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껍질은
수많은 버선을 화폭에 걸어놓고 떠나간 화가의 뒷모습
같기도 하지만
나는 내 몸을 싸고 있던 껍질을 벗자마자 그것을, 말끔
히 먹어치웠다
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 날 것을 짐작하지는 못했으나
나는 내게, 우월한 족속이라는 최면을 건 적 있다
높은 데로 비상하는 것은 내가 꿈꾸던 삶의 방식이다
그러므로 제 몸을 먹어치운 대가로 날개를 얻었다고 수
군거린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만
솔직히 볼품없고 징그러운 껍질을 세상에 남기지 않는
것은
내 우월감과, 공중과, 우유부단한 구름 때문이다
문제는 공중, 공중에는 또 수많은 공중이 있다
-공중을 들어올리는 하나의 방식, 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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