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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교육대학원에 새로 자격증따러 가시려는 분들께

작성자Macadamia|작성시간17.01.13|조회수12,053 목록 댓글 24

 교대원 준비생 카페가 있지만, 예비교사 분들은 과목별 카페에도 많이 오시기 때문에 제가 작년 7월 경에 올렸던 글입니다. 당시에는 한창 힘내야하는 타이밍에 임고준비중인 분들께 자칫 초를 치는 행위가 아닌가라는 지적이 있었고, 겸허히 수용하여 지웠습니다. 그렇지만 글에 공감하는 분도 계셨고, 또 지워진 이후에 읽으려고 했는데 없어져서 아쉬워하는 분이 계셔서 어느정도 임고가 마무리된 이 시기에 다시 옮겨봅니다.




주의이 글은 교육대학원에 새로 교원자격을 따기 위해 진학하려는 분을 위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대학원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을 현실로 바꿀 때 까지의 난관과, 많은 분들이 잘 알지 못하는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냉엄한 상황을 서술하고자 함이 목적입니다. 제가 욕설이나 비속어, 무례한 언행을 전혀 사용하지않았음에도 한국어 특유의 완곡표현을 쓰지 않고 기술했기 때문에 읽다가 마음이 불편해지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쉽게 싱숭생숭해지거나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는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가톨릭에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직책이 있습니다. 그는 가톨릭이 어떤 인물을 성인(聖人)으로 지정하고자 할 때, 해당 인물이 일으킨 기적이 사실이 아니라든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반대자의 입장에서 검증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테레사 수녀가 복자로 추대될 때 무신론자의 거두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교황청이 비판을 요청한 것을 들 수 있지요.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왜 제가 이런 얘기를 꺼냈는지 얼핏 짐작이 가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사실 이 카페의 고민글을 보면 힘이 되는 좋은 댓글들이 많고, 저는 그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의지를 깎아내리거나 힐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한 명만 뽑아도 내가 되면 된다" "5학기 뒤에는 다른 친구들 보다 안정적인 자리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택해야 한다"라는 낙관론에 맞서 "교육대학원 입학 정원 대비 정교사 임용률은 5% 남짓하다" "임용시험 합격자에서 교대원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1할이 되지 않는다" "초수에 임용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불가능은 아니지만 극히 어려우며, 특히 문과 과목은 상당수 합격자가 3수 이상 시험에 올인하였다" "교대원을 졸업한 후에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은 카페에 들어오지 않는다. 준비생들만 모여있기 때문에 집단사고의 위험성이 있다" 같은 다른 이야기도 들어야 정확한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지요.


  사실 많은 분들이 새로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교육대학원을 알아보시고, 대부분이 지금 임용시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계실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어느정도 어려운지는 어렴풋이밖에 짐작이 가지 않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냥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서'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십니다. 정작 그 과정을 어떻게 넘길지 계획을 미리 세우거나, 예상되는 어려움을 고려하는 경우는 뜻밖에도 드뭅니다. 그래서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상황을 누군가는 알려주어야 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의도에서 다소 노골적인, 마치 당의정을 뺀 한약같은 글을 쓰고자 합니다.




Caution : 이하의 내용은 교직에 있으면서 교육대학원에 다니는 글쓴이와 주변의 사례를 베이스로 작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주관적인 내용과 의견이 들어갈 수 있으며, 예시사례로 든 내용은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객관적 통계 자료를 사용하려 노력하였으며,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불편한 용어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옳다고 주장하거나 서술의 대상을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밝혀둡니다.(현상이 당위를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나는 굳이 부정적인 글을 읽지 않겠다" "마음 다잡고 밀고 나가야하는데 이런거 읽으면 마음만 싱숭생숭해진다"라고 생각하시는 분, 혹은 행여라도 저의 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은 분은 과감히 백스페이스를 눌러 주십시오.













































1. 교대원 입학과 교사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 중고등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이와 같이 알고 교대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정확히는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 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지요. 예컨대 의사나 간호사는 국시에 통과해서 면허를 따면 직장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얼마나 근무여건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요. 하지만 교원자격증은 다릅니다. 안타깝지만 교원자격증 만으로 보장되는 무언가는 전혀 없으며, 정규직 교사가 되지 못한다면 워드 1급보다도 가치가 떨어집니다. 


  문제는 임용시험이나 사립공채에 통과해서 정규직 교사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등은 공급조절에 실패했거든요. 과거 교사가 인기 없을 때 교원을 충당하기위해 만들어진 교직이수와 교육대학원이 아직도 남아 교원자격증을 찍어내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2002년 임고 경쟁률은 4.5대 1이었으나 2010년에는 23대 1로 폭증하였습니다. 물론 교육부도 이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교육대학원 평가를 통해 대다수 교대원의 양성과정 정원을 30%(C등급)~50%(D등급)만큼 줄였지만요. 그나마 현재 베이비붐 세대(55~58년생)가 명퇴를 앞두고 있어 몇 년은 어찌어찌 TO가 나겠습니다만, 앞으로는 더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목마다 다릅니다만, 국어과를 예로 들면 2015년 전국에서 385명을 뽑는데 지원자가 8,400명이었습니다. 나머지 8천명은 비자발적 실업자에요. 뉴스에 계속 나오듯이 출산율 저하로 학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교육청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학급수를 줄이고 정규교원 대신 기간제교사로 과도기를 넘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사립을 막론하고 휴직자나 교육과정상 필요가 없음에도 빈자리를 기간제교사로 채우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몇 년 버티다가 실제로 학생수가 줄어들면 기간제 교사 자리를 없애서 대응하겠다는 것이지요. 


  "공립만 학교입니까? 사립도 있잖아요." 네, 맞습니다. 특히 고등학교는 사립학교가 절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임용시험만큼이나, 어쩌면 그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 사립공채입니다. 전공실력 뿐 아니라 출신학부, 교육경력, 성별, 나이, 복수전공 유무 등 변수가 너무 많아요. 또한 빽이나 돈으로 정해진 인물을 뽑는 학교가 아직도 없다고는 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엄청나게 지원자가 밀려듭니다. 수도권 사립 정교사 한 자리 나면 적게는 30~40명(수학, 과학)에서 많게는 150~200명(국어)까지 옵니다. 저는 사회과인데 경험해본 제일 높은 경쟁률이 78대 1인가 그랬습니다. 수도권의 모 여중이었는데, 차~암 친절하게(반어법) 필기시험 치러갔더니 시험장소 공지문에 지원자들의 출신학교까지 다 적어놓는 황당한 학교였죠. (참고로 서울대 10여명, 고대 20여명, 이대 30여명, 동국대 20여명 쯤 되었습니다. 최종 합격은 서울대 나온 남자분이었구요.) 또 2~3년 전 모 대학 재단에서 정교사를 뽑았을 때는 제 동기가 재단 최종 면접까지 갔는데, 1명 뽑는데 서울대 5명에 고대 4명해서 9명이 불려왔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최종에서 고배를 마셔서 다른 친구들과 위로해줬었지요. 


  "꼭 정교사가 되어야 합니까? 제가 아는 분은 기간제로 쭉 이어서 하시던데요?". 네, 이것도 맞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프리랜서처럼 기간제 하며 40~50세까지 버티는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겁니다.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중등은 이미 공급조절에 실패했고, 교원자격증 가진 사람들이 매년 쏟아져 나옵니다. 바꿔 말하자면 학교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골라 뽑을 수 있게 되었지요. 경력이 없어서, 나이가 많거나 적어서, 출신학부가 안 좋거나 너무 좋아서, 남자 혹은 여자라서 등등 떨어질만한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요즘에는 1년 기간제 자리에 원서 수십장이 쌓이는게 일상인데, 직접 방문 접수로 지원을 받아도 그렇습니다. '전국 기간제 교사 모임' 카페에 가면 200곳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다는 하소연도 있고, 저희 학교만 해도 작년인가 제작년에 기간제 선생님 한 분 모시는데 원서가 70~80장 와서 결국 나이와 경력, 출신 학부로 걸러냈습니다. 커트라인(?)은 서성한 학부에 교육경력 1년이었구요. 사실 정교사들도 나이 40 50 넘어가면 예전의 열정이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간제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적당한"경력이 있는 "아직 열정이 남아있는" 사람을 쓰려는 것이겠지요. 문제는 여기 해당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계속 어리고 이쁜 신인이 데뷔해서 위기감을 느끼는 기존 연예인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빠르실까요.




2. 꿈을 꾸는데도 보험이 필요합니다




<그림 출처 : 웹툰 "무한동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중등 임고 어려운걸 모르는거 아니다. 당신은 죽기 전에 못 먹은 빵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나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십니다. 마땅히 본받아야할 훌륭한 자세이며, 저 자신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하여 교단에 선다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상황은 무작정 노력만 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예외없이 노력을 하였지만,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전현무가 한 말이 있지요. 꿈이 없는 것도 비참하지만, 안되는 꿈을 잡고 있는 것도 비참하다고. 꿈을 꾸기 위해서는 보험도 들어야 한다고. 실제로 전현무는 명덕외고-연세대학교를 졸업한 고스펙자로 방송인이 꿈이었지만, 만일을 위해 복수전공을 취득했으며 교육대학원에도 진학하여 교원자격증을 받았습니다. 본인의 말대로 "꿈 보험"을 들고, 1순위였던 아나운서에 도전해서 안될 경우의 차순위로 기자를, 그래도 안되면 교사가 되려고 준비한 것이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원래 생각했던 진로는 고시였지만 "그래도 교원자격증은 나오는" 사범대에 진학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험기간과 비용, 적성을 고려하여 세컨드 옵션이었던 교직에 들어왔으니 보험금을 타기는 했네요. 



3. 교육대학원 입학 전 Check List





  영화 "아폴로 13"에 보면 미션 컨트롤 센터의 팀장의 "실패라는 선택지는 없다(Failure is not an option)"는 대사가 나옵니다. 사실 원래는 다른 인물이 한 말인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장에게 줬습니다.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인 진 크랜츠도 이 문구가 맘에 들었는지 자서전의 제목으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위 명대사처럼 교육대학원 진학 전에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야 하지만, 실패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와 정보수집이 필요하고,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서 교대원 진학이 가져다줄 이득과 손실을 냉정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동시에 일이 꼬였을 경우를 대비해서 출구전략 - 전현무가 꿈 보험이라고 표현한 다른 옵션들 - 도 마련해 두어야지요. 현재의 얼어붙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임용시험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준비과정과 후속대책없이 교직에만 모든 것을 거는 행위는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 "확률이 낮은 도박"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대원 진학전에 고민해봐야할 체크리스트를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 결코 만만치않은 임용시험



<2015년 경기도 임용시험 경쟁률 자료>


  먼저 임용시험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합격자의 대다수는 적어도 3수는 했으며, 초수 합격은 정말 정말 드문일입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이 수십~수백대 일인 것과 비교하면 낮아보입니다만, 임고는 자격증 소지자만이 응시가 가능한 제한경쟁이기 때문에 허수가 적어 실제로 체감하는 합격가능성은 더 낮습니다. 특히 배출이 많은 문과 과목(국어, 일반사회 등)은 더더욱 그렇지요. 5~10명 중에 1명 뽑히는 정도라면 어떻게 의자에 앉아서 공부해 보겠는데, 컷에만 수십명이 몰려있고 20명 중에 한 명이 합격하는 시험이다보니 고민만 깊어집니다. 물론 임고든 사립공채든 결국 쭉정이들은 걸러지고 실력자들끼리 경쟁합니다만, 국어나 사회는 워낙 응시자가 많다보니 그 실력자도 많습니다. 

  이과 과목(수학, 과학, 기술 등)은 경쟁률만 보면 할만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목들은 전공 실력이 시험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수학 과학 기술은 전공 과락자가 응시자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즉 응시자의 점수 편차가 크다보니 붙을 만한 사람은 빨리 붙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무엇보다 수학 같은 과목은 고등학교 때 잘했던 사람들이 계속 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해는 서울지역 수학 임고 합격자 전원이 서울대와 고려대였던 적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교육대학원 합격자 수는 2007~2009년 3년간의 합산치. 양성과정 정원 대비 합격률로 환산하면 1위인 연세대가 약 8%)



ii) 공부습관과 학습능력, 인풋과 아웃풋


  또 하나 고려해야할 것은 교대원 출신자의 임용합격률이 대단히 낮다는 것입니다. 교대원은 현직도 입학하니 새로 2급 정교사 자격을 받은 사람("양성과정"이라 합니다)만 따져봐도 공사립 정규교사가 되는 양성과정 졸업자의 비중은 정원의 5% 미만입니다. 사범대는 정원의 20~25%가 교사가 된다는걸 고려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지요. (2002년 논문,  2005년 조선일보 보도 및 교육통계조사, 2010년 중앙일보 보도 등 참조) 교사 양성의 대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범대 정원보다 교직이수와 교육대학원의 정원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임용시험 합격자의 70% 이상을 사범대 출신이 차지합니다.(2015~16년에 있었던 교육부의 평가로 정원이 비슷해지긴 했습니다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분석하는데 큰 오류는 없을 것입니다.) 흔히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사범대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든가, 나이가 든 만큼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되었다든가, 아무래도 4년동안 교사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있는 사범대의 분위기라든가, 뒤늦게 교직의 길로 들어선 만큼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 등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저는 흔히 "인풋"으로 표현되는 공부습관의 내면화와 학습능력이라는 변수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바로 윗 문단에서 임용시험 합격자의 7할 정도가 사범대 출신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렇다면 대학에 관계없이 사범대는 다 임용이 잘될까요?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2005년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사범대학 출신 임고합격자 중 66%가 상위 10개 대학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 뒤에도 상황은 비슷해서 2010년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7~2009년 3년간 임용률 상위 10개 사범대학이 합격자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였으며 1위에서 6위는 모두 국립대였습니다. 또한 대학별 교사 배출 비율(교원자격증을 주는 전체 학과 인원 대비 임용자 수)이 30%를 넘는 대학은 서울대, 교원대, 공주대, 경북대 네 곳 뿐이었습니다. 반면 지방대 24곳은 조사기간인 3년간 단 한명의 교사도 배출하지 못하였지요


  이러한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간단히 분석해보면, 임용시험이 생기기 전인 1990년까지는 학비가 싸고 교사라는 직업이 보장된 국립대학 사범대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습니다. 비록 고려대가 위헌심판을 걸어 국립사대 졸업자 의무발령은 없어지고 임용시험이 생겼습니다만, 이러한 전통과 사범대 설치학과의 규모(보통 국립대 사범대학의 설치학과가 훨씬 다양합니다)로 인해 지방 거점 국립 사범대(서울대 포함) 출신 교사가 대학소재지역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그 뒤를 몇몇 사범대가 강세였던 사립대학(고려대, 이화여대, 특교로 유명한 대구대 등)이 쫓아가는 형국이었구요. 그러다보니 전통적으로 사범대가 유명한 대학교에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몰리고, 인풋이 좋은(≒입결이 높은) 국립대학이나 사범대의 인지도가 높은 사립대학이 그만큼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심지어 교직과정도 합격률이 높은 학교는 대부분 지방거점국립대거나 인지도가 높은 사립대들입니다.



(교육대학원 합격자 수는 2007~2009년 3년간의 합산치. 양성과정 정원 대비 합격률로 환산하면 1위인 연세대가 약 8%)


  그렇다면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 졸업자들은 과연 머리가 좋아서, 수능으로 대표되는 입시에 성공하고 임고 합격률이 높을까요? 저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ADHD나 자폐성장애 등 학습이 어려울 만한 지병이 있는게 아니라면, 고등학교 수준 공부는 그렇게까지 높은 지능이 필수조건은 아닙니다. 물론 천재나 영재는 있지만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그런 친구들은 저~기 천상계(?)에서 따로 놀고 있을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차이점은 "그(녀)들은 지루함을 참고 꾸준히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는게 가능하다."입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이런 "일찍부터 내면화된 공부하는 습관과 그로 인한 학습능력"이 입시결과에 반영되고, 그것이 흔히 "인풋"이라 부르는 입학 성적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고등학생 때 부터 자신만의 학습 방법을 찾아 꾸준히 공부한 경험이 있으며, 처음부터 교사를 꿈꾸며 입학해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명문 사범대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합격률이 높다는건 납득할만한 결과라 볼 수 있지요.


  반면 교육대학원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선발 과정도 대학 입시에 비하면 대단히 간략합니다. 그리고 보통 대학원은 학부보다 인지도가 높은 곳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지요. 예컨대 최상위권 교대원이라고 불리는 고대나 연대 대학원은 자대 출신이 별로 없습니다. 또한 학부에 비해 대학원은 대학입시라는 대규모 표본이 있는 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구성원이 균질하지 못해 수준 편차가 큽니다. 예컨대 2015 정시에서 고려대 영어교육과는 언수외탐 백분위 평균 97.5, 문과 상위 0.55%가 컷이었고 한국외대 영어교육과는 언수외탐 백분위 평균 95, 문과 상위 2% 정도가 컷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대나 외대 대학원에 이 정도로 성적이 균질한 학생이 모이는건 아니겠지요.


  본래 교육대학원은 교사의 재교육이 목적이니 만큼 2년 반동안 30~40학점 남짓 들으면서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러다보니 학교가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라 인풋이 그대로 아웃풋에 반영됩니다. "사범대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4년이라는 시간동안 130학점이 넘는 수업을 듣는 사범대와 달리 2년 반동안 그것도 저녁에만 30학점 내외로 수강하는 교대원은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게 한계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방 사립대인 S 대학은 사범대 학생들을 1학년때 부터 열심히 굴려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만, 교대원은 특수대학원이기는 하지만 석사과정이니 만큼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강조해서 어렵습니다. 바꿔말하자면 사범대학보다 더 "스스로 대오각성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합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대학원을 연대나 고대로 간다고 해서, 자신의 학습능력까지 연대나 고대 학부생 수준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뒤늦게 마음 다잡은 사람이나, 방통대 독학사 학점은행제 출신들은 가능성이 낮으니까 교대원에 진학하면 안 될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범생이처럼 계속 공부만 한 사람들 보다는, 먼길로 돌아왔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룬 분들이 현장에 계시는게 학생 지도라는 측면이나 본받을 만한 멘토로서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이 글의 목적은 교육대학원 진학하기 전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그것도 고려해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제가 뭐 사다리 걷어차기를 위해서나 시간이 남아 돌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건 아니니까요. 단지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봤을 때 위에 언급된, 고등학교 때 부터 꾸준히 공부를 잘했던 인지도와 임고합격률이 높은 대학 출신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지 또 그럴 준비가 되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iii)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 강인한 멘탈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스카가 하이에나들과 부르는 노래가 "Be Prepared"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공부는 다이어트와 비슷합니다. 하루 이틀 정도 먹는 양을 줄이거나 빡세게 운동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하지만 몇 달에 걸쳐, 심지어 살이 빠진 이후에도 요요현상을 막기 위해 식욕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저항하며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의지의 소유자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지요.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임용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노력합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노력하는 것"도 "재능"의 영역입니다. 보통 합격수기를 읽어보면 순수 공부시간이 주당 60~80시간 남짓한데,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주 6회 이상 하루에 10~12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어찌 재능이라 부르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노력하는 것"은 "강인한 의지와 노력으로 획득 가능한 재능"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때 부터 공부하는 자세를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했던 사람과는 출발선에서 차이가 나며 그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각오와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교육대학원 입학과 졸업은 적당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큰 액수의 돈으로 해결되지만 임용시험이나 사립공채에 합격해서 정규교사가 되는 것은 교육대학원 입학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지요.


  매일매일 열시간 이상씩 몇 년 동안 꾸준히 공부하는 것 이외에도, 임용 준비시 어려운 요소가 또 있습니다. 바로 멘탈관리지요. 나이 먹었는데도 자리를 못잡고 계속 시험준비만 하다보면 사람이 피폐해집니다. 인간 관계는 황폐화되고, 외로움이 뼛속 깊이 사무칩니다. 제 대학 동기의 오빠는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2년 동안 하루에 딱 두마디 했대요. "제육 볶음이요." "디스플러스요." 임고생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고독하고 힘든 길입니다. 말이 좋아 임고생이지 사실은 백수잖아요. 또 사람이 예민해지고 피해망상에 가까운 자격지심도 생깁니다. 다른 사람이 생각없이 한 이야기에 의미를 두고 혼자 괴로워하지요. 매일 마주치는 가족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나이먹고 자리 못잡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쓰리겠습니까. 그런 부모님의 말 한마디에 괜히 셀프로 상처받고, 왜 응원은 못해줄망정 나를 서럽게 하는지 원망섞인 마음을 애써 누르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당장 글쓰고 있는 저만 해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학부 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해 학자금 대출 받고 과외해서 생활비 벌었습니다.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생계를 위해 기간제로 일하면서 주말에 노량진 학원을 다녔지요. 주중에는 선생님인데 주말에는 임고생인 저 자신의 신분격차에 심적으로 괴로움을 겪으며 노량진역 육교에서 눈물을 삼킨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얼마전에 갔더니 없어졌더군요...나름 정들었던 육교인데) 이 바닥에 뛰어드시기 전에 본인이 이러한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도 꼭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iv)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아니, 어차피 임고 말고 다른 것도 다 어려운데 이런 글을 쓰는 이유가 뭐요??"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긴 글을 써가며 불편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은, 교육대학원 진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대단히 크기 때문입니다. 만일에 그냥 공무원 시험을 3년 준비했다 실패했다면 수험기간과 비용만 날린겁니다. 그렇지만 교육대학원은 다른 목적이 아니라면 (현직교원이거나, 교사가 될 생각 없이 대학원 간판이 필요하거나 등)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자격증 취득을 위해 진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자격을 갖추기 위해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들고, 교대원 학비 이외에도 재학 기간동안 상실한 수입이 그대로 기회비용에 추가됩니다. 사실 학비 2~3천만원이야 기간제로 1년만 일해도 회수할 수 있습니다만,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문제입니다. 이 정도면 마음잡고 준비했을 때 공무원 시험의 합격도 노릴 수 있는 시간으로, 당장 남자들 군복무 기간이 2년 남짓하다는 사실과 비교해 보시면 그 무게가 느껴지실거에요. 즉 교대원에 진학한 후 임용에 실패했다면, 2년 반 + 수험기간이 그대로 매몰비용이 되어버립니다. (참고로 일반적인 공무원 수험기간을 9급은 2년, 7급은 3년, 5급은 5년 잡습니다.)


  그래서 이미 직장에 다니시면서 뒤늦게 교대원에 진학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다시 생각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적성을 무시한다면, 차라리 교대 신입학이 교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수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교대4년+초등임고 수험기간이 교대원 2.5년+중등임고 수험기간 보다 짧아서 시간이 절약될 수도 있습니다.(2016년과 17년 초등임고는 서울/경기/광역시 제외하고 미달이라 과락만 넘으면 합격이었습니다) 현재의 살 떨리는 중등 임고 경쟁률을 봤을 때, 교대 신입학이 어려울 정도라면 어차피 중등임고도 힘들 것 같거든요. 당장 저 자신이 사범대 출신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사범대 가겠다면 말리고 교대를 권할 정도입니다.(물론 학생의 희망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합니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비가역적인 자원이고, 학비와 재학기간 + 임고 준비기간동안 상실하는 기회비용도 너무나 큽니다. 특히 단순히 회사생활이 힘들어서 교대원 진학으로 돌파구를 찾으시려는 분들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으며, 막상 교단에 선 이후에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른 교직생활에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챕터에서 해보도록 할게요.


  설령 직장인이 아니라 전업 대학원생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원 학비 + 임고 준비 비용 + 생활비를 누가 대주든 적금을 깨든 해서 모두 감당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임고를 비롯한 공무원 시험들은 머니게임 요소가 있어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불합격의 지름길입니다. 대학원 재학시절에 조교를 하거나, 학원 강사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번다... 물론 대견한 일입니다만, 역시 합격과는 멀어집니다. 실제로 노량진에서 수험생활 하다보면 집에 여유가 있어서 학비 생활비 책값 등을 신경 안쓰고 공부에만 전념한 사람들의 합격률이 높습니다. 또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사실 사범대생들도 3~4학년이 되어야 본격적인 임고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교대원생들은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라 군대로 비유하면 사범대가 사관학교고 교대원은 학사장교에요. 가뜩이나 합격률도 낮은데 늦게 시작하는만큼 더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교대원은 야간에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낮에는 시간이 남기 때문에, 재학기간부터 임용시험 준비를 하셔야 수험기간을 단축하고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겁니다. 약간 말장난 같지만 "짐승처럼 공부해야 정승처럼 합격한다"는 표현도 있어요 @_@



v) 출구전략 마련





  지금까지 언급했듯이, 교사가 되는 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나이들기 전에, 앞으로 교육대학원 선발인원이 줄어들기 전에 도전하겠다"라는 분이 계시다면 꼭 출구전략도 마련해두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시작도 하기전에 실패를 가정한다는 측면에서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만, 워낙 기회비용이 크잖습니까. 사실 위에서 설명한 "꿈 보험"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만일 교대원 졸업 후 임용에 실패했을 경우의 대책도 마련하는게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는 "기간제를 하면서 경력을 쌓고 돈을 모은 후, 임용시험 TO를 고려해서 임고에 올인할지 기간제하면서 경력을 더 쌓을지"를 정하기로 했었습니다. 또한 교사가 되지 못 할 경우에 대비해서 다음 두 가지 대책을 마련했는데, 첫째는 대형 학원의 유명 강사인 대학 선배님 밑에 새끼강사로 들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기간제하면서 모은 돈으로 상대적으로 임용시험과 과목이 겹치는 교육행정직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교대원 석사로 일반 사기업 취직에 메리트를 얻기는 어려워 많은 분들이 그나마 교원자격증이 있으니 학원취직이나, 교육학도 시험과목에 있는 교육행정직을 대안으로 삼고 계십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학원 강사나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꼭 교육대학원 안나와도 할 수 있습니다. 즉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나마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법에 불과하고, 교육대학원 졸업 후 공사립 임용에 실패하면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4. 교사가 마냥 좋은 직업일까


  제목은 저렇게 달았습니다만, 교사는 좋은 직업 맞습니다. 단순히 안정적이라서, 방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명예로운 직업이기 때문이지요. 교사는 급수가 있는 일반 공무원은 아니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7급 상당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그리 무시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교감(+장학사 및 연구사)을 5급으로 대우하기 때문에 일반 평교사들은 1정 소지자를 6급, 2정 소지자를 7급으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일반 사기업과 달리 교사는 개개인이 독립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수학 선생님이 국어 수업을 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거칠게 표현하자면 "나만 잘하면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예컨대 일이 남아 있는데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이럴 때 다른 부서와 연관된 것이 아니고 다음날 시간 여유가 있다면 놔두고 내일 일찍 와서 해도 됩니다. 이런 "타인의 간섭을 덜받는 근무환경" 또한 교사의 큰 장점이지요.

 

  그렇지만 학생으로서 그리고 밖에서 보는 교사와 실제 학교 현장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안정적이라서,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해서, 방학이 있으니까 교사가 된다면 괴리감을 느끼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자신이 말하는 거나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교직을 지망한다면, 조금 더 고민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교사의 업무는 크게 수업, 담임 및 상담, 행정의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문제는 근무시간 중에 이 세가지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안하면 바로 티가나고 독촉전화가 걸려오는 행정업무를 1순위로, 매일 다뤄야하는 자기반 학생을 2순위로 처리하다보면 정작 학교 현장에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인정받는 수업은 3순위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저는 교직에 들어온지 몇 년 되었고 1정연수도 받아서 초짜티는 덜 납니다만, 아직도 50분 수업을 준비하는데 그 두 배의 시간을 사용합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선생님은 "퇴근 후 개인적 시간을 수업에 할애하느냐" "그냥 대충 수업하고 내 삶을 선택하느냐"는 양자택일로 내몰립니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대사를 빌려오자면 '좋은 교사로 죽던가, 아니면 나쁜 교사로 살아남던가' 쯤 되겠지요. 물론 진짜로 죽진 않습니다. 죽을만큼 고생할 뿐이지요 ㅠ_ㅠ


  그 외에 매일 봐야하는 학생들이 항상 이쁘고 착하고 좋은 애들인건 아닙니다. 특히 중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은 인간의 바닥을 보실거에요. 제 동기의 말을 빌리자면 교실에 말하는 원숭이가 36마리 앉아있습니다. 사실 중학교는 질풍노도의 사춘기인데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영혼들이 많다보니 교과지도 보다는 생활지도에 방점이 찍힙니다. 당장 뉴스에 나오는 이런저런 사건들의 상당수가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짐작하실 수 있을거에요. 반면 고등학교는 일반계라면 입시라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고, 전문계라면 자기 전공이 아니면 수업에 관심도 없는 덩치 크고 거친 아이들도 다루어야 합니다. 그나마 학생은 선생님이 지도하시는 대상이니까 조금 낫습니다.


  학부모님들을 상대하는 것은 더 큰 일입니다. 전 아직도 학부모 상담일에는 안절부절 못합니다. 아무 문제 없이 그냥 상담만 오셔도 긴장되고 행여 책잡힐까 걱정이 되고, 만일 사안이 생겨서 오신거라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최근 로스쿨 때문에 변호사 배출이 늘어나다보니 기존에는 법정까지 가지 않았던 사안이 법률적인 다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곳이 학교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닐 정도라는군요.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모범적으로 살아가야하는,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를 접하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갈수록 사회와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교직관으로 설명하자면 성직자관+전문직관을 같이 요구받는 느낌이랍니다.


  위에 교직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노동자관으로 교사를 설명하자면 일단 소득이 적습니다. 대학동기들 모임에 나가면 제 연봉이 뒤에서 순위권이에요. 대학 동기들은 다 과장인데 저는 아직도 연봉 5천이 안되어서 재형저축이 남아있다면 가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교직 2년차 때 원천징수 영수증에 찍힌 제 연봉이 3,700 인가 그랬는데, 그 때 은행 2년차였던 후배가 5,800 받았어요. 그 연봉 짜다는 롯*다니는 제 고등학교 동기도 주임 때 4,600받다가 대리 진급하고 5천 넘겼구요. 교직이 길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의외로 생애소득(평생 버는 소득)으로 비교하면 사기업과 비슷합니다. 주변 선생님들 보면 한창 돈이 필요한 30~40에 연봉이 거의 2배 차이나서 쪼들린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50대 이후를 위해 젊을 때 버티는 느낌이에요. 아 그러고보니 신*은행 다니는 제 후배가 저한테 하소연하긴 했습니다. "형, 시급으로 따지면 형이 더 많이 받아요!" 사실 요즘 사기업 취직도 그렇고 쉬운게 어딨겠습니까 ㅠ_ㅠ




5. 맺으며


  먼저 글이 길다보니 내용을 챕터별로 요약해보겠습니다.


Chapter 1 :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교사가 될 것이 아니라면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필요는 없습니다. 졸업 후 교사가 못 된다면 교원자격증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며, 임고나 사립공채 심지어 기간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교대원 진학전에 면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합니다.


Chapter 2 : 꿈을 꾸는데도 보험이 필요합니다. 교육대학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뿐 아니라, 잃을 수 있는 것도 고려하시는게 좋습니다. 물론 교육대학원에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고 진학하는 사람은 없지만, 출구전략과 세컨드 옵션을 마련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십시오.


Chapter 3 : 현 시점에서 중등교사가 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보니,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습니다. 그 중에 일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i) 임용시험은 제한 경쟁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높은,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ii) 자신의 학습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임고 합격이라는 목표를 위해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갖추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iii) 임고생으로 지내는 것은 대단히 정신건강에 해로운 일입니다. 피폐하고 고독한 몇 년을 버틸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iv) 교육대학원 진학은 학비 외에도 시간이라는 비가역적인 자원과 기회비용을 요구합니다. 이에 대한 고려가 충분한지 고민해 보십시오.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합격의 가능성은 한층 더 낮아집니다.

 v) 임용시험 자체가 열명 스무명 중에 한명이 합격하는 만큼 제2, 제3의 방안을 준비하십시오. 이러한 준비 없이 임용시험에 뛰어드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확률이 낮은 도박"에 가깝습니다. 


Chapter 4 : 물론 교사는 많은 장점이 있는 좋은 직업입니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장점 만큼이나 실제 교육 현장의 단점도 뚜렷한 만큼 진정 교직의 길을 걸어갈 자신이 있는지, 혹시 이미 직장인이라면 현재 직장과 교사의 장단점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쓰다보니 대단히 길어졌습니다. 사실 생각 나는 것들을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쓰다보니 거의 2주가 걸렸네요. 원래는 본격적인 교대원 입시철이 되기 전에 올리려고 했는데 좀 늦어졌습니다. 저 자신이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쓴 목적은 여기 계신 분들의 사기를 꺾고자 함이 결코 아니라, 교대원 진학하면서 고려할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록 부족한 글이지만 선택과정에서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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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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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Macadami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12.13 저는 사립의 교과교사인데 타 과목으로 대학원가서 부전공 취득 후 주전공과 부전공 과목 수업을 모두 맡고 있습니다. 대학원은 4학기 가능한 곳으로 진학해서 2년걸렸고요.
    원래도 상치로 다른과목 가르쳤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교원자격 더 있는게 좋을 것 같아 대학원 갔어요.
  • 작성자운동하자 | 작성시간 19.01.24 아주 현실적인 상황의 글입니다. 써주신 현실적인 표현이 제가 오랫동안 생각했던 부분인지라.. 공감이 가네요.
  • 작성자몽연 | 작성시간 20.11.12 정말 잘쓴 글이네요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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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라일락2 | 작성시간 24.07.16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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