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그래 그 아비 성은 무엇이구?"
"알 수 있나요? 도무지 듣지를 못했으니까."
"그 그렇겠지."
하고 중얼거리며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 생원은 경망하게도 발을 빗디디었다. 앞으로 고꾸라지기가 바쁘게 몸째 풍덩 빠져버렸다. 허비적거릴수록 몸을 걷잡을 수 없어 동이가 소리를 치며 가까이 왔을 때에는 벌써 퍽으나 흘렀었다. 옷째 쫄딱 젖으니 물에 젖은 개보다도 참혹한 꼴이었다. 동이는 물속에서 어른을 해깝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라 장정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
"이렇게까지 해서 안됐네. 내 오늘은 정신이 빠진 모양이야."
"염려하실 것 없어요."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는 않는 눈치지?"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하는데요."
"지금 어디 계신가?"
"의부와도 갈라져서 제천에 있죠. 가을에는 봉평에 모셔 오려고 생각 중인데요. 이를 물고 벌면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죠."
"아무렴, 기특한 생각이야. 가을이랬다?"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마)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오, 생원."
조 선달은 바라보며 기어코 웃음이 터졌다.
ⓒ"나귀야.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했던가.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귀 새끼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를 도는 때가 있다네."
"사람을 물에 빠뜨릴 젠 딴은 대단한 나귀새끼군."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 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뜨이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1. 밑줄 친 ⓐ~ⓔ에 나타난 인물의 심리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 허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충격을 받았다.
②ⓑ - 허생원은 동이에게 육친의 정과 믿음직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③ⓒ - 허생원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변명을 하고 있으며 나귀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고 있다.
④ⓓ - 허생원은 동이가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기쁨을 느끼고 있다.
⑤ⓔ - 허생원이 동이를 아들로 확신하게 되는 심증을 보여준다.
제 생각은 1번이요. 아들인거에 대한 충격으로 넘어졌다고 보기는 아닌 것 같아서요. 고수님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문학선생님♥ 작성시간 11.03.21 3번같아요.. 나귀는 넘어진거에 대한 핑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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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흠흠흠흠 작성시간 11.03.21 제 생각도 1번같은데요
허생원은 동이가 자기 아들이라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나요? 충격을 받아서 발을 헛디뎠다는 것도 좀 그렇고..
정확한 내용은 기억 안나는데 e에 보면 '눈이 어둡던 허생원'이라는 걸 봐선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했다는 것도 딱히 충격때문은 아닌 것 같구요. 답이 뭔가요? -
작성자이번이 마지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3.21 ------ 아.... 답을 몰라서 문제예여. 한 학원 학생질문인데... 답은 학교샘만 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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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앵벌소녀 작성시간 11.03.22 3번 같아요. 자신의 실수에 대한 핑계는 맞고, 그 뒷부분이 나귀가 새끼를 얻은 것처럼 자신도 성처녀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부분이니까, 나귀에 대한 애착은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