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1575
대학 1학년 때의 가을.
빌렸던 탤리즈먼을 돌려주러 쿄스케씨의 집에 갔다.
"아직 갖고 있어."
예상 밖의 진지한 말에 고맙게 호의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들었어요."
애차인 임프레자를 가드레일에 들이박았다는 소문이 내 귀에 까지 들어왔다.
쿄스케씨는 부루퉁해져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초보 운전자가 무리해서 운전하니까 그런 거에요."
바이크는 잘 타니까 스피드를 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 갑자기 면허를 땄나요?"
라이더였던 쿄스케씨가 단기 집중 코스로 어느샌가 차 면허를 취득해 중고 스포츠카를 구입했다.
"그 녀석이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네."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녀석은 아마 마자키 쿄코일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쌍둥이는 본인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서로가 서로를 닮고, 그것이 평생 따라다니잖아? 그것이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데 쌍둥이가 아닌 인간이 상대를 닮아가는 걸 두려워하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해?"
그건 아마 마자키 쿄코와 쿄스케씨인 것 같다.
"옛날부터 그랬어. 그 녀석이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라고 불렀어. 그 녀석이 코카콜라를 마시니까 나는 펩시. 알고 있어. 그런 표면적인 저항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해도 자연스럽게 몸이 그 녀석과 다른 행동을 해. 어쨌든 싫은 거야 뭐라고 해야 할까 영혼이 연관되는 수준으로 이어진 건가봐."
고등학교 졸업하고 머리카락을 잘랐던 것도, 그 녀석이 기르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지.
단발에 손을 대며 말했다.
"지금도 알 수 있어."
뭔가를 하려고 해도 거기에 그 녀석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떨어져 있어도 같은 곳이 아픈 쌍둥이의 이상한 감각과는 반대되는 힘일 거야.
하지만 반대라는 것은 결국 똑같다는 말이잖아.
쿄스케씨는 혼잣말인 것처럼 중얼거렸다.
"이상한 얼굴로 보지 마라. 너도 그럴 거야."
손가락으로 날 가리킨다.
"최근 태도가 건방져졌다고 생각했더니만 그런 거군."
혼자 납득해버린다.
무슨 일일까.
"너, 언제부터 ‘나(俺 오레)’라고 말한 거야."
두근 하고 심장이 큰 소리를 낸 것 같다.
"그 변태가 ‘나(僕 보쿠)’라고 말하기 시작했을때부터겠지."
(역자: 나(俺)와 나(僕)는 모두 일본 남자들이 쓰는 1인칭으로, 전자는 보다 건방지고, 후자는 비교적으로 좀더 얌전한 느낌이다.)
그렇다.
나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럴지도 모른다.
"너 그 변태에게서 떨어지는 게 좋지 않냐?"
식은땀이 난다.
가만히 입다물고 내 얼굴을 보고 있다.
"뭐 상관없지만. 볼일 없으면 이제 돌아가. 지금부터 목욕할 거니까."
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문득 생각나서 신경 쓰이던 것을 물었다.
"어째서 ‘쿄스케’라는 닉네임을 쓴 건가요?"
물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전혀 벡터가 다른 이름을 쓸 수 없겠지.
쿄코와 쿄스케.
정반대이면서 같은 것.
그것을 영혼이 선택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쿄스케씨가 얼굴을 찡그리며 나직이 말했다.
"팬이야."
믿을 수 없게도 쿄스케씨는 쑥쓰러워하고 있었다.
"네?"
"BOφWY의 팬이라고."
(역자: 1988년도에 해산한 일본의 록그룹. 그 그룹의 보컬 이름이 히무로 ‘쿄스케’였다.)
나는 무심코 뿜었다.
아니,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제일 자연스럽게 닉네임을 붙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쿄스케씨는 얼굴을 찡그린 채로 덧붙인다.
"B’z도 좋아하지만 ‘이나바’라고 하지 않았던 것은......’
(역자 : B'z는 일본 2인조 록 밴드, 이나바는 멤버 이나바 코시)
역시 노 페이트인지도 몰라.
그렇게 중얼거리고, 돌아가라고 나에게 손사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