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의 야간 작업으로 몇 명의 인부들이
어렵게 닦은 길을 쉽게 갑니다
예전의 길들은 갈 수 없는 길도 아닌 채
딴길을 얹고서 밑으로 숨었습니다
새 길은 텅 비었고 지내온 시간도 비워냈습니다
슬픈 약솜이 환부를 닦을 때처럼
청아하고 사늘한 이런 길이 내게도 있었습니다
지나쳐온 짧은 길들을 새 포장하고는
질서정연한 차선들 그려놓지 않은
덜 굳은 길이 내게도 있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부는 바람처럼 쉽게 지나가버린
바퀴 자국도 남아 있습니다
새 길은 덜 굳었고 옛길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길을 쉽게 갑니다
[극에 달하다],문학과지성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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