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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강원방

수행자의 노래 / 이상국

작성자세인|작성시간26.06.16|조회수44 목록 댓글 0



모차르트를 높여놓고 설거지를 한다

세제 향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설거지에는 설거지의 도가 있어

먼저 더운물에 그릇을 불리고

거품을 일으켜 애벌 씻은 다음

부드럽게 헹구고 물을 찌워

마른행주로 닦아 말리면 뽀송해진 그릇들이 좋아한다

어느 과정 하나 소홀하면 안 되고

깊고 얕고 넓고 좁고 그릇에겐 그릇의 품성이 있어

마땅히 예로써 존중해야 한다

아내는 내가 설거지를 해놓으면 좋아한다

어떤 때는 그릇에 얼룩이 그냥 있다거나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고 해도

그러한 지적으로 나의 공부는 나날이 깊어간다

애들이 식기 세척기를 사준다 해도

기계는 일은 알지만 살림의 도리를 모르고

마지막으로 행주를 짜 널고

바라보는 재계(齋戒)의 기쁨을 모른다

어떤 날은 이 일 말고 하는 일이 없기도 하지만

그릇을 닦는 일은 세상을 닦는 일이고

나의 경계는 나날이 높아간다





-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 창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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