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1297
대학교 1학년 때 오컬트에 빠져있던 내게는 스승이 있었다.
단순히 무서운 걸 좋아하는 사람과 일선을 긋는 정체를 모를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 스승을 제외하고 날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 사람이 있었다.
오컬트 계의 인터넷 동료로 밖에서도 자주 만나는 '쿄스케' 라고 하는 여성이다.
어느 쪽이든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굉장한 사람들이었다.
스승의 애인도 같은 인터넷 동료였으므로 서로 안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쿄스케 씨는 스승을 모른다고 한다.
나는 그 두 명이 만나게 하면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스승에게 쿄스케 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만나보지 않겠습니까?' 라고.
스승은 팔짱을 낀 채 신음소리를 낸 후 말했다.
"최근 나랑 안 놀아준다고 생각했더니 바람 피우고 있었냐?"
그런 질투를 해도 곤란하다.
스승은 흑마술에 섣불리 빠졌다간 큰 코 다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흑마술계 포럼이 있었다.
스승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기에 "그다지 흑마술 관련은 안 하지만" 이라고 운을 떼며 나는 어떤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쿄스케 씨 모교인 이 마을에 있는 여고에 잠입했을 때 벌어진 사건을 말했는데 스승은 그 여고 이름에 반응했다.
"기다려. 그 여자 이름이 뭐야? 쿄코(京子)나 치히로(ちひろ) 아니야?"
그러고 보니 나는 쿄스케라는 닉네임밖에 모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스승이 대학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내에 있는 여고에서 엽기적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여학생이 심각한 빈혈로 구급차에 실려갔고 '같은 학년 친구에게 피를 빨렸다' 라고 증언했다.
지방 신문이 그 이야기를 실어 조금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 후 경찰은 자살미수라고 발표해 사건 자체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그 후 여학생 두 명이 나중에 몰래 정학 처분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들 현지 오컬트 애호가들 사이에서 그 사건이 뜨겁게 거론되었지. OO고의 뱀파이어라는 식으로. 분명히 학교 안에서 유행했던 점술 관련 비밀 동아리가 얽혀 있었던 것 같아. 정학된 것은 그 리더로 추정되는 두 명. 어디선가 들은 정보로는 그런 이름이었어."
요즘 시대에 흡혈귀라니.
나는 스승에게 미안하지만 배꼽 빠지게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야. 그 여자에게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
스승이 예상도 못한 진지한 얼굴로 충고를 한다.
"그렇지만 쿄스케 씨가 그 정학당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나는 어디까지나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쿄코'라는 이름이 묘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현지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여고 출신 사람이 주변에 꽤 있었다.
같은 학과 선배 중 그 여고 졸업생이 있었으므로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나도 그 문제에 대해 꽤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다.
"쿄코 씨? 물론 알고 있어. 나보다 한 상 연상. 그래그래, 정학당했지. 쿄코와 야마나카 치히로. 점인지 뭔지로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아. 아아, 끔찍해. 두 사람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어. 특히 쿄코 씨는 이름을 입에 담아도 저주받는다고 하급생들 사이에서 퍼졌어. 음, 그러니까, 마자키 쿄코(間崎京子). 꺅, 말해버렸다."
그 선배에게 '쿄코' 씨와 같은 학년이라고 하는 사람 두 명을 소개받았다.
두 사람 모두 다른 학부였지만 학내 찻집과 동아리방에 직접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쿄코? 그 애는 위험해. 악마를 부른다고 소문이 난데다 이상한 의식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고교생이 뭘 그런 것까지 할까 싶을 정도로 심했어. 처음에는 점술 같은 걸 좋아하는 추종자들이 상당히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그 쿄코와 치히로밖에 없게 되었지. 졸업하고 밖으로 나갔다는 말은 안 들었으니까 의외로 이 마을에 있는 거 아닐까?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름은 함부로 입밖에 내지 않는 게 좋아. 아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다가 사고 당한 아이 진짜 많아. 응? 그래그래, 단발에 키가 컸어. 얼굴은 예뻤지만...다가가기가 어려워서 애인 같은 건 없었을 거야."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는 길에 껌을 밟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부상자가 나올 것 같은 '놀이'를 하고 있었다는 '쿄스케' 씨 이야기가 일치한다.
야마나카 치히로라고 하는 사람은 쿄스케 씨와 친했다던 흑마술 동아리 리더격인 여성이 아니었을까.
마자키 쿄코.
머릿속에서 그 말이 맴돌았다.
그로부터 며칠동안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쿄스케 씨와 대화하는 게 무서웠다.
관계가 틀어질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그런 쿄스케 씨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별로 잡아먹히는 것도 아니잖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가까이 가지 마라.' 라고 단기간에 4명에게 들으면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 문제로 고민하며 보내던 날 길을 걷다가 껌을 밟았다.
보도 구석에 문질러 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근처가 어두워졌다가 곧바로 또 밝아진 것이다.
구름이 해를 가린 것이 아니다.
짧게나마 암흑이 찾아온 것 같다.
잠시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을 때 또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깜빡 하고 주변이 캄캄해졌던 것이다.
마치 천천히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자기가 눈을 깜빡거린 것에 놀랄 바보는 아니다.
무서워져서 그 자리를 떠났다.
다음은 집에서 양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깜빡깜빡 두 번 시야가 어두워졌다.
놀라서 입안에 머금던 것을 삼켜버렸다.
그런 일이 며칠 간 계속되어 노이로제가 걸린 나는 스승에게 울면서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렇게 말해도 뭐가 뭔지 난 모른다.
"그 여자를 조사하려고 했기 때문에 저쪽에서 눈치챘어. '그것'은 확실히 눈깜빡임이야."
무슨 말인가?
"영시라는 게 있잖아. 영시당하는 인간의 눈앞에 영시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이야기 들은 적 없어?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눈깜빡임은 '보고 있는 쪽'의 눈깜빡임일 거야."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건가요?"
"그 여자는 위험해. 어떻게든 해야 해."
"어떻게든이라니.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사과하러 가든가?
스승은 남일인양 말했다.
"같이 가 주세요." 라고 울며 매달렸지만 상대해주지 않는다.
"무섭나요?" 라며 도발해보았지만 "여자는 무서워." 라고 한 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쿄스케 씨 맨션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비장한 각오로 밤길을 걷고 있었다.
자전거가 펑크난 것이다.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또 껌을 밟았다.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땅에 신발을 문질러 떼려다 문득 신발 밑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멈출 뻔했다.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다!
껌은커녕, 진흙도 없다.
그럼 그 다리를 잡아끄는 것 같은 감각은 도대체 뭐였단 말인가?
'쿄코' 씨를 찾으려고 한 뒤로부터 쓸데없이 붙게 된 껌은 혹시 전부 껌이 아니었던 건가?
멈춰 선 나를 내 것이 아닌 눈깜빡임이 덮쳤다.
위로부터 닫히는 세계의 그 끝에 한순간, 오직 한순간 검고 긴 것이 보인 것 같았다.
속눈썹?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좀 봐주세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맨션으로 달려갔다.
벨을 울린 뒤 '우-이.' 라는 나른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쿄스케 씨는 나를 내려다보다 쭈그려앉았다.
"왜 갑자기 땅에 엎드려 조아리는 거야."
뭐 어쨌든 들어와 라며 방에 들여보냈다.
나는 반쯤 울면서 사죄의 말을 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지만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횡설수설한 이야기를 다 들은 뒤 쿄스케 씨는 한숨을 쉬고 청바지 주머니에서 부스럭부스럭 무언가를 찾다가 지갑에서 이륜차 면허를 꺼냈다.
'야마나카 치히로(山中ちひろ)'
그렇게 써있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말했다.
"그, 그렇지만 키가 크고 단발에..."
"난 고등학교 때는 쭉 긴머리였어."
그럼, 마자키 쿄코라는 사람은...
"너는 죽는 게 무섭지 않냐. 그 녀석한테만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게 좋아."
왠지 긴장이 풀렸다가 곧바로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