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1458
처음에는 단순히 점을 보는 정도였다고 한다.
여자애라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 점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점에 몰두하다보니 치는 방법이 점점 광적으로 변해서 남이 보기에는 조금 불쾌할지도 모른다.
쿄스케 씨는 그 불쾌한 아이 중 하나로 주로 타로 카드를 사용한 간단한 점을 쉬는 시간마다 치고 있었다고 한다.
이윽고 교내에서 점이 유행해서 여기저기서 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어릴 때부터 점치는 것을 좋아했던 쿄스케 씨는 그 지식도 풍부해서 많은 학생들이 존경했다.
타로카드나 트럼프 점부터 점성술이나 카바라 등을 사용하는 광적인 그룹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흑마술 같은 음습한 짓을 하는 집단이 나타났다.
그 보스가 마자키 쿄코(間崎 京子)라고 하는 학생이었다.
쿄스케 씨와 마자키 쿄코는 서로를 인정하기도 하고 또 견제하기도 했다.
사이가 좋았다고도 미워한다고도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러던 어느날 쿄스케 씨가 있는 어떤 친구의 손목에 상처가 난 걸 깨달았다.
물어보니 마자키 쿄코가 점쳐주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자키 쿄코 본인에게 달려가니 "피로 점쳐." 라고 시원스럽게 말했다.
손가락 끝이나 손목을 면도기 같은 걸로 베어 종이 위에 피를 떨어뜨린 뒤 그 모양을 읽어 점을 친다는 것이다.
쿄스케 씨는 그런 건 점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마자키 쿄코의 추종자들은 '네 점은 낡았어.' 라고 맞받아쳤다.
그 후, 손목이나 손가락 끝에 상처가 난 학생은 없어졌지만 혈액점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았다.
요컨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피를 뽑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점이 유행하자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되었고, 학생들은 좀 더 자극적인 걸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주는 마자키 쿄코에게 끌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중력의 근원으로부터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학교 내 마자키 쿄코의 존재감은 컬트 종교 같아서, 그 언동은 이미 경외의 대상이었다.
'이름을 입밖에 낸 것만으로 저주받는다.' 라는 소문은 단지 그녀가 자신의 소문을 퍼뜨리는 걸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고, 실제로 그녀 주위에서 기묘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쿄스케 씨가 혈액점을 알게 된 후 몇 주가 지났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반 아이 하나가 갑자기 쓰러졌다.
"괜찮아, 조금 어지러워서."
곁에 있던 쿄스케 씨가 안아 일으키자 그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떠나려고 했다.
"괜찮을 리 없잖아."
그 아이는 그렇게 말하는 쿄스케 씨 손을 세게 뿌리쳤다.
"내버려둬."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 아이는 마자키 쿄코 신자 중 한 명이니까.
그 날 방과 후 쿄스케 씨는 제2 과학실로 갔다.
거기는 마자키 쿄코가 표면상 부장을 맡고 있는 생물 동아리 방이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발을 디디려고 하지 않았다.
가끔 밤늦게까지 그림자가 창에 비치는데도 불구하고 생물 동아리 활동은 전혀 안 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2 과학실이 가까워질 때마다 이상한 위압감이 어슴푸레한 복도를 일그러뜨리는 것 같았다.
아마 이것은 선생들은 모르는 학생들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일 것이다.
"쿄코. 들어간다."
방문을 열고 쿄스케 씨는 바로 들어갔다.
검은 커튼이 창을 가린 어두운 실내에서 단발을 헤어밴드로 올린 여학생이 부글부글 끓는 플라스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머, 별일이네."
"혼자냐."
안쪽 테이블로 다가가려다가 멈칫했다.
이 냄새는.
"야, 뭘 끓이고 있는 거야?"
"호문쿨루스."
시원스럽게 마자키 쿄코가 대답하자 쿄스케 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혈액과 정액을 섞는 것으로 인간을 만들자고 어떤 바보가 말했을까."
마자키 쿄코는 입가를 올린 채 불을 껐다.
"농담이야."
"이 냄새가 농담이라고?"
쿄스케 씨가 테이블 앞을 가로막았다.
"점 좋아하는 애들한테 들었다. 너 모은 피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때 쓰러진 여학생은 왼손 팔꿈치 뒤에 주사바늘 자국이 있었다.
정맥에서 피를 뽑은 자국이다.
게다가 바늘 자국은 한 군데만 나있는 게 아니었다.
점을 치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할 리 없다.
마자키 쿄코는 눈초리가 길게 째진 눈으로 쿄스케 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긴장된 분위기가 맴돌았다.
이윽고 마자키 쿄코가 가슴팍에 달린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고개를 기울였다.
병은 검붉은 색이었다.
"마시고 있었어."
무심코 소리를 지르려던 쿄스케 씨를 제지하고 계속 말했다.
"흰 종이에 떨어뜨리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알 수 있지. 수면 부족도, 과식도, 고민도, 애인과 어떻게 지내는지도."
"그게 점이라고?"
어깨를 으쓱하는 마자키 쿄코를 노려본 채 쿄스케 씨가 내뱉었다.
"호혈증(好血症)이라는 건가요?"
그때까지 숨을 죽이며 듣고 있던 나는 무심코 끼어들었다.
쿄스케 씨는 맥주를 비우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노 페이트다."
응? 그게 뭡니까? 라고 물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은 쿄스케 씨의 말버릇으로 no fate, 즉 '운명이 아닌' 이라는 말을 쿄스케 씨 나름대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것은 다른 말로 의사(意思)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마자키 쿄코가 피를 마시는 것은 자기 의사를 몸으로 실현시키는 것이다.
"옛날에 생물 수업 중에서 선생님이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라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지. 그때 뒷자리에 있던 쿄코가 알이 먼저네요, 라고 말했어. 어째서냐고 물으니 뭐라고 대답했는지 알아? '알이야말로 변화 그 자체니까.'"
쿄스케 씨는 다음 맥주에 손을 뻗었다.
나는 소파 위에 정좌해서 그것을 듣고 있었다.
"그 녀석은 '변화'라고 하는 것을 이상하리만치 동경하고 있어. 그것은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사춘기 여자애가 흔히 가지는 발상과는 차원이 달라. 예를 들어 악마가 눈앞에 나타나 너를 마물로 만들어주마, 라고 말하면 그 녀석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거절할 거야. 그리고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줘.'"
마자키 쿄코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플라스크 내용물을 배수구에 버리며 말했다.
"드라큘라는 '드래곤의 아들'이라는 뜻이래. 알고 있니? 왈라키아 공 블라드 2세라는 사람은 용공(龍公)이라는 별명을 가진 신성 로마 제국 기사였지만 그 아들인 블라드 3세는 가시공이라는 이명을 가진 역사적 학살자야. Dracul의 아이니까 Dracula. 그렇지만 그는 용이 되지 않았어."
황홀한 표정으로 말한다.
"분명히 변신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거야. 영웅의 아이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되고 싶었던 거지."
"그러니까 너도 흡혈귀 드라큘라를 흉내내서 변신할 생각이냐?"
쿄스케 씨가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마자키 쿄코에게서 유리병을 빼앗았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아무 망설임도 없이 입에 부어버렸다.
어안이 벙벙하는 마자키 쿄코에게 콜록거리면서 빈 병을 던져 돌려주었다.
"이건 그냥 피야. 수분과 철분과 헤모글로빈이야. 이런 걸로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될 생각이냐? 그렇다면 이걸로 나도 똑같아. 너뿐만이 아니야. 점이라는 명목으로 협박하듯이 친구들 피를 모으다니, 차라리 자라라도 구해서 그 피를 마시는 게 어때?"
쿄스케 씨가 빠르게 지껄이자, 마자키 쿄코는 당황했지만 이윽고 눈을 반짝이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역시 넌 근사해."
그리고 양손을 쿄스케 씨의 뺨 근처까지 올려 다가가려고 했을 때 '꺅' 하고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뒤돌아보니 닫혔던 문이 열려있고 여학생 몇 명이 겁먹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입가의 피를 닦는 쿄스케 씨와 시선이 마주친 한 사람이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그리고 꺅꺅 거리며 그들은 쓰러진 아이를 안고 구르듯이 도망쳤다.
제2 과학실에 남겨진 두 명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윽고 마자키 쿄코가 아아, 하고 한숨을 쉬면서 테이블 위에 걸터앉았다.
"이 놀이도 이제 끝. 네 탓이라고는 말 안 할게. 공범이기도 하고."
주눅 들지도 않고 상쾌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쿄스케 씨는 지금부터 일어날 번거로운 일에 진절머리가 난 듯 옆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너와 함께 있으면 쓸데없는 일만 벌어져."
"응, 넌 완전히 억울하겠지."
"나도 피를 마셨어. 너와 똑같아."
어머, 라고 말하며 기쁜 얼굴로 마자키 쿄코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쿄스케 씨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그 피는 내 피야.
그걸 들은 순간, 쿄스케 씨는 토했다.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정학당했나요?"
쿄스케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운 맥주캔을 테이블에 두었다.
왜 모두가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마자키 쿄코라는 여자는 너무 위험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만난 적은 없지만 그 녀석은 지금 뭘로 변해있을까."
위험하다.
위험해.
내 소동물 같은 직감이 그렇게 경고한다.
쿄스케 씨의 이야기 속에서 '마자키 쿄코' 라는 이름이 나올 때마다 나는 움찔거렸다.
쭉 날 감시하던 감각이 떠올라 오싹했다.
너무 가까이 갔다.
"여기는 아마 괜찮을 거야."
무서워하는 나에게 쿄스케 씨는 그렇게 말하며 방 구석을 가리킨다.
자세히 보니 철제로 만든 기묘한 물체가 네 귀퉁이에 놓여 있었다.
"의외로 강한 결계일 거야. 출처는 소 알베르츠(小アルベルツス) 마도서."
어쩐지 잘 모르는 흑마술 용어 비스무리한 것이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쿄스케 씨는 가슴팍에서 펜던트 비슷한 걸 꺼냈다.
목에 걸고 있는 그것은 플레이트 모양의 실버 액세서리 같았다.
"부적인가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일본의 부적은 굳이 나누자면 애뮬릿 쪽이야. 이건 탤리즈먼이라고 해."
설명을 들어보면 애뮬릿은 완전히 부적처럼 수동적인 도구고 탤리즈먼은 보다 능동적인 '소유자에게 힘을 주기 위한' 주물인 것 같다.
"이건 게티아의 다윗의 별. 가장 유명하고 가장 강력한 부적이며 연대물이야. 그런데 너는 우리 써클에 들락거리는 것에 비해 전혀 지식이 없구나. 뭐 때문에 오는거야. 어이쿠, 나 이외에 사람이 만지면 힘이 없어지도록 성별(聖別)해놓았으니까 만지지마."
자세히 보니 관리는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플레이트 표면에 그려진 세세한 도안에는 군데군데 녹이 생겨있었다.
상당히 낡은 물건 같았다.
"주세요. 뭔가 그런 걸 주세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사히 집까지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아마추어에게는 통신 판매로 구입한 것만으로 충분해...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상대가 나쁘군."
쿄스케 씨는 서랍에 머리를 박고 잠시 뭔가를 뒤적거리며 찾더니 '있다' 하면서 미묘하게 일그러진 플레이트를 꺼내왔다.
"토르엘의 마도서 탤리즈먼. 뭐 이것도 부적이야. 빌려주지. 주는 거 아니야. 꽤 중요한 거니까."
뭐든지 좋다.
없는 것보다 낫다.
나는 고맙게 받아서 즉시 목에 걸었다.
"흑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걸 갖고 있나요?"
"필요하면 구해. 필요도 없는데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들도 많지만."
쿄코 씨는, 이라고 말을 꺼냈다가 다시 고쳐 물어보았다.
"그 사람도 갖고 있나요?"
"갖고 있었어. 지금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녀석의 것은 특별해.
쿄스케 씨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키며 말했다.
"처음 보았을 때 오금이 저려서 꼼짝도 못했어. 지금도 오싹해."
그런 말을 들으면 무서워진다.
"그 녀석 아버지가 주물 수집광이라서 자연스럽게 그런 것을 딸에게 주게 된 것 같아. 당연히 인격이 삐뚤어지지."
애가 탈만큼 말해놓고 쿄스케 씨는 자세한 건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든 들을 수 있었던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형태' 를 하고 있는 것과 '오색지도 탤리즈먼' 이라는 표현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거기서부터는 전혀 모른다.
"신발이 끌려가는 감각이 있었다고 했지? 감염 주술 같은 장난인 것 같지만 뭐 더 이상 찾아다니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쿄스케 씨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떠넘겼지만 나는 흑마술이라는 '놀이 수단' 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 현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신과 정체 모를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몸이 절로 떨린다.
"제일 좋은 것은 믿지 않는 거야.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착각이다, 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괜찮아."
쿄스케 씨는 맥주캔을 빠직하고 납작하게 눌러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마자키 쿄코가 가진 탤리즈먼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내 감각 기관은 어떤 이변에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쿄스케 씨가 제2 과학실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불쾌감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이 떨리고 눈물이 나왔다.
나는 빌린지 얼마 안 된 탤리즈먼을 꽉 쥐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피 냄새가 나지 않나요?"
방안에 희미하게 왠지 그립고도 무심쉬한 악취가 감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
쿄스케 씨는 오늘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은 냉철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역시 피 냄새다.
내 코가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말을 꺼낸 내 머리를 쿄스케 씨는 콩하고 쥐어박았다.
"신경쓰지 마."
영문을 몰라 혼란스러운 나를 쿄스케 씨는 계속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생리 중이야."
웃지도 않고 담담히 그렇게 말한 쿄스케 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진위는 알아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