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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충청방

예보 / 오병량

작성자세인|작성시간26.06.13|조회수46 목록 댓글 0


며칠 비가 왔다

야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엔 꼬리 잘린 고양이도 있었다

볕에 익어가는 짚풀처럼 마른 가을이 오고 있었다

곧 죽을 풀벌레들과 이미 죽은 친구를 두드리던

고양이 몇은 밤에 자주 울었다

적막에 젖고 야산의 물은 아직 차갑게 살아서

흐르던 길을 거슬러 급히 차량 한 대가 멈춘 뒤

거의 동시에 다른 차량 한 대에서 여자가 내려왔다

어떻게 네가, 어떻게 너희가 여자는 절규했다

당신이 충분히 젖은 줄 압니다 하지만

지금 이 마을의 밤은 당신을 함부로 겪어요

가야 합니다 여자는 그렇게 흘러갔다

뻔뻔한 두 사람이 그 길을 따라 사라지고

그 길 위의 사람 없던 일처럼 물소리만이 졸졸 실려서

촘촘한 점선을 따라 길게 그어진 노트에

괜찮으면 나오라던 당신의 이름을 몇 번이나 적었다

안 좋은 결심을 했다는 너의 절실은

찢기 좋은 마음이어서 내가 너도 죽일까,

남자를 셋이나 죽인다는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안심하면서

단명한다는 또다른 너의 사주에 멎은 귀를 텅텅 두드리며

같이 죽자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렇게 푸른 핏줄이 엉킨 허연 손목을 바라보며

실선을 이어붙이면 절취선, 그 길을 따라 쭉쭉 그어지는 빗금 속으로

다시 비가 오는가,

미간에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고독처럼

사람을 끝장낼 수 있을까, 창밖 어디선가

물방울이 어린 쇠를 다그치고 있다

날이 선 백지를 천천히 넘기다 결국

맨 뒷장에 하나 적게 되는 것이다

이름이 필요한 이유다

일기를 적지 않을 것이다

고통을 많이 배우면 쉽게 용서하게 된다

문간의 제웅처럼 말 없는 네 입속에 고통을 적어녛는다

헤진 눈이 검게 흐른다

실선을 이어붙이면 절취선,

진눈깨비가 사방을 홀리고 있었다







[생일과 일생],난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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