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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질문 게시판

Re: '늙다'의 품사에 대해 (국립국어원) 참고하시라고 올려봅니다^^

작성자힘내자아자뿅|작성시간10.01.08|조회수4,385 목록 댓글 0
'늙다'의 품사?
작성자 : 조진숙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입니다.

오늘 학생이 문제를 풀다가 '늙다'의 품사가 왜 동사인지 질문을 해와서 설명을 해주는 도중 의문이 생겨서 이렇게 문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언중들은 '늙다'의 반대말을 '젊다'나 '어리다'로 알고 있고, '늙다'의 반대말로 쓰이는 이 두 단어는 형용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품사를 구분할 때 단순하게 의미로만 구분하지 않고 기능이나 활용 유무로도 품사를 구분한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중들이 '늙다'의 반대말을 '어리다'나 '젊다'로 알고 있고( 마치 '있다'의 반대말을 '없다'로 알고 있듯이요) 사실 '어리다'나 '젊다'라는 말이 쓰인 문장에 '늙다'라는 단어를 넣어도 문법적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있다'는 동사와 형용사로 쓰이고 있는데 반해, '늙다'는 왜 굳이 동사로만 규정하여 혼란을 주는지 사실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늙다' 역시 '있다'처럼 형용사적 쓰임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늙은 사람'은 '늙는 사람'이랑 완전히 그 의미가 다르게 여겨집니다. 전자의 '늙은 사람'은 사람의 현 상태를 나타낸 것이지 '늙는 사람'의 과거형으로 보기 어려워 보입니다. '늙다'를 동사로만 볼 경우, 전자의 '늙은'은 '늙는'의 과거로 봐야 한다는 말인데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늙다'의 경우 기본형이 형재형으로 쓰이지 못한다거나('그녀는 예쁘다'는 말이 되나 '그녀는 늙다'와 같이 말이죠) 감탄형 어미가 '늙는구나'가 결합되어 동사로만 쓰인다고 할 수 있으나('있다'이 경우에는 '있구나' '있는구나' 둘다가 가능하여 형용사로도 동사로도 볼 수 있지요), 사실 '늙자'나 '늙어라'와 청유형이나 감탄형 어미가 결합되는 것은 또한 자연스럽지 않으므로 형용사적 쓰임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거든요. 물론 이를 두고 상태동사들이 보이는 불완전동사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반의어나 문장 내 쓰임을 볼 때 형용사적 쓰임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한데.....동사로만 규정을 해 놓은 것이 아무리 봐도 지나치게 단어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묶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동사와 형용사 둘 다 쓰일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학교 문법을 가르치는 교사로서는 아이들에게 품사를 지도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어 질문을 드려봅니다.

시원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답변 제목: ‘늙다’ (기타)
답변 일자: 2008.03.28.
작 성 자: 이수연



안녕하십니까?
학교 문법을 포함한 문법론이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늙다’의 품사를 동사로 봅니다. 따라서 품사를 동사로 규정짓게 하는 몇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하여 설명을 하시면 ‘늙다’의 품사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의미상, ‘늙다’는 “사람이나 동물, 식물 따위가 나이를 많이 먹다(여기서 ‘먹다’는 “일정한 나이에 이르거나 나이를 더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입니다).”라는 뜻풀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상태의 진행’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동사로서의 성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다음 기능상, 현재형 어미 ‘-ㄴ다/-는다’와 결합하여 활용을 하면 동사로 볼 수 있는데, 형용사인 ‘젊다’는 ‘내가 네 덕분에 젊는다’가 불가능한 반면, ‘늙다’는 ‘내가 너 때문에 늙는다’와 같은 표현이 가능합니다. 또 기본형만으로 완전한 서술 능력을 가지면 형용사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동사인데, ‘그는 젊다’의 ‘젊다’와는 달리 ‘그는 늙다’의 ‘늙다’는 기본형만으로 완전하게 서술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또 ‘-아라/-어라’가 동사에서는 명령형, 형용사에서는 감탄형으로 쓰이는데, ‘사람이 좀 곱게 늙어라’와 같은 문장은 감탄문이 아니라 명령문이 됩니다. 또 ‘-(으)ㄴ’은 동사에서는 과거, 형용사에서는 현재 관형사형이 되는데, ‘늙은 사람’에서 ‘늙은’은 다 끝나거나 지난 일을 이를 때 쓰는 부사 ‘이미’와 어울려 ‘이미 늙은 사람’과 같이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를 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품사 분류 기준인 ‘의미’와 ‘기능’으로 파악할 때, ‘늙다’의 품사를 ‘동사’로 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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