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0521
대학교 1학년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 당시 내 방에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어서 매일이 지옥이었다.
그런 열대야가 계속되던 날 전화가 걸려왔다.
한밤 중 한 시 정도.
이 시간에 누구야! 라고 짜증내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전화기로부터 보글보글보글 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물 속에서 억지로 말하는 것 같았다.
혼선 같은 걸로 소리가 이상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하는 것치고는 간격이 너무 길었다.
문자로 쓰긴 어렵지만 굳이 쓴다면
보글보글...보글...슈우...보글...슈우...슈우...보글...보그를...
평상시라면 무서워해야할테지만 그때는 더위로 짜증나 머리에서 열기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시끄러워! 야, 누구야." 라고 말해버렸다.
그래도 전화는 계속되어 보글보글 거품이 나는 소리가 정기적으로 들렸다.
나도 오기가 생겨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라고 반복했지만 10분 정도 지나도 전혀 끊을 생각을 하지 않아서 이런 걸 상대하는 내 자신이 한심해진 나머지 먼저 끊어버렸다.
그리고 3개월 정도 지나서 그때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무렵, 자동 응답기에 그 보글보글 하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녹음 시간 내내 보글...보글...슈우...보글...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지울까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남겨두었다.
그리고 3일 정도 후에 동아리에 있는 선배가 놀러온다고 했으므로 그 보글보글 이외의 부재중 기록을 전부 지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는 들어오자마자 '미안, 이 커피 좀 마셔줘.' 라고 말했다.
자판기 캔커피를 사와야 하는데 왠지 '뜨~거운' 쪽을 잘못 골라서 사버린 것 같다.
아직 9월 늦더위도 힘든 계절이었다.
그러나 자동 응답 전화를 들려줄 때 선배는 핫커피를 꼭 쥐고 후후 불어 마시기 시작했다.
선배는 이상하게 영감이 강하고 내가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덜덜 떨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돌릴까요?"
내가 전화기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자 '그만둬!' 라고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거 물소리로 들리냐?"
새파란 얼굴로 나에게 묻는다.
"네? 뭔가 들립니까?"
"생령이야. 직접 들으면 수명 줄어들어. 지금도 와있어. 목이."
나도 짐작가는 곳이 있었다.
당시 나는 어떤 여성으로부터 스토킹 비스무리한 걸 당하고 있어서 모른 척 하고 있었더니 자주 "수면제를 마시고 죽을거야" 같은 말을 듣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나요? 혹시 여자 아닌가요?"
"맞아. 그래도 얼굴뿐만이 아니야. 목도 보여. 창문에서 목이 늘어나고 있어."
나는 오싹했다.
생령은 자고 있는 동안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목을 뻗어 애증하는 상대의 곁에 오게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 어떻게든 해주세요."
내가 울며 매달리자 선배는 도망갈 것처럼 몸을 뒤로 젖히며
"어쨌든 그 전화가 걸려와도 이제 절대로 듣지 마. 본인이 일어나고 있을 때 분명히 이야기할 수 밖에 없어."
거기까지 말하고 천장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진다.
"게다가 단순한 잠이 아니야. 이건... 자칫 잘못하다간 그대로 죽어. 봐봐. 목이 찢어질 것 같아."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붙잡고 늘어졌지만 선배가 돌아가버린 바람에 난 울며울며 스토커 여자의 집에 갔다.
이후의 일은 오컬트 이야기가 아니고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적지 않겠지만 결국 나는 그로부터 약 2년 정도 그 여자에게 늘 쫓겼다.
솔직히 보글보글 전화보다 수면제 자살미수가 실황 중계 되었을 때의 전화 쪽이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