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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나무늘보

작성자할미새|작성시간23.09.16|조회수3,472 목록 댓글 0

 

내가 사랑한 나무늘보  
 글 / 할미새 향 

 

내가 눈을 뜬 시간이니 그는 지금 자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그는 내가 잠든 시간 엔 컴퓨터 앞에서 전쟁놀이를 했고
나는 꿈 속에서 그를 그리워 했다
 
절묘한 시간에 눈이 마주치면
밥을 차려 주었고
그는 내 생각에 도리질 치는 대답을 했다
외로울 수록 다가가게 하는
갈증난 대화,
 
그는 잠을 자면 동면에 든 곰처럼 좀처럼 일어날 줄 몰랐다
그에 대하여 잘 모를 때는 잠을  깨웠다
어찌나 화를 내는지 노여워 눈물이 났다
그 이후론
나는 그를 잠에서 단 한 번도 깨운 적이없었다

그는 나보다 어린 인생 새내기다 
나이기 많은 나를 그는  이모나, 어머니처럼
어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여자로 느끼지 않았다
다만 편안한 친구같다고 했다  
나만  그를  젊은 연인처럼 느끼고 사랑했다
나 혼자 스스로 여자가 되고 싶었고
누나 처럼  어머니처럼 그를 보살폈다
 
오직 그는 나무를 잡고 사는 나무늘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그의  나무인 셈이다
나무늘보와  다른 것은 나무에서 손을 놓기 싫어 하면서도
한 번도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잡는 절묘한 재주가 있었다
그는 심리 조정사였다
내가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재주였다   
나는 그의 생활 일체를 보살피는 도구였다
먹고 자고  입고 쓰는
그의 일상을 해 결해 주는 해결사인 셈이다  
개약 없는 무언의 계약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옭아 맨 그는
객관적으로 보면  무의도식하는  백수였다

어떤 조건 없이 만나
몇 개월을 그렇게 지냈다 
다달이 그의 방세를 내주어야 하고 담배를 사주어야 하고
계절에 맞는 옷가지를 사 입혀야 했다
그리고 어쩌다 한 공간에 머물게 되면 식단을 준비해 주어야 했다
그는 아무말 하지 않고  당연한듯  주는 것만 받았다
달라고 말  하지 않았지만 가끔  뉴앙스를 풍겼다
앞지락 넓고 눈치 빠르고 나이가 많은 내가 알아서 한 일이다

무엇이 나를 꼼짝 못하도록 만들었는가

 

나는 곰곰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의 정신세게에 매료 되어서다
그는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다 
오직 무심,
마음이 없다 ,마음이 없다
없다  있다 하는 그 말 차제도 없다
화두를 외우며 그 화두에 빠져 '
그 화두가 그를 가두어 버린 사람이다
그는 화두를 풀기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일각의 깨침을 향한 도의 길을 가는 사람
그는 하루에 한끼 정도 연명하면 된다는 주의다
그래도 나는 세끼를 고박 차려 주었다
비루먹은 말처럼 빼짝 말랏던 몸이 윤기나게 살이 올르고
이곳저곳 아픈 몸이 하나둘 건강하게 회복 되었다 
그는 먹는 것도  밝히지 않는다 오직 한끼의 식사와
커피와 담배면 하루를 살수 있는 사람이나  
나의 친절이 구속이라 느껴질 만큼 그에게 정성 쏟았다  

 

나는 그에게 있어 존경의 대상도 아니고
사랑의 대상도 아니고
오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도구에 불과 했다
다정한 메아리라도 듣고 싶어졌다
전혀 감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가끔 다른 카페 여자들과  히히닥거리며  대화를 하고 즐기기도 했다
나는 시샘을  했다
그는 질색을 했다
둘 사이 틈이벌어졌다가  풀렸다 톨아지기를 수 차례,
그는 집착을 버리라고 했다
집착 이전에 베푸는 나에대한 작은 마음이나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마음을 환자로 몰았다


나는 그의 도우미로서의 삶에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인연은 함께 가꾸는 것이라고  조그만 배려를 원했다
그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기 식으로 끌고 나갔다
점점  그 뒷바라지 하는 삶이 실증이 났다
그가 도를 트기 전에 내가 현실에 눈뜨는 기회가 되었다
더이상 이렇게 지낼 이유가 없어졌다 
결국은 나는 백기를 들었다

 

그는 앗살했다
바람처럼 가버렸다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

내가 뒤이어 달려갔다
전철에서 그를  만났으나  그는 냉정했다
그간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버렸다

내가 사랑 한 사람
그는 현실 도피의 몽상가 나무늘보 였고
나는 한때 그가 잡고 지냈던  나무였다

 

"보살은 주는 티도 내지말고
주었다는 생각도 말고 주어야 되는 거야"
그의 말을 기억하면 부꾸럽다

 

티를 내어 그가 나에게 실망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나는  그가 생각한 관세음보살이 아니고
관세음보살적 삶에 노력하는 인간이라고  속으로 뇌이며 
떠나가는 그를 향해 대오의 날이  오기를 빌어주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는 날까지 선연으로 머물 
비옥한 땅에 영양가 풍부한 젊은 나무를 만나길 발원했다

지금은  보나마나 자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한  귀여운 나무 늘보, 
늘 그랬듯이 내가 눈을 뜬 시간이니 말이다. (終)

 

D>S

십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기다림없고

그리움 없는 노보살이  되었다

그때 사랑공부에 도가  트인 모양이다.  
    

토지사랑 http://cafe.daum.net/tozis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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