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211923209
스승과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이야기해나갈 생각이지만 하룻밤 사이에 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고, 무척 긴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니 먼저 일련의 사건의 하나의 결과가 되는 스승의 실종을 적고 싶다.
그 총명한 셰에라자드는 잠자리를 같이 한 여자의 목을 새벽에 치는 잔혹한 왕에게 아름답고 기묘한 이야기를 밤이면 밤마다 계속 했다.
천야를 넘기기 위해 다음은 내일에 계속이라고 덧붙이면서.
스승과 있었던 이야기는 그런 굉장한 것이 아니고 언제 당신이 질릴지 몰라 책을 덮는 것만으로 이 사소한 이야기를 끝내버릴지도 모른다.
그때, 책을 덮는 당신의 손을 멈추며 그 귀를 다시 기울이게 하는 것은 이 이야기를 향한 결말을 알고 싶다는 갈망일까.
아까 말했듯이 그의 실종은 하나의 결말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에 화내고, 무엇을 몽상하며, 무엇에 분개하고, 무엇에 웃고, 무엇에 실망하고, 무엇에 초조해하며, 무엇에 패배했는가.
그 전부이며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는 그와 만난 대학교 1학년 봄부터 시작한다.
마침내 무대는 추상의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눈부시게 빛나는 시대의 파멸과 절망을 겪고 시계바늘은 다시 미래로 나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왠지 쑥쓰러워져서 이 정도쯤에서 그만두지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이 있다.
여기에는 전부는 아니지만 유령이나 요괴에 관련된 이야기가 잔뜩 나온다.
혹시 당신이 잠들기 전에 읽고 말아 견딜 수 없이 무서워졌다면 조용히 눈을 감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말을 떠올려주었으면 한다.
◆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스승은 그 대학교 도서관 서기로 일하고 있었다.
그 해 여름 무렵부터 스승은 꽤 정신적으로 몰려 있어서 자주 "거기에 여자가 있어!" 같은 말을 하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무서워하고 움찔거렸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스승만큼 영감이 강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여 함께 떨었다.
가을 무렵이었다.
그 무렵 나는 스승과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으나 우연히 학식에서 만나서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았다.
"뒷자리에 몇 명이나 보여?"
스승이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밤 9시 전이라서 학식은 텅텅 비었다.
뒤에 있는 테이블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다.
"뭔가 보이나요?"
"있잖아? 몇 명 있어?"
스승은 그렇게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귀울림도 없고 그것들이 나올 때 특유의 한기도 없다.
나는 곤혹스러웠다.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자 스승은 안심한 얼굴을 했다.
"그런가. 잘됐다."
그때 확신했다.
영은 뒷자리에 있는게 아니다.
스승의 머리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아까 보인 낭패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스승은 담담히 오야코동에 젓가락을 갖다댄다.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이 치밀어올라 눈앞의 요리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 3일 후에 스승은 실종했다.
직장인 도서관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사직서만 남기고.
찾지 말아달라는 편지도 있던 것 같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도 왠지 알 수 없다.
어째서일까.
문득 생각해보아도 찾지 않는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찾아서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그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사제 관계는 그때 이미 끝났던 것이다.
스승의 가정은 복잡한 듯 숙모라는 사람이 아파트를 정리하러 왔다.
무척 기분 나쁜 사람으로 친구라고 말해도 바로 쫓아내었다.
보통 친구에게 실종 전에 상태 정도는 물어보는데.
결국 아파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정리되고 텅 비게 되었다.
그리고 예약이라도 한 건지 바로 다음 주민이 들어왔다.
방에서 나가는 걸 보았는데 날라리 같은 젊은이였다.
스승이나 내가 연관된 것과는 완전히 인연이 없는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스승이 있던 공간은 어느샌가 점점 다른 것으로 채워져 갔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무렵 활동하던 동아리에 그럴싸하게 퍼지는 소문이 있다.
스승과 관련된 소문이다.
"그 녀석은 사람을 죽이고 있어."
농담 반으로 선배들이 말하고 있다.
아마도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승은 취하면 자주 입에 담았던 적이 있다.
"결국에 말이야, 시체를 어디에 묻을까. 그게 전부야."
자신과 관련된 소문에 편승하여 일부러 서비스를 해주는 게 명백했으나 그런 이야기를 할 때의 눈이 굉장히 무서웠던 게 기억난다.
스승의 차로 순례한 여러 심령 스팟이 생각난다.
어느 산에 있는 몰살의 집이라는 명소에 갔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불특정다수인 인간이 심야에 남의 눈을 피해 행동해. 그리고 기괴한 소문이 돌지. 원한 관계가 아니라면 범인을 밝혀낼 수 없어."
들었을 때는 그저 기분 나쁠 뿐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마도 스승은 "원한도 뭐도 없고 그저 죽인 인간의 시체를 어디에 묻는게 좋을까." 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심령 스팟에 묻으면 돼.
그렇게 호언장담하는 그는 조수석에 앉은 나를 노골적으로 겁주려고 했다.
심야 그런 심령 스팟을 돌아다니는 날마다 끈적끈적한 의심과 공포를 더해가는 것이다.
실로 악취미다.
다만 그것조차 어느 정도 본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미끼였던 것 같다.
이전, 나는 스승을 따라 차로 북쪽 1시간 이상 올라가는 산간 마을에 간 적이 있다.
거기에는 '돌아오는 늪' 이라는 기괴한 곳이 있었다.
옛날에 텐구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다는 전설이 있는 것 같다.
마침내 신사에 모시게 된 텐구의 끔찍한 이야기를 길을 걸어가면서 들어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돌돌아오는 늪'이라는 것도 하늘에서 떨어진 텐구랑 연관이 있는 장소인듯 하다.
"닥치는 대로 찾다가 겨우 발견했어."
심야였다.
차에서 내려 산속 길 아닌 길을 걸었다.
손전등 약한 불빛이 비치는 앞쪽에 어렴풋이 빛이 보인 것 같았다.
이어서 물 냄새가 풍겨온다.
"이것이?"
늪이었다. 자그만 늪이 인기척 없는 산속에 달빛을 반사시키고 있다.
"그래. 돌아오는 늪이야. 지역 사람들 중에도 이제 아는 사람이 적다는 연유가 있는 곳이지. 텐구를 모시는 신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데 거기에 유래와 민화가 고문서에 전해내려오고 있어."
◆
늪의 밑바닥에 아주 먼 옛날 텐구가 떨어뜨린 구슬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예전에 아름다운 샘이 있었던 그 토지는 새어나오는 구슬의 주력에 늪이 되어 독기가 가득 찬 무시무시한 곳이 되어버렸다.
마을 사람도 가까이 가지 않게 된 그 늪에 어느 날 전염병으로 아내를 먼저 보낸 남자가 찾아왔다.
이 세상을 덧없게 여겨 뒤를 따라 죽으려고 생각한 것이다.
물가에 오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빼앗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독기로 충만한 늪에 남자는 발을 담그려고 했다.
그 전에 아내의 유품이기도 한 머리카락을 늪에 던졌다.
그러자 늪 중앙이 부글부글 끌어오르듯이 흔들리고 갓난아기의 비명 같은 무서운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놀라서 옆에 있던 관목 뒤에 몸을 숨겼다.
요동치는 늪이 마침내 잠잠해질 무렵 잔잔한 수면에 어느샌가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아내의 얼굴이었다.
그걸 눈치챈 남자는 물 속으로 뛰어들어 아내를 늪 안에서 끌어내었다.
텐구가 떨어뜨렸다는 구슬의 힘이었을 것이다.
죽은 자였던 아내가 저승에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남자가 불러도 응답하지 않았다.
모습은 아내 그 자체였으나 그 안에는 혼이 들어가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사람의 형태를 한 것은 전부 붕괴되어 늪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에는 머리카락만이 남아 있었다.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산을 달려내려가 도망친 남자는 죽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어느새 새로운 아내를 들이기로 했다.
그 생활은 검소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새로운 아내는 서툴렀지만 열심히 일하고 남자를 따르며 시아버지랑 시어머니를 공경하는 착실한 여자였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남자는 새 아내를 데리고 그 늪을 찾아갔다.
그리고 버리고 숨긴 죽은 아내의 머리카락을 늪에 던지고 이어서 새 아내를 늪에 밀어뜨렸다.
수영을 잘했을 터인 새 아내는 자맥질을 하면서 늪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마치 누군가 발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그때처럼 늪은 끓어오르며 흔들리기 시작해 마침내 잠잠해지니 예전 아내의 얼굴이 수면에 나타났다.
남자가 늪에서 끌어올리니 아내는 어리둥절했으나 잠시 후 저를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아내였다. 죽었을 터인.
이번에야말로 죽은 자가 저승에서 돌아온 것이다.
남자는 아내의 몸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끔찍한 이야기네요."
내 감상에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에 "그저 오래된 전설일 뿐이야."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지금도 썩은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늪에 천천히 다가갔다.
"이야기에는 아직 다음 부분이 있어. 남자 이야기를 들은 이 마을 촌장은 젊어서 죽은 외동딸을 저세상에서 불러들이기 위해 똑같은 일을 했던 것 같아. 하지만 잘 되지는 않았어. 딸의 모습을 한 것이 나타났지만 혼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늪으로 돌아가버렸지. 하녀를 시험삼아 늪에 빠뜨렸으나 역시 똑같았어. 토지의 대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똑같은 일을 했지.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역시 안 됐어. 몇 명이나 늪에 빠뜨려도. 하지만, 처음 남자 외에도 죽은 자를 되살리는데 성공한 사람도 있었어."
스승은 늪가에 쭈그려 앉아서 담담히 이야기했다.
"뭐가 달랐던 건가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데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은."
의문을 표한 나에게 스승은 희미한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사람의 혼이 어디서 오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바람으로 바스락바스락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근처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나는 늪에서 떨어진 곳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스승은 늪가에 쭈그려 앉은 채로 돌아보며 "오지 않는 거냐." 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대체 뭘 겁내는 걸까.
죽은 자가 되살아난다는 이런 하찮은 이야기를?
"자, 그럼. 돌아갈까."
일어서서 스승은 묘하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눈 속에 소용돌이 치는 어두운 빛을 본 것 같아서 나는 한 번 더 뒷걸음질 쳤다.
스승의 차 트렁크를 한 번 슬쩍 열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봉투에 채워진 흙덩이가 있을 뿐 뭔가 흥미를 끌만한 것은 숨기지 않았다.
그때 일을 왠지 떠올리고 말았다.
스승에게는 연인이 있는데 내가 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현외로 취직하게 되어 떠나버리고 말았다.
감이 좋은 사람이라서 그 무렵 미치기 시작한 스승에게 도망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똑같이 졸업해서 떠난 선배들 중에 이상하게도 그녀만은 그 후에 연락두절이 되었다.
휴대전화도 번호가 바뀐 것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스승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걱정했다.
그 걱정이 본심이면 좋겠지만 사람의 마음속은 엿볼 수 없다.
밤을 헤매며 심령 스팟을, 사람의 죽음의 기색이 짙은 곳을 순회하던 그는 대체 무엇을 원했던 걸까.
실종한 후에는 원하는 것이 있었던 걸까.
지금은 더 이상 알 수 없다.
스승의 잊을 수 없는 말이 있다.
내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심령 스팟에 가서 두려워할 때 스승이 이렇게 말했다.
"이런 어둠이 뭐가 무섭냐. 눈을 감아봐.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어둠이다."
잠들 수 없는 밤에 지금도 그 말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