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사뭇,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조용한 이 새벽에
문득 생각나는 할아버지가 있다.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떻게 저리 정확히 90°로 허리가 꺾일 수가 있을까?
정말 신기하게 기역자로 걸어다니시던 할아버지가
내가 잠깐 거처했던 충청도 시골 이모님댁
이웃으로 이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나는 자빠질만큼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 것이었다.
평소 직각으로 걸어다니시던 할아버지는
꺾여진 그 상태로도 절대, 작은 키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분이 직선으로 일어선 키는 매우 기골장대한 것이었다.
나무 지게나 다른 지겟짐을 질 때마다
그 직각의 할아버지는
허리가 직선으로 꼿꼿이 일어서는 기적을
그 어느 댓가도 받지않고
말 그대로 공짜로 보여주시곤 했던 것이었는데
분명 90°로 꺾인 허리가 어떻게
지겟짐을 질 수 있는지도 신기했지만
그보다도 주변 그 어느것과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부드럽게 곡선으로 휜 것도 아니고
꼿꼿하게 꺾인
직각의 허리를 직선으로 펴지게 만드는
그 짐의 위력이 문득 생각 나는 건
지금 일직선에서 조금도 굽힐 수 없도록 만드는
내 허리의 꼿꼿한 통증이
혹시라도 내 허리가 그 할아버지처럼
직각에서 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어떤 삶의 방향을
지시하거나 유도하는 것은 아닐까?
그냥 쓸데없이 유추해 보는 새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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