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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비둘기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23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0688

대학 시절 자주 산책을 하는 공원에는 비둘기가 많이 있었다.

포장된 길에 도대체 뭐가 그렇게 떨어져 있는지 쓸데없이 걸어다니며 땅을 부리로 쿡쿡 찔러댔다.

그 중에서도 자주 내가 멍하니 앉아 있던 벤치 근처에 언제나 비둘기가 떼를 지어 모여들었다.

수많은 비둘기가 끊임없이 땅을 쿡쿡 찔러대고 뭔가를 먹고 있다.

'이 벤치에 앉아 도시락 먹고 남은 거라도 던지는 사람이 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2학년 때 봄

동아리 신입생 환영 다과회를 겸해 그 공원 잔디에 자리잡고 꽃놀이를 했다.

예쁜 벚꽃이 피어있었다.
별로 이상한 동아리는 아니었지만 한명 오컬트 신같은 선배가 있어 나는 그를 스승이라고 부르며 때로는 존경하고 때로는 놀리곤 했다.

그 스승이 드물게 몹시 취해서 뻗어 있었다.
누가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말했다.

"최초로 벚꽃 아래에 시체가 가득 묻혀 있다고 말한 건 누굴까."

그러자 스승이 벌떡 일어나며 혀가 돌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벚나무 밑이라도 흙 밑에 묻혀 있는 행복한 놈들뿐만 있다고 단정지을 순 없어."

곧바로 다른 선배들이 스승을 붙잡았다.
폭주하면 신입생이 놀란다.
나는 조금 유감이었다.

"조금 쉬고올게요."

이렇게 말하고 평소에 앉는 벤치까지 스승을 데리고가 앉혔다.
잠시 후 물을 가져와 옆에 앉았다.

"조금 전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요?"

스승은 거칠게 숨을 쉬면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거기 비둘기 있지?"

문득 보니 벌써 해가 떨어져 어두워진 공원 안에 비둘기 같은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다.
일제히 비둘기들이 얼굴을 들어 작게 빛나는 눈으로 이쪽을 보았다.

"너에게 중요한 사실 가르쳐 주지."

취하고 있는 탓인지 스승은 평상시와 다른어조로 나에게 이야기했다.

무심코 긴장했다.

"아니, 전에도 말했던가... 인간이 죽으면 어디로 간다고 생각해?"

"네? 저세상이요?"

스승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어디에도 갈 수 없어. 없어지든가 거기에 있든가 둘 중 하나야"

잘 모르겠다.
스승은 여러가지를 가르쳐주긴 했지만 이런 철학적이라고 해야 하나 종교와 관련된 것을 말하는 것은 드물었다.

"그러니까 옆에 있어."

인간에게 있어 유령이라는 존재를 말하고 있는 거라는 걸 깨닫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거기서 비둘기에게 먹히는 녀석도 없어질 때까지 있다가 그걸로 끝이야."

뭐?
눈을 비볐지만 아무것도 안보인다.

"몹시 약한 녀석이야. 벌써 사라지고 있어. 비둘기는 무엇을 먹고 있는지 모르지만 먹히는 쪽은 '먹히면 없어진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러니까 사라져."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새는 사람의 영혼이 보인다고 스승은 중얼거렸다.

언제나 비둘기가 모여있는 곳은 옛날에 사람이 죽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비둘기에게 먹히는 것보다 벚나무에게 먹히는 것이 나아."

술냄새가 나는 한숨을 쉬며 그렇게말한채 스승은 입을 다물었다.

잔디 저편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스승님은 자신이 죽을 때를 생각했던 적이 있나요?"

언제나 듣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물어볼 수 없었던 것을 물었다.

"똑같아. 엄청난 악령이 되어서 없어질 때까지 있다가 그걸로 끝이지."

똑같다고 했지만 한 발자국 더 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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