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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 서왕모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가는 행렬을 담은 도석화

작성자낙엽|작성시간14.12.25|조회수441 목록 댓글 0

 

 

김홍도, 군선도(群仙圖), 1776년(32세), 지본담채, 132.8 x 575.8cm, 국보 139호

리움미술관 소장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

서왕모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가는 행렬을 담은 도석화

그림 속 인물을 함께 읽어가는 재미 

 

 

 

시서화악(詩書畵樂), 도석화(道釋畵) 등 모든 면에서 천재성을 보인 화선(畵仙) 김홍도의 32세 때 그린 8폭 병풍 그림 “군선도(群仙圖, 국보139호)”를 소개하려 한다.

 

이 작품에서는 30대 초반의 젊은 힘이 느껴지는 필치와 붓이 시작되고 꺾이고 빠지는 곳곳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장대한 규모에 걸 맞는 조화로운 화면구성과 힘 있는 필치, 우아하면서 생동감 있는 신선의 모습에서 탄탄한 화기(畵技)를 감지할 수 있다. 김홍도는 이를 토대로 다양한 도상과 그에 적절한 기법을 연마하여 점차 완성도를 높여갔고, 조선적인 미감과 정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갔다. 군선도는 다수의 신선들을 한꺼번에 그린 그림을 말한다. 조선시대에 자주 그렸던 군선도의 유형으로는 해상군선도(海上群仙圖), 요지연도(瑤池宴圖)와 같은 신선고사나 이를 바탕으로 꾸며진 소설, 설화 등의 내용을 형상화한 경우와 특정한 근거 없이 몇몇 신선들을 함께 그린 경우가 있다.

 

그런데 어느 경우든 그 내면에는 개별 신선이 지니고 있는 능력과 상징들을 결합시켜 그림의 효용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도석인물화의 가장 중요한 기능과 목적은 역시 기복축수(祈福祝壽)에 있다. 대부분의 조선시대 도석인물화의 용처가 여기에 부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세화(歲畵)이다.

 

세화란 도화서에서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임금께 바치는 그림이다. 왕과 왕비의 침소에 신선 그림을 둠으로써 장식 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왕실의 안녕과 복락을 기원했던 것이다. 이런 풍조는 사대부를 위시한 민간에도 펴져 나갔다. 특히 수연(壽宴)을 경축하기 위한 신선도가 자주 그려졌다 한다. 실제 장수를 상징하는 신선들을 소재로 말이다.

 

또 다른 군선도로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창덕궁 궁중벽화인 해상군선도 그 규모가 어떠했는지 상상해보면 크고 작은 화재로 손실되어 지금 우리가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대신하는 8폭 병풍으로, 군선도보다 작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인 해상군선도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아야겠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팔선 중 가장 연배가 높은 인물은 이철괴, 철괴리(鐵拐李)라 부르기도 한다. 원래 준수한 외모를 지닌 인물이었는데 태상노군과의 약속으로 육신에서 빠져나와 화산(華山)으로 떠나면서 제자에게 7일간 자신의 혼이 돌아오지 않으면 시신을 불사르라 명한다.

 

그러나 제자는 노모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7일을 채우지 못하고 스승의 시신을 불태운다. 그 후 철괴가 돌아와 귀환할 육신이 없어 굶어 죽은 거지의 시체에 붙어 일어났기 때문에 그런 험상궂은 몰골과 헝클어진 머리에 남루한 거지모습을 하고 있다. 당대(唐代)의 실존 인물인 종리권은 여동빈의 스승이자 팔선 중 우두머리다. 불기호탕한 무인(武人)으로 묘사되는데, 눈이 크고 수엽이 풍성한 얼굴에 도의(道衣)를 풀어 헤쳐 가슴과 배가 드러나며, 한 손에는 파초선을 들고 있다.

 

종리권의 대표적인 지물로 여겨진 파초선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 살려내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당대 실존인물인 여동빈은 도술과 천둔검법으로 이무기와 요괴를 죽이고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여 신망과 존경을 받기도 했다 한다. 도상적 특징은 화양건을 쓰고 도복을 입은 유생의 모습으로 검선(劍仙)이라는 이칭에 어울리게 보검을 지니고 있다. 흰 나귀를 타고 하루에도 수백 리를 갈 수 있고, 쉴 때는 나귀를 접어 작은 상자에 넣기도 한다.

 

다시 탈 때는 물을 뿌려 나귀로 만든 후 탔다 한다. 흰 수염을 가진 노인이 하얀 나귀를 거꾸로 타고 앉아 어고간자(魚鼓簡子)를 들거나 책을 보는 모습이다. 주변에 박쥐를 그리기도 하는데, 세상의 시작과 함께 태어났던 흰 박쥐의 정령이 화해서 장과가 되었다 한다. 하씨(何氏) 성을 가진 팔선 중 유일한 여선(女仙)이다. 약초나 선도가 담긴 바구니나 조리를 든 젊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고, 여성의 장수를 기원한다.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여신인 서왕모는 최고의 미모를 갖춘 선녀로 미화되었다. 선도나 파초선을 들고 있다.

 

동방삭은 한무제(漢武帝)때 문신으로 언변이 좋아 해학과 변설로 유명했다. 먹으면 일천갑자를 살 수 있다는 서왕모의 천도(天桃)를 세 번이나 훔쳐 먹어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회자되었다. 장수의 신선이기도 하다. 노자는 춘추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도가(道家)의 창시자이다. 경권을 들고 푸른 빛 일각우(一角牛)를 탄 백발노인의 형상으로 하고 있다. 여러 신선이 제각기 신선동자를 데리고 서왕모의 생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행렬을 그린 그림이다. 약간의 인물을 읽으면서 군선도를 보는 재미가 더해지길 바란다.

 

이제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2015년 새해에는 가정의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비는 마음으로 감히 김홍도의 군선도를 독자님들의 세화로 선물하고 싶다.

 

출처: 단원 김홍도/오주석, 간송문화

정미영(ran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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