다 나무를 베어서 한 시간은 올라가야 쓸만한 화목들이 있다. 것도 점점 멀어진다. 동네 사람들이 똑같은 곳으로 올라가 남은 것들을 치니 더 더 높이 올라간다. 하루라도 쉬면 동네사람이 쳐서 해가니 더 멀어진다.

 ‘눈 내리기 전에 충분히 나무르 모아야 한다 이.’

 집채 만큼 나무를 해둬도 간신히 겨울나기 아슬아슬한 산골짜기. 나무를 해와도 돌려가며 무너트렸다가 쌓고를 안 해주면 밑에 깔린 놈들이 눅눅하다 썩어서 화목 도루아무타불 된다. 처마 밑에 갑옷처럼 나무들이 집을 두른다. 두꺼운 장작을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동네.

 ‘여긴 부산처럼 언제 뭐가 되니. 보란 듯이 될 수가 없나. 싹수가 그른 산골인가. 청진 나갔었다고 자랑하는 동네. 그래도 청진은 어디 내놔도 번듯하지.’

 돌아가는 길이 안 힘들길 바란다. 길을 알아서 그런지 어떨 때는 돌아갈 때 무척 빨리, 그러나 똑같거나 반대일 때도 있다. 지치면 돌아가는 길을 알아서 더 지루하고 힘들다. 종종, 산 아래서 숨어서 작전하다 필요할 때만 올라가면 안 되나? 생각도 했었다. 산 오르는 것이 지겨워 여간 짜증. 시간이 늘어지면 생각이 난다.

 스친다. 안 떠올리려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맘먹는다고 다 되지 않아.

이남 사람들은 북에 여름도 없는 줄 안다. 여름에 안 더운 줄 안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더위가 있다. 우린 저 아래서 한여름에 쪄 죽고, 그 사람들이 여기 올라오면 한겨울에 얼어 죽는다. 서로가 경험하지 못한 기온이다. 상상도 못할 거다. 겨울로 따지면 경기도 사람도 부산 겨울 무시한다.

 산에서 짐승이나 잡고 매나 잡는 동네로 생각한다. 우린 북과 남을 다 봤고, 남은 북에서 온 사람 말만 들으니 요해가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다 제 고향 잘났다 생각하지 않나?

 봄, 논밭이 갈리고 모도 심는다. 영원히 하얄 것 같은 색이 사라지고, 치마 중간은 동여맨 오만이나 아낙들이 중참을 들고 온다. 살랑거리는 따뜻한 바람, 숟가락으로 퍼먹는 밥. 찬은 별것 없어도, 삶의 내내 똑같다 – 배부른 것이 중요하다. 배가 차는 것이 대접이며 풍요로운 하루다. 닥닥 긁어먹고 태양 아래 발라당 누워서 잠시 코를 곤다. 아바이 동무가 발을 툭툭 칠 때까지.

 “멧돼지 온 줄 알았다. 마른 놈이 참...”

 또래들과 놀이. 돌을 던지고 작대기로 싸우고, 산천에 널린 먹을 걸 찾아 돌아다닌다. 먹을 것도 이남과 철이 약간 차이가 있다.

 길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그러면서 동네 그림을 망치는 까만 옷에 동그란 모자. 자전거. 콧수염에 길고 휜 칼을 찬 쪽발이 아저씨. 순사가 무섭긴 하나, 남과 같진 않았던 것 같다. 우리에게 함부로 지껄이다가도 문득 사방을 둘러보면, ‘시니타이 노카?’ 자전거로 한참을 달려야 안전한 지서로 복귀한다. 기력 좋은 아저씨나 젊은이가 틱틱거리면, 그걸 보고하려도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허벅지가 풀어져야 지서 앞에 자전거를 댄다. 그리고 또 보고하고, 문책 사항을 듣고, 또 자전거, 멀리서 검정 옷이 낑낑 자전거를 타고 오면, 높은 데 애들이 뭐라도 때려서 알린다. 동네가 다 아니까. 다수의 하얀 옷 속에 기세 번득이며 권위를 자랑하는 검은 옷.

 자전거는 도착하고, 순사는 뻐꾹새 우는 산골이 무서워 칼집을 손으로 잡아 사람을 찾는다.

 없다? 그럼 어째. 내일 다시 오시구랴. 아니면 도라꾸에 순사 잔뜩 태워서 올 수 있어? 너, 밤에 여기 올 수 있어?

 우린 알았지. 문제 되는 건 순사가 쓰러져 발견되는 것. 난리통 북새통 여차하면 마구 잡아간다. 동네를 다 잡아가. 그때 이후로 사라진 순사는 누가 묻었나 봐? 수색을 하시구랴. 나는 못 봤는데? 우리 동네는 못 봤는데?

 앞뒤로 인적 없는 고갯길. 넘어오면 고함을 질러도 고개 반대편에 안 들린다. 그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면? 너희는 애라서 또 무시할 거니? 좀 긴장하던데? 왜 그랬대?...

 ‘순사 무서운 줄 모르네?’

 ‘지서 끌려가서 떡이 되도록 맞는다, 너.’

 ‘좋은 생각 하자우.’

 하긴 뭘 해. 나무를 하도 베어서 해마다 산이 벌거숭. 고릿고개에 나뭇껍질 벗겨 먹는다는 것도 속담이 되었다. 벗길 나무가 없어. 남아 있는 나무에도 무엇을 칠해놓고 ‘건드리면 지서 간다.’ 수탈은 악랄했다. 공산당이 교대했지.

 지워지진 않아. 일부러 지우려 할 수도 없어.

 길. 사람들이 오가는 길.

 우리보다 깊은 산중에 사는 사람도 많지. 이북은 화전도 시간이 짧아. 곱게 살던 화전민들도 니혼진들이 끌어내 호적에 기입하고 뭘 하라 말아라, 내라 말아라.

 이 길.

 

 난 이 땅에 꽃을 피우려 왔다

 멋있지 않니

 

 ’내 얘긴 다 구라다. 만복이가 너무 상심하여 말하기에 맞춰줬을 뿐, 너와 나의 말로 사람을 믿어? 난 그냥, 우리 집은 그냥, 아무 일도 아무것도 없었어. 내가 피난만 내려왔을 뿐이야. 까놓고 말하면 빨갱이 집안이야. 문자 많이 읽은 공산당이 골수고, 몰라서 공산당은 이 줄에 서 있으라서 그렇게 되었네? 하하. 뭐 즈그들이 알아서 잘 살겠지. 만복아! 내 캉  친구 아이가! 맞나???!!!‘

 어차피 만복이는 못 와.

 국군도 여기까지 못 올라와.

 전쟁은 갈라져서 시작해 갈라져 끝난다?

 그래서 손 좀 써줬다.

 친구야, 나 이런 놈이다.

 마, 됐나!

 ’혹시, 눈치챘니?‘

 난 빨갱이 집안인 걸 누가 알아볼까 겁났어. 간첩 사건이 부대에 터졌을 때 시껍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어. 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거꾸로 하면 약간만 밝혀졌을 경우 극렬 공산당이란 해명도 똑같이 가능해. 누가 알아. 나를.

 

 

 

 

https://www.youtube.com/watch?v=GzKF4065y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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