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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즈우이

작성자세인|작성시간26.06.12|조회수8 목록 댓글 0



주상복합인 건물의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사는 집은
영업장을 주택으로 개조한 집이라서
사면이 유리창으로 둘러져 있어
겨울에는 햇살에 온실효과를 보지만
여름에는 싸우나로 변신하는 것이라
암막시트가 아니면 에어컨이 진땀을 내는 여름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넓은 암막시트를 혼자서 붙이는 기술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인데 그 중 하나가
유리창을 닦고 물을 뿌린 다음에 시트지를 밀착하는 것인데
그 분무기에 주방세제를 몇방울 떨어뜨리면
시트지의 밀착이 더욱 끈끈해진다는 것이라서
그렇게 만든 용액이었는데
돌돌 말려있는 시트지에서 끈끈함을 방지하던 보호막을 떼어내고
유리창에 찰싹 붙여주느라 그만
분무기 용액은 잊고 지나온 것인데
어느날 화분을 들여다 보다가 무심코 난잎에 분무기를 칙칙 뿌렸던 것인데
아뿔싸 그제서야 그 물이 순수한 물이 아니었음을 지각한 것이었다.

난 당장에 화분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기로 화초를 샤워하자 거품이 인다
이끼 위에서도 거품이 인다
주는대로 덥석덥석 받아 먹고 나서는
영락없이 골목에서 쭈그리고 토해내는 사람의
체액처럼 거품을 무는 것이다

그날 아침 ebs '세계테마기행' 프로에서
유목민의 집인 보즈우이를 만드는 과정이 방영되고 있었다
포플라 나무를 습기에 쬐어 휜다음
250마리의 양털로 짠 담요로 벽과 지붕과 문을 만드는 보즈우이.
창이라고는 천정 뿐인 동그란 집.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사는 나는
보즈우이가 정말 꿈속의 집처럼 느껴졌다
내게도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것일까?
잠깐 내 시야에서 스쳐가는 보즈우이가.
마치 내 고향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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