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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만물상

"제8화"- 머리속 영어 공장의 비밀!|

작성자chang |작성시간12.01.09|조회수82 목록 댓글 0

"제8화"- 머리속 영어 공장의 비밀!|

 

정철 선생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본인은 정철 학원과 아무 상관없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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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어순감각'과 '스피드영어엔진'을 알고나니 "나도 영어를 정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것들을 머릿속에 확실히 입력할 수 있는 과학적인 학습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좀 색다른 주제의 얘기를 해 보기로 하자.

옛날에 내가 한참 결사적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던 시절, 아무리 애를 써도 생각처럼 빨리 실력이 늘지 않다 보니 가끔씩 엉뚱한 생각이 들곤 했었다. 예를 들면,
"혹시 미국사람의 뇌를 영어부분만 살짝 이식 수술 받으면 영어가 술술 나오지 않을까?"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하고,
"우리가 말하고, 듣고, 읽고, 쓰고 있는 동안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머릿속에 들어가서 그 광경을 볼 수만 있다면 영어를 쉽게 배우는 비결을 찾아 낼 수도 있을 텐데." 이런 궁리까지 하게 되었었는데, 아마 독자들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여하튼 이런 참을 수 없는 궁금증 때문에 팔자에 없는 기억심리학이라든가 학습심리학, 심지어는 뇌생리학에 관한 책들까지 구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공부한 것들이 내 영어 공부뿐만이 아니라 나중에 영어 교수법을 연구하는데도 꽤 도움이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어를 잘 하건 못 하건 간에 모든 것은 우리의 머릿속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머릿속의 뇌 안에 필요한 것들이 제대로 들어가서 제대로 움직이면 영어를 잘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므로, 우리의 두뇌가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고 공부를 하면 같은 공부를 해도 훨씬 더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려 150억개가 넘는 뇌세포가 가득 들어차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바로 기억에 관한 일이다.

이 기억이란 것은 참으로 오묘한 것으로써, 도대체 어떻게 기억이 되고 어떻게 잊어버리는 것인지, 또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여서, 오래 전부터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왔었는데, 그 동안 별로 시원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다가 최근에 와서 fMRI, PET...등 인간의 두뇌가 활동하는 모습을 투시할 수 있는 각종 첨단실험장비들의 등장으로 그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근래에 발표된 연구결과들 중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지만, 여기서는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에만 국한해서, 되도록 어려운 학술용어는 쓰지 않고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다음의 내용은 주로 1996년에 Earl Stevick이 발표한 내용을 참고로 하여, 알기 쉽게 '의인화'해서 쓴 것이다.

옛날에 본 영화 중에 "마이크로 특공대"라는 미국영화가 있었다.

유명한 육체파 여배우 '라퀠 웰치'가 출연해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던 공상과학 영화인데, 거기보면 새로운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작은 세포 크기 만하게 축소된 과학자들이, 잠수정을 타고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서는, 심장으로 잘못 들어가 죽을 고생도 하고, 폐에 들어가서 공기도 보충하고, 뇌에 들어가 뇌수술도 하고 하면서 각종 모험을 한다.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가 '마이크로 특공대'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우리의 머릿속 뇌에 들어가 보기로 하자.

잠수정을 타고 머릿속으로 들어가 조금 가다보면 잠실종합운동장의 몇 배가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둥그런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우리의 기억을 관장하는 '기억정보쎈터'인 동시에, 우리가 들어가 보려고 하는 바로 그 '영어공장'이다.





좀더 가까이 가보면 건물의 앞쪽으로 커다란 문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신체 각부분에서 모여드는 각종 정보들이 들어오는 입구이고, 또 하나는 처리된 정보들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지는 출구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면 마치 거대한 도서관 같은 모습인데, 입구 쪽에 둥그런 사무공간을 남겨놓고는 나머지 넓은 면적에 수천 개도 넘어 보이는 책장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서 있고, 그 책장에는 각종 자료들이 빼곡이 꽂혀 있는 게 보인다.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평생 살아오는 동안에 쌓인 모든 기억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인데, 앞으로 이 기억자료들을 *'파일(File)'이라고 부르고, 또 이 파일들이 꽃혀있는 책장을 *'파일박스(File Box)'라고 부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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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로 딱 맞는 발음이 없어서,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그냥 부르기 편하게 '파일'이라고 하기로 한다. 혹시 발음이 영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파'를 발음할 때 위 이빨로 아래입술을 살짝 물면서 발음하면 된다.

입구에 있는 사무공간에는 조그마한 '작업대'가 몇 개 있고, 각 작업대에는 '작업원'이 한 명씩 앉아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각 작업대들은 전문분야별로 '계산담당', '언어담당', '공간지각담당' 등. 제각각 맡고 있는 일이 다른데, 우리는 그 중에서 '언어담당'이 일하는 모습만 살펴보기로 한다(이 작업대를 영어로는 보통 'work table'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입구', '출구', '파일박스', '작업대'들 사이의 공간에는 거미줄같은 신경망들이 빈틈없이 퍼져 있다.

이것이 대충 둘러본 기억정보쎈터의 내부모습인데, 이제부터 그 안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그 움직이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그런데 지금부터 설명하는 내용이 워낙 중요한 만큼 수준도 그리 만만치 않으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어나가시기 바란다.

자, 그러면 좌석벨트를 단단히 매고, 출발!


먼저 입구로 가보면, 신체 각 부위로부터 각종 정보들이 쉴새 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는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언어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눈과 귀에서 보내진 정보가 입구로 들어오면

1) 그 정보로 부터 나오는 전자파가 거미줄같은 신경망을 타고 주위의 '파일박스'들로 퍼져 나가고,
2) 그 전자파에 자극을 받은 '파일박스'들로 부터, 각종 관련자료들이 역시 신경망을 타고 작업대로 몰려든다.
3) '작업대'에 자료들이 도착하면 '작업원'이 그것들을 「비교·검토·종합」하는 작업을 시작하는데, 작업도중에 추가 자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계속 파일박스로 신호를 보내서 필요한 자료들을 불러 들인다.
4) 드디어 작업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출구'를 통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같은 내용을 '파일박스'로 보내서 보관시킨다.

5) 간혹, 그 결과자료를 보관할만한 마땅한 '파일박스'가 없을 경우에는 그냥 '작업대'옆의 임시보관장소에 놓아둔다.

자, 이상이 작업순서의 개략적인 줄거리인데, 기억을 할 때나 기억되어 있는 것을 바탕으로 외부정보를 판단할 때 대부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이번에는 실제로 영어를 듣고 말할 때 이것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영어를 꽤 잘하는 사람이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을 때, 머릿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면,
"He was killed"라는 소리 정보가 입구로 들어와서 신경망을 자극하자, 관련 파일박스로 부터 '소리' '문법' '어휘' 등의 관련 자료들이 '작업대'로 보내진다.
'작업원'은 그 자료들을 재빨리 비교 검토한 뒤 "그는 죽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는 '어순감각'에 의해, 거기에 이어지는 추가 정보가 들어올 것 같으니 미리 대기하라는 신호를 입구와 파일박스로 보낸다(이렇게 '미리 예측하고 대기'하는 것을 'predicting'이라고 한다).
연속해서 "in a car wreck"이라는 소리 정보가 들어오면, 역시 같은 식으로 "자동차 잔해 속에서"라는 뜻을 알아낸 뒤, 방금 전에 작업이 끝나 작업대 위에 대기하고 있던 "그는 죽었다"는 이미지와 결합시켜, "찌그러진 자동차 속에 죽어 있는 한 남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는 역시 어순감각에 의해 다음에 들어올 정보를 기다리고 하는 식으로 계속 작업이 진행된다.
글로 묘사를 하다보니까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일상생활에서 듣고 말하고 있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여러 단계의 작업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살펴본 예는 소리, 어휘, 문법, 어순감각 등 영어관련 '파일'들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이다.
이 상태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자주 함께 취급되는 파일들을 아예 '묶음'으로 정리해 놓아서 웬만한 내용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 처리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Native와 흡사한 'Near Native'의 상태까지 발전할 수있게 된다.

그러나 영어가 잘 안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소리파일'이 일본식이나 우리말식으로 되어있어서 무슨 단어들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어휘파일'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단어 뜻을 생각하다가 시간이 그냥 지나가고

'어순감각 문법파일'이 복잡한 옛날식으로 되어있어서 이리저리 해석하느라고 애쓰는 동안에 뒤따라오는 문장들을 놓쳐 버리는 등의 증상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영어를 제대로 잘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머릿속에 '소리', '어휘', '어순감각' '스피드문법'들의 기억파일들을 제대로 갖추고, 또 이들을 불러내서 처리하는 속도가 Native수준이 되도록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현상들을 좀더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귀나 눈을 통해서 입구로 들어온 정보가 그대로 작업대에 올라오는 것이 아니고, 항상 파일박스에서 불러낸 관련 파일들을 바탕으로 기억이나 판단작업이 이루어진다.

같은 돼지소리를 들어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꿀꿀'이라고 들리고, 미국 사람들에게는 'Oink Oink'라고 들리는 것은, 머릿속에 그렇게 입력되어 있던 관련자료들을 불러내서 이해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식이나 한국식발음으로 소리파일이 채워져 있는 사람은 Native Speaker 발음으로 바꿔넣는 훈련을 해야 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영어를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Native의 소리로 기억파일을 채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일단 한 번 잘못 만들어진 파일은 나중에까지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Oh, Carol"이라는 미국노래가 한창 유행했었는데, 그 가사중 "I'm but a fool"이라는 대목을 우리는 그냥 "아임 바다풀"이라고 따라하면서 "무슨 바다속에 있는 풀인가보다"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나는 바보일 뿐이야"라고 들리지를 않고, "나는 바다풀이야"라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둘째) 파일박스를 아무리 뒤져봐도 관련 파일이 없는 정보는 작업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약 1초 정도 지나면 그냥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영어의 소리, 문법, 어휘 등의 기본적인 기억파일들이 부실한 상태로는 아무리 하루종일 TV를 틀어놓고 AFKN이나 CNN방송 등을 열심히 듣는다 하더라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소음처럼 들리는 대로 그냥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자꾸 듣다보면 언젠가는 귀가 뚫리겠지"하고 아무리 기다려 봐야 실력은 늘지 않는다.

셋째) 그러나, 그런 생소한 정보들도 똑같은 것이 계속 반복해서 들어올 때는 중요한 것이라고 인정되어서 기억파일로 저장된다.

따라서 웬만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같은 내용을 반복해 들어서 머릿속의 기억파일들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작업원'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을 하고 있는 도중에 다른 일거리가 들어올 경우에는,

'작업대' 한 귀퉁이에 그냥 대기시키거나,

먼저 하고 있던 일을 옆으로 밀쳐 놓고 새 일거리를 받아들이거나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자료들이 '작업대'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짧아서, 이렇게 정보들을 파일로 정리하지 않고 그냥 '작업대'위에 방치해 두면 20초도 채 지나기 전에 증발해 사라져 버린다.

종래에는 이렇게 작업 중에 있다가 금방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단기 기억(Short Term Memory)'라고 불렀으나, 근래에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라고 부르는 학자들이 많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방금 전에 인사를 나누며 외워뒀던 상대방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전화번호부에서 찾아서 외웠던 전화번호를 동전을 찾는 새에 그만 까먹어서 다시 번호부를 뒤진다든지, 또는 금방 사전을 찾아 외워두었던 단어의 뜻을 그 다음 단어 찾는 새에 그만 까먹어서 또 찾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작업대 위에 놓여 있다가 날아가 버린 '작업기억'의 예이다.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한탄들을 하곤 하지만, 이렇게 '돌아서면 까먹는' 것은 '작업기억'의 특성상 자연적인 현상으로써, 꼭 기억해둬야할 중요한 것이라면 보다 강력한 학습방법을 사용하여 '기억파일'로 보관을 해둬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돌아서면 까먹는' 현상이 반복될 뿐이다.

다섯째) '작업대' 주변을 살펴보면 미쳐 '파일'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그냥 그 근처에 '임시로' 쌓여 있는 자료들이 있는데, 앞에서 말했던 '작업 기억'의 지속시간(20초)보다는 오래 가지만, 이것 역시 그 상태로 그냥 방치해 두면 얼마 안가서 사라지고 만다.

이렇게 그냥 임시로 쌓여 있다가 사라지는 자료들을 '임시 기억(Holding Memory)'라고 부르고, 파일 박스 안에 잘 보관되어 있는 자료들을 '영구 기억 (Permanent Memory)' 라고 부른다.
우리가 하는 모든 학습의 최종목표는 바로 이 '영구기억'을 만드는데 있다.

학교 다닐 때 '당일치기'라는 것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시험 전날 밤새도록 달달 암기를 해둔것들이 막상 시험지를 받아들고 답을 쓰려고 하면 캄칸하게 생각이 안 난다든지, 다행히 답을 쓰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하더라도 며칠 뒤에 생각해보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임시 기억'의 대표적인 예인데, 영어공부를 하다 보면 그런 경우를 수없이 겪게 된다.
외운지 몇 시간도 안돼서 까먹고, 또 외우고, 또 까먹고 하다가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쁠까"하고 한탄을 하며 그만 포기하고 만다.
그런데 참으로 맹랑한 것은 그토록 외우려고 애를 쓰는 것은 잊어버리면서도, 그냥 재미로 보았던 영화 같은 것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아무리 애를 쓰며 노력을 해도 기억파일로 확실하게 보관시키지 않은 것은 '임시기억'상태로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고, 영화 같은 것은 별다른 노력 없이 그냥 재미로 본 것이라 할지라도 강력한 '영구기억'중의 하나인 '에피소드 기억(episodic memory)'로 단단히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에피소드 기억 얘기가 나온 김에 좀더 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억의 대부분은 이 에피소드 기억으로써, 일부러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서, 부엌 찬장 어디에 무엇이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든지,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기억한다든지, 10년전에 살았던 동네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든지, 일주일전 동창회에 누구누구가 나왔었는지 생각해 낼 수 있다든지, 또는 어떤 단어나 문장을 들었을 때 '어떤 장면에서 들었던 것이다'하고 생각나는 등의 생활속 기억들이 바로 에피소드 기억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던 장소나 환경 자체가 기억파일로 보관되어서 그 안에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담고 있는 형태인데, 기억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한 '영구기억'의 일종이다.

학습에 관련된 기억의 종류에는 이것 외에도, 단어의 뜻을 기억하는 '어의적 기억(semantic memory)'나,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생각해내는 '논리적 기억'등이 있지만 이것들도 결국은 그 뿌리가 '에피소드 기억'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에피소드 기억'과 함께 했을 때 더욱 강력한 기억이 된다.

영어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도 이 '에피소드기억'의 원리를 이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영어의 '소리', '어휘', '문법', '관용표현' 등도 그냥 낱개로 공부할 때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쉽지만, '에피소드 기억'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실감나고 재미있는 내용 안에서 기억의 원리에 맞게 공부를 하면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다. 보았던 영화 같은 것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한 구체적인 학습방법들은 앞으로 계속되는 이 책의 뒷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니까 여기서는 이 정도로 마감하고 다음 여섯번째 중요사항으로 넘어가기로 하자.

여섯째) 밥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밥알을 하나씩 집어먹는 것보다,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으면 같은 시간에 훨씬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이, 머릿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서 다음과 같은 숫자를 기억한다고 치자.

00112125550515

이것을 그냥 숫자로 기억하려면 열네개의 숫자를 순서대로 전부 다 기억해야 하지만,

001 국제전화

1 미국의 국가 번호

212 뉴욕의 지역 번호

555-0515 오오오,영어일어 ⇒ 정철학원 전화 번호

이런 식으로 생각했을 경우에는 '국제전화/미국/뉴욕/정철학원' 이렇게 '네 개의 개념'만 생각하거나, 좀더 간단하게 '뉴욕의 정철학원'이라고 '하나의 개념'만 생각해도 열네개의 숫자가 자동적으로 생각난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한 개의 덩어리로 취급되는 단위개념을 '청크(Chunk)'라고 하고, 또 이렇게 여러개의 조각들을 하나의 '청크'로 묶어서 이해하는 것을 '청킹(Chunking)'한다고 한다.
'밀러(Miller)'라는 학자가 맨 처음 사용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게된 용어인데, 알아두면 꽤 유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00112125550515'를 그냥 숫자로만 보면 14개의 '청크'이고, '국제전화/미국/뉴욕/정철학원'으로 보면 4개의 '청크', '뉴욕의 정철학원'이라는 하나의 덩어리 개념으로 보면 1개의 '청크'가 된다.
따라서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기억에 부담되는 정도가 '14 : 4 : 1'로 많은 차이가 난다.

이 개념은 머릿속에서 영어를 처리하는데도 마찬가지이다. 'He was killed'라는 문장을 작업대에서 처리할 때, 알파벳단위로 보면 11개의 청크이고, 단어단위로 보면 3개의 청크이고, Native정도의 수준에서 보면 그냥 '그는 죽었다'는 뜻의 청크 한 개가 돼서, 머릿속에서 처리되는데 걸리는 시간과 부담이 '11 : 3 : 1'정도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영어를 이해하는 속도는 한 번에 몇 단어를 한 묶음으로 '청킹'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아까 처음에 비유했던 것처럼, "젓가락으로 밥알을 한알 한알 집어먹는 것과 숟가락으로 듬뿍 듬뿍 퍼 먹는 것을 비교할 때 어느쪽이 밥 한그릇을 빨리 비울수 있을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를 들어서 1초에 단어 한 개씩을 청킹하는 실력이면 1분에 60단어를 처리하는 60wpm의 속도밖에 안되지만, 두 단어씩 청킹하면 120wpm, 세 단어씩 하면 180wpm, 네 단어씩 하면 240wpm이 된다.
이 정도만 되어도 영어생활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속도이지만, 좀 더 숙달되어서 1초에 평균 네 단어 짜리 청크를 두 개씩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머릿속에서 무려 480wpm정도의 속도로 영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영어로 하는 것이라면 별로 겁날게 없는 수준이 된다.

실제로 동시통역사가 한편으로 들으면서 거의 동시에 다른 언어로 바꿔 말할 수 있는 것은, 웬만한 내용의 말들은 어순감각으로 미리 예측하면서, 10여 단어 이상되는 긴 문장들까지 그냥 한 덩어리의 뜻으로 묶어서 빠른 속도로 청킹을 해나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영어에 능통하게 되기 위해서는 머리 속의 영어파일을 제대로 채워넣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대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단어의 숫자를 늘리면서 그 처리속도를 빠르게 할수 있도록 '스피드문법'과 '어순감각'을 '자동화'하는 훈련이 아주 중요하다.

자,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영어가 어떻게 기억되고 회생되며 처리되는지, 또한 모처럼 하는 공부를 시간과 노력의 낭비 없이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았다.

할 수 있는 한 알기 쉽게 설명하느라고 나름대로 노력하기는 했지만 워낙 주제가 주제인지라, 얼마나 쉽게 이해가 되셨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혹시 그것들이 선명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앞으로 계속되는 내용에서 그 원리를 바탕으로한 구체적인 학습방법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예정이므로, 그냥 죽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히 그 이치를 터득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계속 읽으시기 바란다.

자, 그러면 이 장에서 공부한 내용의 결론만 간단히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하자.

첫째, 영어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머릿속에 '기억파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둘째,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구기억파일'을 만들 수 있는 학습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며
셋째, 그것들을 머릿속에서 처리하는 속도가 Native를 능가할 정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청킹'을 크고 빠르게 하는 '스피드문법의 자동화'가 중요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러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해서, 영어를 배울 때 미국땅에서 배우는 것과 한국 땅에서 배우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또 그에 따라서 학습방법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기로 하자

 

출처 : 카페, 다음 너희가 세계와 미국영어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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