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세이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2 어느 병동...어느 병실...낮설지 않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자는 환자복을 입고 잠들어있는 남자를 바라보더니 이것저것 사물함에 든 것들을 가방 안에 넣고는 잠든 남자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으…. 왔나?” 세월에 지친 혀끝으로 짧은 인사를 뱉어놓고는 남자의 방문이 익숙한 듯 얼굴에 그려진 피곤을 두 손으로 지우고 나더니 얼마 후 찾아온 남자의 뒤를 따라 걸어나가고 있었다 병원에 오래 있어서인지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 남자를 부축해 차에 오른 또 다른 남자는 시골 어느 마을 좁다란 길을 내달리면서 손짓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입가에 그려놓은 엷은 미소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한눈에 봐도 세월에 오래 담가놓은 토담집 작은 식당이었다 “우리 여기온 기억나나?" “난다..어찌 내가 그 기억을 까먹겠노 내 생일이라꼬 날 데꼬와서 국밥 사준 집 아니가“ “그 다음날 돈을 갚으러 갔는데 돈도 안 받고 학생증을 내주시면서 국밥 한 그릇까지 담아주신 게 인연이 되어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주 안 왔나“ “그랬디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밥을 먹고 가는 내 손을 꼭 잡고는 "니 안부를 묻더라“ “내를 기억하더나?“ “정말 좋은 친구 뒀다꼬” "....." "니가 그날 저녁에 다시 와서 밥값을 주면서 내 친구 오면 그 돈을 받지 마라 달라고 부탁하고 가더라는 말을 그때사 하시더라“ “할머니께 비밀로 해달라 캤는데" 그림자를 따라 온 달빛을 앉혀놓고 마시던 술잔에 달이 차오르는 걸 보고서야 “그만 일 나자....” 그렇게 창밖과 창안 사이에 머문 추억 묻은 이야기를 끝으로 일어선 두 사람은 밤을 재우고 나온 햇살 꾸러미들이 방 안 가듯 머무른 뒤에야 눈을 떠 걸어 나오더니산 중턱에 옮겨놓은 작은 황토집 하나를 등지고 그늘망에 걸려있다 올라온 태양을 바라보고 앉았다 “내가 언제까지 저 태양을 볼 수 있을런지....” “이 사람 별소릴 다 하노 걱정마라..내보다 니가 더 오래 볼 테니까네” 새하얀 햇살이 주무르던 시간들이 어느새 사라져가는 길을 따라가던 시선을 멈춰놓고는 “이혼은 관계의 끝이어야만 하는기가?” “사랑이 관계의 시작이었다 아이가” 친구의 말에 의도하지 않은 대답을 하고선 할 말은 많은데 입에 물이 있어 말하지 못하는 물고기처럼 아지랑이 따라 흔들거리며 오는 봄을 바라보듯 남자는 아프기 전 아내에게 한 말을 떠올려 본다 “지금 당신과 나 사이엔 서로를 이해시키려는 말 보다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라는 아내의 말이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 현실을 더듬어 보다 침묵으로 아픔을 함께해주는 친구에게 미안해서인지 지나간 추억 하나를 끄집어낸다 “니 아직도 영숙이 생각나나?” “그 가스나는 진작에 잊아뿌따” “인자는 손자 있는 할매가 다 되었겠제?“ 우정이란 봇짐을 지고 오고가는 하루를 함께해주고 있던 두 사람은 “언젠간♪ 가겠지…. ♪푸르던 이 청춘 빈 손짓에 ♪슬퍼하며..차라리….♬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누구의 입에서 먼저 나온 노래인진 알 수 없지만 내가 우정을 안다면 그건 자네가 있어서라고 말하는 친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별들이 그려놓은 오선지의 악보를 따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의 한 토막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비워가던 두 사람은 달아오른 취기에 겸연쩍은 이야기 하나를 불쑥 꺼내어 놓는다 “니 컨닝하다가 이빨 선생한테 잡혀가꼬 뒤지게 빠따 맞고 너거 집까지 내가 업고 간 거 기억나나?“ “하모…….지나고 보니 내가 힘들 때마다 니는 언제나 내 옆에 있었던 거 같다“ “인자 알았나?” “친구야! 내일 눈 뜨면 어디 제일 먼저 가고 싶노 우리 어릴 적 놀던 개울가에 가보까나?“ 다음 날 아침을 따라 함께 온 햇살을 두 발로 밟으며 가을을 쐬러 나온 사람들이 있는 풍경 속으로 걸어 나온 두 사람은 “저기 봐 봐라....애들 옥수수 서리한다...“ “우리도 저 땐 저랬었는데...” 어릴 적 나고 자란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여기에서 지나가는 바람 같은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는 두 사람은 달빛에 얼고...햇살에 녹은...추억이 묻어난 지난 이야기들을 바람결에 넘겨 보면서 삶의 마지막 날까지 변하지 않는 우정이 있었기에 마지막 여정이 외롭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삶 그사이에 피어난 우정이 죽음 앞에 선 갈라서야 하는 운명 앞에 먼 길 떠난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오던 날 우정이란 것들 속에는 함께한 시간과 함께한 아픔과 행복들이 모두 채워져 있는 거기에 필 때가 아름다운 꽃보다는 질 때가 아름다운 잎처럼 살다간 친구를 떠올리며 눈물짓더니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둘이여서...함께여서...친구여서...곁에 없어도 우린 늘 함께 하는 거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 위 게시글은 작가(노자규님)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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