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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푀유 / 박세미

작성자세인|작성시간26.06.22|조회수52 목록 댓글 1


부드러운 첫 장을 걷어내니,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천 장에 한 장만이 당신을 살립니다.



손이 떨려서 다음 장을 걷어내지 못하고 몇 년이 흘렀다

빠르게 늙고 있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두 장, 세 장, 일곱 장,

열한 장, 스무 장......

나의 손은 다급했고

얇게 겹쳐진 평면들은 구겨지고 찢겨 날아간다



도대체 나를 살릴 한 장은 어디에......

밥을 챙겨 먹고 개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개는 코로 곳곳의 풀잎을 다 들추고 다닌다

그러다 어느 장에서, 아, 아니

어느곳에서 오래 머물며 냄새를 맡는다



집에 돌아와 개의 발을 씻기고 헝겊으로 꾹꾹 눌러 말려

주었다

개는 집 한켠에 수북이 쌓인 수백 장의 무덤에 가

킁킁거린다



그렇게 십수 년이 흘렀다

개는 이제 내 곁에 없다



몇 장 남지 않은 무덤을 걷어낸다 천천히

그러다 방금 걷어낸 한 장을 다시 덮어보니

나를 비추는 평면이다





[11시 14분],난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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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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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세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밀푀유는 프랑스어로 '천 개의 잎사귀' 라는 뜻을 가진 이름입니다.

    겹겹이 쌓인 모양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요리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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