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여울 마을에서 (2026.06 07)
골목이 좁아질수록
바다는 더 넓어진다는 것을
이 마을에 와서야 알았다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 아래
빨랫줄 하나 흔들리고
그 흔들림조차 누군가의 생애였을 것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생각한다
나도 한때는 가파른 길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올랐었다고
지금은 난간을 짚은 손등에
가랑비가 내려앉고
그 위에 새겨진 주름마저 다정하다
집들은 늙어가며
색을 잃지 않는 법을 안다
파도에 갈리고 갈려서도
더 단단한 흰빛으로 남는 법을
여울이라 했던가, 이 동네는
잔잔히 흐르다가도
어느 순간 가장 깊어지는 물결
나는 그 물결 앞에 서서
오래전 떠나온 길의 끝이
결국 이 푸른빛 하나였음을
늦은 가랑비처럼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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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해드렸던 늦은 부산 여행기의 못다 한 이야기입니다.
마음에 차오를 때까지 다듬느라 이제야 꺼내놓네요.
흰여울의 푸른 바다가 여러분의 마음에도 잔잔히 번지길 바랍니다.
https://youtu.be/_8wTn-ptDAM?si=XESC-YHJcI9p8ch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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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라온미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0 예전엔 저도 어수선한 간판이나 삐뚤빼뚤한 시골 건물을 보면 괜히 아쉬웠는데, 요즘은 그 불협화음이 왜 이렇게 정겹고 푸근한지 모르겠습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건축적 자유'와 진짜 삶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나이가 들며 우리 것에 대한 멋을 알아가는 거겠죠?
언제나 제 글을 찬찬히 읽고 온기 가득한 생각을 나눠주시는 모란님이 계셔서 참 든든하고 기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
작성자아씨짱(부여) 작성시간 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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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라온미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1 new
아씨짱님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작성자미륵(운영진, 서울) 작성시간 26.06.20 마을 이름이 예쁘네요
여행후기도 시가 되는
라온님의 글 잘봤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라온미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0 미륵님, 마을 이름이 워낙 예뻐서 그 아기자기한 풍경을 글로 다 담지 못한 게 내심 아쉬웠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반전은... 이거 여행후기가 아니라 진짜 '시'로 올린 거였다는 사실! ㅋㅋ
시를 썼는데 여행후기 감성까지 완벽하게 전해졌다니, 본의 아니게 일타쌍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버렸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