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는 페이크고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너희를 해치우고 집에 들어가겠다! 세리, 비완 작가의 첫 협업 작품인 [매지컬 고삼즈]의 주인공 한여름에게 마법소녀 활동이란 이런 것 아닐까. 어느 날 밤 우연한 사건으로 능력을 각성한 그에게 학교의 평화를 지키는 마법소녀의 삶이란, 원하지 않게 맞이한 고3 수험생의 그것처럼 반갑지 않은 것이다. 수많은 마법소녀 만화는 사랑과 정의를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치를 위한 싸움과 모험이 현실을 덮어주진 못한다. 마치 현실의 벽 앞에서 만화가라는 꿈을 향해 직진하지 못하고 조금씩 우회했던 세리, 비완 두 작가처럼. 교사라는 직업과 만화를 병행하는 두 사람을 누군가는 ‘엄친딸’이라 부르며 마냥 동경할 법 하지만, [매지컬 고삼즈]를 보며 오히려 그들이 겪어야 했던 마음속 갈등이 궁금했던 건 그래서다. 마법소녀처럼 블링블링해 보이지만 고3처럼 생각도 고민도 많은 두 사람과의 대화.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인 걸로 안다.
세리 :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만화 동아리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활동을 함께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서 만화를 그리고는 했는데 그때부터 비완은 굉장히 잘 그렸다. 한 번은 비완이 그린 세일러문 그림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렸더니 보자마자 나보고 ‘너는 만화가 못 하겠다’ 이러시더라. (웃음)
비완 : 애들이 하는 것치고는 굉장히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둘 다 부산 출신인데 ‘덕질’하기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일 걸까.
세리 : 아무래도 부산의 경우 바다 넘어 들어오는 일본 문물이 있어서 ‘덕질’하기 좋은 게 있었다. NHK도 바로 볼 수 있어서 우리나라에 [카드캡터 체리]가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 먼저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일본 방송에서 만화를 녹화해 다 같이 돌려보고 그랬다.
비완 : 심지어 그때 세리는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수준이었다.
세리 : 만화를 보기 위해 계속 대사를 외웠지. 요즘에야 애니플러스 같은 채널에서 며칠 차이 안 나게 방영해주고 인터넷에서 쉽게 자막을 구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일본에서 방영을 하면 누군가 녹화한 뒤 그걸 번역해 한국어 대본을 공유했다. 화요일에 방영하면 금요일 쯤 업데이트 됐다. 그럼 그걸 보고 화요일에 본 게 이런 내용이었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어 공부를 하게 됐다.
현재 연재 중인 [매지컬 고삼즈]도 [카드캡터 체리] 같은 마법소녀 장르인데 그때부터 미소녀 장르를 좋아하게 됐나.
세리 : 나는 그 뒤로도 남자가 많이 나오는 것보다는 예쁜 여자애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비완 : 나는 반대인 게, [더 파이팅] 류의 스포츠 만화 쪽으로 갔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와 달리 여자 캐릭터를 잘 못 그리는 편이다. 그래서 몇 가지 기획 중 최종적으로 [매지컬 고삼즈]를 하기로 했을 때 많이 걱정됐다. 개인적으로는 남자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처음에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도 주인공이 남자처럼 안 보이게 하려고 많이 고쳐야 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하게 된 건 역시 세리 작가의 미소녀 취향 때문인 걸까.
세리 : 사실 이번 작품에서 욕망을 막 분출하는 건 아니다. 분명 마법소녀 장르라는 것이 소녀들이 나와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장면을 보여주니 매력적이긴 한데, [매지컬 고삼즈]의 경우 어릴 때부터 마법소녀물을 보아오던 사람으로서 이 설정이 한국의 학교 현실에선 전혀 다른 모습으로 풀리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만약 이 작품의 로그라인을 풀어낸다면 마법소녀가 한국 입시 현실과 만나면 어떻게 되느냐,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내 욕망을 드러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뭐, 캐릭터의 치마가 짧아서 좋긴 하지만. (웃음)
이질적인 두 가지가 만났을 때 벌어지는 것은 코미디 혹은 부조리극일 텐데.
세리 : 나는 풍자 쪽에 방점을 뒀다. 아직 작품 초반이라 많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현실에 대한 풍자와 블랙코미디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사실 주인공인 여름이가 금붕어에게 쫓기며 사회탐구 영역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는 장면의 경우이나 제2외국어 시간에 배운 일본어를 변신 주문으로 활용하는 것도 그런 걸 의도했던 건데 많은 독자 분들은 그걸 ‘병맛’ 개그로 받아들이시더라.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마법소녀물의 문법을 깨뜨리는 걸까.
세리 : 마법소녀 장르의 왕도를 비틀면서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마법소녀물의 주인공은 대개 건전하고 사랑과 평화를 위해 의심 없이 자기 몸을 바치는 캐릭터 아닌가. 그에 반해 여름이는 비비 꼬인 성격이다. 실제로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간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딱히 이기적으로 변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몫을 자기가 알아서 챙기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그런 세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본다. 그렇게 자기 앞가림을 하느라 필사적인 고3이 마법소녀가 됐을 때 장르의 클리셰가 깨지는 걸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았다.

[매지컬 고삼즈]와는 전혀 다른 주제지만 기존 마법소녀물의 클리셰를 깬 것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같은 작품도 있다.
세리 : 그 작품의 영향을 안 받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매지컬 고삼즈] 초반에 아란이가 금붕어에게 먹히는 모습도 딱히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서 마미 선배가 잡아먹히는 장면을 생각하고 넣은 건 아닌데 많은 분들이 그 장면에 대한 패러디라고 보시더라. 그때 내가 이 작품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받았구나 싶다. 분명 지금 [매지컬 고삼즈]에서 큐빅을 모으거나 밤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보여주는 것 등은 어릴 때부터 봐오던 작품들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패러디를 할 곳에서는 확실히 하되 아류작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보여줄 거다.
글과 그림이 분리되더라도 작화 담당 역시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야 협업이 잘 될 거 같은데.
비완 : 협업 제안은 내가 먼저 했다. 세리의 데뷔작인 [고시생툰]을 비롯해 이 친구가 그리는 건 어릴 때부터 재밌게 봤으니까. 그런데 같이 작업을 해보니 일단 개그 코드가 비슷하더라. 이 친구가 콘티를 줄 땐 분명 어떤 의도를 담았을 텐데, 그걸 내가 이해하고 그림으로 구현했을 때 의도와 다르다고 한 적은 없다. 그런 부분이 작업할 때 편하다. 또 서로 피드백을 하다가 처음과 다른 연출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의견 교환이 잘 되는 편이고.
세리 : 만약 비완과 협업하지 않았더라면 [매지컬 고삼즈]를 하긴 어려웠을 거다. [고시생툰] 연재할 때 분량이 많지 않은 편인데도 연재 기간 동안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차기작은 하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비완에게 연락이 와서 정말 ‘옳거니!’하는 심정이었다. 비완의 그림 실력이라면 내가 못 그리던 활극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마법소녀물을 추진한 거다.
작화가 보장되기 때문에 스토리 작가로서 좀 더 하고 싶은 걸 풀어낼 수 있나.
세리 : 아마 내가 그렸다면 이런저런 구도나 스펙터클한 연출은 보여주지 못했을 것 같다 싶은 게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전투신이 나온 건 아니지만.
비완 : 생물 선생님을 때리는 장면? 나름 즐겁게 그렸다. 맞아라, 이 자식아, 이러면서. 썩 호감형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세리 : 아니야, 귀여워, 귀엽다고. 이 작품의 마스코트 같은 느낌이야.
비완 : 내가 생물 선생님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게, 이 사람의 마법소녀 복장을 그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인 것 같다. 원래는 그냥 퇴짜 당할 생각으로 그린 디자인이었는데 세리에게 채택되어버렸다. (웃음) 분명 주인공에게 조언하는 역할이라고 해서 별로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무 자주 나오는 거다. 프릴을 비롯해 그리기 너무 어려운 디자인이다.
작업 파트너로서 잘 맞는 거 같은데, 초등학교 동창이라 해도 오래 안 보면 소원해지지 않나.
비완 : 사실 작업하면서 더 많이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친구라고 해도 난 아예 다른 동네로 이사 가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니까. 그러다 같은 대학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나는 미대, 세리는 사범대라 대학 때도 자주 만나진 않았다. 동창끼리 SNS나 이런 걸로 건너 건너 소식을 듣는 정도였는데, 연락 받는 입장에선 좀 뜬금없다 싶을 타이밍에 내가 연락을 했다. 같이 웹툰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아무래도 창작의 욕구가 있어서였을 텐데.
국어교사인 세리처럼 나도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데 처음 2년 동안은 너무 바빠서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이제 조금씩 일에 적응하니 잠시 미뤄뒀던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졌다.
둘 다 고시를 통해 교사가 된 만큼 만화를 미뤄둘 수밖에 없었겠다.
비완 : 나는 겁이 좀 많았던 것 같다. 과연 내가 만화가만 바라보고 매진해도 될까 싶었다. 그에 반해 임용시험은 당장 1년이든 2년이든 매진하다보면 언젠가는 결과가 나오지 않나. 시험에 붙으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생기고. 그래도 예전에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면서 본인 작업도 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서 나도 그럴 수 있길 기대했던 것 같다.
세리 : 나는 꿈으로부터 이탈했다고 생각했다. 만화가라는 꿈으로 가는 직선주로가 있는데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었으니까. 어릴 때부터 잘 그리는 친구들이 옆에 있었고, 부모님도 나에게 만화가로 먹고 살만한 재능은 없다고 했고. 중학교 때까진 만화가를 목표로 하다가 꿈을 접고 사범대학에 진학해 만화와 상관없는 길을 걸었다. 그래서 꾸준히 전공자의 길을 갔던 비완을 비롯해 만화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걷는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내가 저 친구들과 같은 길을 걷긴 이제 힘들겠구나 싶었고. 하지만 먼 길을 돌아 결국 [고시생툰]으로 네이버 정식 연재를 했으니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어른들 입장에선 아이들에게 ‘봐라, 저렇게 공부도 잘하고 자기 꿈도 찾는 사람도 있으니 너흰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해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
세리 : 나는 오히려 당시 내 머리가 나빴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해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머리는 있지만, 정말 머리가 좋았더라면 애초에 공부를 놔버리고 만화에 탐닉하는 모습을 보여 부모님이 포기하도록 만들었겠지. 멍청하지는 않았지만 어리석었다고는 생각한다.
비완 : 진로에 대한 어른들 생각의 요지는 일단 공부하라는 거다. 어쨌든 얘가 공부 외 분야에서 성공할지 안 할지 불투명해 보이니까. 그런데 공부를 하건, 다른 꿈을 향해 가던 자기가 선택한 길에서 노력을 하면 힘들어도 불만이 없다. 나의 경우 그러한 주체의식이 결여되었을 때 벽에 부딪히기까지 하면 그 다음엔 상당히 오래 방황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도 못하고 정체된다.
세리 : 만약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명확하지 않다면 그냥 공부를 하는 게 제일 안전한 건 맞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데 놀고만 싶은 건 답이 안 나오는 거지.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뚜렷한 사람에게 굳이 공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하는 건 너무 낭비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취미로서 만족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냥 ‘덕질’로 만족하긴 어려웠나.
세리 : 오랫동안 만화나 게임을 보거나 하고 코스튬 플레이를 하면서 취미로 ‘덕질’을 했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때문에 단순히 개인적으로 동인지를 창작해서 파는 것보다는 좀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올리는 걸 선택한 거고. 지금도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죽기 전에 많이 많이 풀어내면 좋겠다.

우회로를 거쳐 ‘덕업일치’의 단계가 되었는데 ‘덕력’은 역시 만화가에게 중요한 미덕 같나.
비완 : ‘덕력’이란 게 분명 동기부여는 된다. 일단 좋아하는 작품을 패러디하거나 하면 피드백이 굉장히 빨리 오고, 그러면 즐거워져서 계속 하게 되고. 하지만 그러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소홀히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 세리 : 우선 ‘덕력’이 높으면 만화의 문법에 익숙해지니까 독자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거기에만 탐닉하면 자칫 이미 있는 유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패러디에 파묻혀서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그거야 말로 ‘덕질’이 그저 서브컬처의 아류로 끝나는 거지.
혹 [매지컬 고삼즈]의 ‘덕후’가 생기면 어떨 거 같나.
세리, 비완 : 정말 고마운 일이지.
세리 : 누군가 생물 선생님 코스프레를 해준다면 좋겠다.
비완 : 정말 그러면 굉장한 감동을 받고 그 앞에서 절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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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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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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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된다면되는놈 작성시간 14.03.16 말이안나오네요..... 학교까지후덜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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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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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전공국어학 작성시간 14.03.16 2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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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잠비공 작성시간 14.03.17 와...... 두분다 학벌에 머리에 미모에.... 빠지는 게 하나 없네요 ㅋㅋㅋㅋㅋ 맨 밑에 작가 소개 보기 전부터 저분이 세리님일 거 같다고 생각했던 분이 세리님 맞네요 ㅋㅋ
뭔가 두분 중에 더 국어선생님 이미지고 본인 웹툰의 주인공이랑도 이미지가 비슷하더라구요 ㅋㅋㅋ -
작성자-國語愛- 작성시간 14.09.24 이분 유명하시죠...학교 학생들도 이미 그쪽(?)으로 유명하신 거 다 알고 있어서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