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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몬스터]히드라 (Hydra)

작성자레자러스|작성시간05.03.02|조회수125 목록 댓글 0
 

고대 그리스 남부의 대도시 아르고스 근처에 레르네(레르나)라는 늪지가 있었다. 그 늪지에는 독룡 히드라가 있었는데, 이 용은 그리스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싸운 것으로 유명하다.


히드라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물뱀’을 뜻한다. 태풍의 신 티폰과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의 몸을 가진 여자 괴물 애키드나 사이에서 태어난 괴물들 중의 하나로, 이름 그대로 거대한 물뱀 또는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히드라는 보통 뱀이 아니었다. 아홉 개의 목(목의 수에 대해서는 다섯에서 백 개까지 여러 설이 있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여덟 개의 목은 죽일 수 있었지만 가운데 있는 하나만은 불사신이어서 설사 완전히 잘리더라도 죽지 않았다. 게다가 목을 하나 잘라내면 새로운 목이 두 개 더 생겨났다.


히드라가 내뿜는 숨결이나 피부에서 스며나오는 점액에는 강력한 독이 포함되어 있었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이 독은, 들이마시거나 닿기만 해도 온몸의 살이 썩어들어가 모든 생물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강력해서 신들조차 독을 막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히드라는 어느 때부터인가 아르고스 근처의 레르네에 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레르네 늪지의 아미모네라는 샘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밤의 어둠을 틈타 샘에서 기어나와 나그네와 가축을 덮쳐 잡아먹곤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밤에 바깥에 나가는 것을 삼가야만 했다. 또한 히드라의 독이 늪지의 물을 오염시키는 바람에, 늪지를 수원으로 하고 있던 아르고스에서는 마실 물도 부족하게 되었다.


영웅 헤라클레스는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되는 조건으로 수많은 난제를 부여받았다. 그 중에서 두 번째 과제가 레르네의 히드라를 퇴치하는 일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조카 이올라오스가 끄는 전차를 타고 독의 늪지를 지나쳐 히드라가 숨어 있는 샘에 당도했다. 그가 히드라의 소굴 주위에 장작을 놓고 불을 피우자 뜨거움을 이기지 못한 히드라가 샘에서 기어나왔다. 도망치려는 히드라에게 헤라클레스가 달려들었다. 히드라는 길고 강력한 꼬리로 헤라클레스의 몸을 죄려고 했지만 헤라클레스는 그 이상의 힘으로 히드라를 들어올렸다. 히드라는 독의 숨결을 헤라클레스에게 내뿜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가 두르고 있던 사자 가죽에는 통하지 않았다. 그 틈에 헤라클레스는 막대기를 들어올려 히드라의 머리를 하나씩 때려부수기 시작했다.(혹은 강철의 낫으로 목을 잘라버렸다고도 한다.)


그런데 히드라의 목은 그렇게 깨지거나 잘려나갈 때마다 새로운 목이 두개씩 생겨났다. 게다가 헤라클레스를 미워하는 헤라 여신이 히드라와 같은 샘에 살고 있던 큰게 칼키노스에게 그 날카로운 집게로 헤라클레스의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을 잘라버리라고 명령했다.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히드라의 목과 칼키노스의 집게 때문에 위아래로 공격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힘껏 발로 짓밟아서 큰게의 몸통 껍데기를 깨는 데 성공했다.


그런 다음 헤라클레스는 끊임없이 목이 재생되는 것을 봉하기 위해 자른 히드라의 목을 조카 이올라오스에게 횃불로 지지라고 했다. 그의 생각대로 불로 지진 살이 부풀어올라 히드라는 새로운 목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와 이올라오스가 자른 목을 불로 지지자 히드라는 가운데 있는 불사신의 목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불사신의 목만은 아무리 때려부수고 잘라도 죽지 않고 독이빨로 공격해왔다.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불사신의 목을 퇴치하기를 포기하고 그 대신 그것을 잘라 땅속 깊숙한 곳에 묻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목이 죽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커다란 바위를 위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히드라는 퇴치되었고, 아르고스인들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유럽이 기독교 중심 사회가 된 후에도 백과사전에 빠지지 않고 실렸다. 또한 희귀한 예이기는 하지만 문장에 히드라를 그려놓은 가문도 있었다. 그때의 히드라는 아마도 ‘불굴’, ‘끝없는 전의’라는 뜻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 히드라의 독 -


히드라의 독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것 중 하나였다. 그 독은 살을 썩어들게 하고 신경을 태워버렸으며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게다가 치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불사신인 신들조차 두려워할 정도였다. 이만큼 강력한 히드라의 독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생물이 만들어내는 독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누면 신경이나 근육을 마비시키는 신경독과 세포 속에 들어가 세포를 하나씩 파괴해가는 세포독으로 나눌 수 있다. 히드라의 독은 심한 고통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세포나 체내 조직을 파괴하는 세포독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독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독의 성분인 단백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해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히드라의 독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힘이 약해지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독사의 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시체를 찢어 독의 근원인 간에 적셨던 화살촉은 강력한 독화살이 되어 헤라클레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 독화살은 헤라클레스에게 적대하는 자들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한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나 강력한 독이 불행을 유발시킨 경우도 많이 있었다.


어느 날 헤라클레스와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 족 사이에 작은 오해로 인한 큰 싸움이 벌어졌다. 헤라클레스는 도망치는 켄타우로스를 쫓아갔지만 켄타우로스족은 그들의 장로이자 현자인 케이론의 주거로 도망쳐 들어갔다. 그런데 그들을 쫓아간 헤라클레스가 쏜 독화살이 잘못해서 케이론의 무릎에 맞았다. 모든 의술에 정통한 케이론도 히드라의 독만은 없앨 수 없었다. 케이론은 신으로부터 죽지 않는 몸을 받았지만 독으로 살이 썩어들어가는 고통을 맛보기보다는 차라리 불사신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뛰어난 현자를 죽인 일로 가슴아파해야 했다.


또한 히드라의 독은 헤라클레스 자신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마음이 변한 것을 의심하여, 일찍이 켄타우로스족의 네소스가 말한대로 독화살의 독을 물에 조금 탄 다음 그 물에 남편의 속옷을 적셨다. 그 독이 체온으로 녹아서 피부가 썩기 시작했을 때 헤라클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 서둘러 속옷을 찢으려 했지만 살에 찰싹 달라붙어서 자신의 살까지 뜯어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독은 온몸에 퍼져 살이 썩기 시작했다. 반신이었던 헤라클레스는 죽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자신의 몸을 불로 태워 육체를 버리는 길밖에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지상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이토록 강력한 히드라의 독이 묻은 나머지 화살촉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신화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아마도 신들이 많은 재앙을 불러온 이 독을 어딘가에 감춘 뒤 봉인해버렸을 것이다.




- 히드라의 목 -


파괴되어도 다시 생겨나는 히드라의 목은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 유별난 특징이다. 이는 히드라의 강한 생명력을 나타낸다. 그 생명력은 신인 티폰과 일찍이 신이었던 에키드나에게서 받은 것으로, 히드라를 일반적인 드래곤과 구별짓는 유일한 신성이라 할 수 있다.


후대의 신화학자들은 이 새롭게 생겨나는 목이 간척할 수 없는 습지를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늪지를 메워 밭으로 만들려 해도 끝없이 물이 베어나와 망치고 마는 현상, 그것을 잘라버려도 금세 되살아나는 히드라의 목이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세의 연구가들은 자신들의 가르침 속에 그리스 신화를 끼워넣어 많은 교훈을 만들었는데, 끝없이 다시 생겨나는 히드라의 목은 사람의 마음에 끝없이 생겨나는 나쁜 욕망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이는 한 가지 나쁜 마음을 극복해도 금세 새로운 종류의 악한 마음이 생겨나 사람을 괴롭힌다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토대를 둔 이야기다. 이 나쁜 마음을 퇴치하려면 하느님을 깊이 믿는 길밖에 없다고 그들은 설교했던 것이다.




- 판타지 라이브러리 6권 ‘환수 드래곤’ 편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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