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0933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그런 사람이 계속 살고 있는 것을 우리는 대체로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알지 못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일로 그런 사람과 만났을 때 일상은 어이없이 간단히 변해버린다.
나에게 있어서 그 일상 옆에 있는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다.
대학교 1학년 때 현지의 넷 게시판에 있는 오컬트 포럼에 드나들고 있었다.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은 이른바 오컬트 애호가이며 고등학교까지 나라면 솔직히 관심을 가졌겠지만 대학에 들어가 서서히 스승으로 존경하는 엄청난 인물을 만나버렸으므로 왠지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강령실험 등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흑마술계 괴짜들과 함께 놀다가 1명 흥미로운 사람과 만났다.
'쿄스케' 라고 하는 닉네임을 가진 여성으로 나이는 나보다 2, 3살 많아 보였다.
눅눅한 인상이 있는 흑마술계 그룹에 비해서 화려한 사람으로 키가 크고 상당히 털털했다.
그 탓인지 밖에서 만나도 쿄스케라고 불리고 있고 본인도 그게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어느 오프모임에서 '꿈' 의 이야기가 나왔다. 예지몽이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모두 좋아해서 달아오르고 있었는데 유독 쿄스케 씨만 잠자코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 한 마디 했다.
"난 꿈을 꾸지 않아."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아서 그 이상 캐묻지 않았지만 그 한 마디가 쭉 신경쓰였다.
대학생이 되어 첫 여름방학에 접어들어 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심령 스팟에 돌아다니며 오컬트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을 뜨니 낯선 방에 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자고 있던 소파로부터 몸을 일으켰다.
옷에서 술냄새가 난다.
만취해서 자버린 것 같다.
둔한 머리로 어제 일을 생각해내려고 근처를 둘러보았다.
두꺼운 커튼에서 희미한 달빛이 비쳐 한 순간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이 보였다.
수조라고 짐작되는 윤곽 속에 짙은 쥐색 비늘이 빛났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쩐지 관능적으로 느껴져 이상한 흥분을 느꼈지만 곧 졸음이 쏟아져 그대로 넘어져 자버렸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커튼에서 아침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일어나."
눈앞에 쿄스케 씨의 얼굴이 있어 무심코 '어?' 하고 얼간이 같은 소리를 내버렸다.
"그렇게 불만이었냐?"
쿄스케 씨는 상황을 알고 있는 듯 가르쳐 주었다.
아무래도 어젯밤 오프모임 연회 뒤에 완전히 취한 나를 어떻게 할지 남겨진 여성진들이 합의한 결과 근처에 살고 있는 쿄스케 씨가 자신의 맨션에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면목이 없어서 도중에 정좌를 하며 들었다.
쿄스케 씨는 그렇게 신경쓰지 마라며 커피를 마셨다.
그때 방구석에서 어제 밤에 본 수조를 발견했지만 이상하게도 안에는 물밖에 없었다.
"밤에 물고기가 보였는데요."
그걸 듣고 쿄스케 씨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보인 거냐.."
그렇게 말하며 몸을 들이민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 라며 쿄스케 씨는 기묘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쿄스케 씨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무렵 학교에서 흑마술이 유행했었다.
점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부상자가 나올 짓까지 벌였다.
쿄스케 씨는 그 그룹 리더와 친해서 몇 번이나 비밀 협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리더가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악마를 부르려고 해."
그 이름 없는 악마는 부른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을 먹는 대신에 재액(災厄)을 부른다고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닌가요?"
무심코 끼어들었다.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해보고 싶었어."
하지만 쿄스케 씨는 그렇게 말했다.
쿄스케 씨를 소환자로 정하고 그 의식을 거행했다.
쿄스케 씨와 리더를 제외한 전원이 간질 현상을 일으켜 그 흑마술 동아리는 이후 활동하지 않았다.
"악마는 나왔나요?"
쿄스케 씨는 한순간 눈을 돌렸다.
"그것은 대체 뭐였을까."
그렇게 말한 후 입을 다물었다.
오컬트를 좋아하는 나라도 악마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믿을 수 없는 기분이 들겠지만 요컨대 '그것을 뭐라고 부를까'라는 차이밖에 없다는 걸 오컬트 삼매경 생활 속에서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웃어넘기지 않았다.
"꿈을 먹는 거죠? 그 녀석은."
그 궁금했던 한 마디와 이어졌다.
그러나 쿄스케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악몽을 먹어."
그 말을 듣고 등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감촉이 느껴진다.
쿄스케 씨는 분명히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악마는 악몽밖에 먹지 않는다...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오싹해졌다.
쿄스케 씨는 자면 완전히 의식이 끊긴 채 다음 날을 맞는다고 한다.
언제나 깨어나면 어딘가 몸의 일부가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 수조에 있던 물고기는 뭔가요?"
"몰라. 난 본 적이 없으니까. 아마 나의 악몽을 먹는 놈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나의 악몽 그 자체일 거야.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쿄스케 씨가 자고 있을 때밖에 나오지 않고 게다가 그것이 보인 인간은 지금까지 두 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수조가 있는 이 방에서밖에 나는 잘 수 없어."
어떤 때라도 방에 돌아와 잔다고 한다.
"여행 같은 곳에 가서 반드시 묵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잖아요?"
"그런 때는 잠을 안 자."
그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분명히 회식 자리에서도 엎어지는 걸 본 적 없다.
그렇게 악몽을 보는 것이 무서운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만두었다.
아마, 악몽을 먹는다고 하는 악마가 부른 재액이야말로 그 악몽일 테니까.
나는 이 이야기를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었다.
쿄스케 씨의 단순한 망상이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다만 어젯밤에 어두운 곳에 빛났던 비늘과 아무렇지도 않게 내 눈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 사람의 강한 눈빛이 내 일상 옆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고기도 꿈을 꿀까?"
갑자기 쿄스케 씨가 중얼거렸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