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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강원방

러브 딜리버리 / 변혜지

작성자세인|작성시간26.06.20|조회수46 목록 댓글 1


지난번 삶에서 당신은 분명 나를 사랑했고, 그것은 틀

림없는 사실이다. 두 사람을 감쌌던 한때의 진녹색 우단

이불이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이불 속에서 벌어진 수많

은 대화의 목격자가 되어줄 것이다.



나의 말이 빚어낸 희고 동그란 알들이 당신의 품속에

서 노랗고 보송보송한 마음으로 부화하는 장면들은 정말

로 실존했고



이런 삶을 상상해보자. 그렇게 말하면

어느새 선물처럼 도착해 있는 순산의 순간들을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누리고, 또 누려왔으므로.



괜찮을 거야.



한 번쯤 빼앗긴다고 해도.



창밖으로 훌쩍 다가온 겨울은 이번 생의 내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쓰다 만 편

지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서



주머니 손난로를 쥔다. 마주 잡은 두 손이 마치 기도하

는 것 같지. 주머니 손난로는 일회용이고 이 삶도 마찬가

지다.



주머니 손난로를 흔들고, 흔들고, 다시 흔들어대며 나

는 겸사로 거룩하였고



야구 배트를 쥔 사람이 창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문학과지성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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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푸른 열정 | 작성시간 26.06.2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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