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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봄, 오컬트 스승인 선배 집에 놀러갔다.
집에 가보니 좁은 방 한가운데 왠지 고민하며 사진을 보고 있었다.
"무슨 사진이에요?"
"심령사진."
조금 질색했다.
심령사진이 그렇게 무서운 건 아니지만 문제는 양이었다.
바닥에 앨범이 흩어져 있는 게 수백 장은 족히 될 것 같았다.
어디서 이렇게 많이 났냐고 물으니 사진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업자."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오사카에 그런 가게가 있는 것 같다.
절이나 신사로 가져간 심령사진은 물론 제령을 하고 싶다는 의뢰도 받지만 대부분은 처분하고 싶다고 부탁한다.
거기서 태우지 않고 불법 유출된 물건이 마니아들이 노리는 시장에 나온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세계다.
몇 장 집어보았지만 모두 끔찍한 사진이었다.
안개가 비치는 것 같은 단순한 사진은 없었다.
공원에서 노는 아이 목이 없는 사진.
해수욕장 깊은 곳에 무표정한 남자가 무릎까지만 잠겨 서있는 사진.
가족사진 중에 제단 같은 게 뜬금없이 찍혀있는 사진...
나는 주뼛주뼛 스승에게 물었다.
"제령은 끝난 상태지요?"
"....제대로 제령하는 스님이나 지주가 이런 걸 뒷세계에 흘리겠어?"
"그럼 전 이만."
나가려고 했지만 스승에게 팔을 잡혔다.
"싫어요!"
이 방에 있는 것만으로 저주받을 것 같다.
눈 내리는 산장에 명탐정 10명과 만나면 이런 기분이 들까.
단념한 나는 방 구석에 앉았다.
스승은 변함없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있는 사진들 속에 이상한 사진을 찾아내어 집었다.
이상하다고 해야 할까, 이상하지 않아서 오히려 이상하다.
평범한 풍경 사진이었다.
"스승님. 이건?"
"아, 이거 나무 밑둥에 여자 얼굴이... 응? 없군. 사라졌나보네. 뭐 그런 일도 있어."
뭐 그런 일도 있다니.
너무 무섭잖아!
난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방 구석에 가만히 있을 때 문득 스승이 말했다.
"옛날에는 한가운데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온다거나 수명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 알아?"
"한가운데는 보통 선생님이나 상사 등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죽겠지요. 옛날 사진을 보면서 아, 이 사람도 죽었네, 저 사람도 죽었네,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히 그런 소문이 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이런 사진은 어때?"
스승은 그렇게 말하며 낡은 흑백사진을 보여주었다.
어떤 마당에 기모노를 입은 남성 3명이 나란히 서있는 사진이다.
그 한가운데 초로의 남성 얼굴 근처에 안개같은 게 비쳤는데 그것이 얼굴처럼 보였다.
"이걸 보면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겠지."
분명 본인이 보면 살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스승은 '혼 빠져나갔니?' 같은 시시한 말을 하며 사진을 더미 속에 다시 넣었다.
"영혼이 도망간다던가 빠져나온다는 뒤숭숭한 말을 하면서 즉사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수명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과연,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옛날 사람은 영혼이 양이 정해져 있어서 그 일부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건 그럴듯하다.
"그럼 영혼 그 자체가 사진에 찍히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게 이른바 심령사진인가요? 살을 에는 듯이 괴롭겠군요."
시시한 농담을 하다가 다시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건 결국 옛날 사람들이 믿었던 걸 바탕으로 두고 있는 거니까 일반화할 수 없잖아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스승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렇게 믿고 있는 옛날 사람 혼이라면?"
으음.
"어떻게 되는데요?"
되찾으러 오는 게 아닐까?
스승이 속삭였다.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날 골리면서도 스승은 또 고민을 하며 사진을 노려보고 있다.
내가 들어올 때부터 같은 사진만 반복해서 보는 걸 눈치챈 나는 지뢰라는 걸 알면서 '뭔데요?' 라고 물었다.
스승은 조용히 사진 2장을 보여주었다.
나는 벌벌 떨면서 그걸 받았다.
"으악!"
무심코 소리를 지르며 눈을 돌렸다.
흘끗 본 것만으로 잘 모르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예감이 들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찍은 사진에 똑같은 것이 비치고 있어. 으음. 어디보자..."
스승은 목록 같은 걸 넘겼다.
"있다. 오른쪽이 치바 우라야스에서 찍은 가족 여행 사진. 왼쪽은 히로시마 후쿠야마에서 찍은 길거리 풍경 사진."
덧붙여서 사진에 관한 정보가 있는 쪽이 값이 더 비싸다고 말했다.
"물론 찍은 사람도 달라. 찍은 날짜도 4년 전과 6년 전. 우연히 같은 업자를 통해 유통된 것 이외에 공통점은 없다고 생각해."
나는 흥미가 생겨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때 스승이 '기다려' 라고 말하고 창문에 다가갔다.
"밤이다."
또 복잡한 얼굴로 말한다.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해져서 사진을 덮었다.
스승이 커튼을 걷자 날이 완전히 저문 게 보였다.
이곳에 온 것이 5시 정도니까 슬슬 어두워질만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손목시계를 본다.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
내가 놀라고 있을 때 스승이 입술을 깨물고 '위험해. 진짜 위험해.' 라고 중얼거렸다.
"몇 시 정도라고 생각했어?"
"6시 정도..."
확실히 시간이 지나는 게 너무 빠르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사진을 보는데 집중했을 수 도 있다.
"나는 정오다."
그럴리가!
그러나 스승은 진지했다.
뭔가가 체내 시계를 망가뜨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오늘은 그만할까?"
스승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방안에 흩어진 사진을 정리하려고 조금 전 덮었던 2장의 사진을 짚으려다가 멈추었다.
같은 것이 찍혔다고 말한 스승의 말도 신경 쓰이지만 보지 않는 편이 좋다는 제육감이 발동했다.
그때 스승이 묘하게 기쁜 얼굴로 마루 위를 둘러보았다.
"인간에게는 무의식 속에 자기방위본능이라는 녀석이 있다는 걸 실감했어."
무슨 말일까.
"동물원은 뭐하는 곳이지?"
이야기가 너무 엇나가 의미를 모르겠다.
"동물을 보러 가는 곳이잖아요."
"그래. 우리들은 돈을 지불하고 동물원에 가. 우리 앞에 서서 안에 있는 동물을 보며 서성거리지. 그러나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어때? 우리 안에 있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옷을 입은 원숭이가 부탁도 하지 않는데 차례차례 모습을 보여주러 오잖아."
동물을 심령사진에 비유한 건가.
왠지 모르게 스승이 하려는 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루를 보면서 스승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둠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똑같이 어둠이 들여다 보는 걸 경계해야 해."
"니체인가요?"
"아니, 나다."
스승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를 얼굴로 마루에 흩어진 사진을 가리켰다.
"왜 덮었어?"
그걸 들었을 때 심장이 철렁했다.
조금 전의 2장 뿐만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사진 중에서 사진이 몇 장 더 덮어져 있었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사진은 모두 앞을 향하고 있었을 텐데.
내가 덮은 걸까.
오한이 나서 온몸이 떨린다.
"괴물을 쓰러뜨리려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해."
역시 니체잖아요.
나는 그렇게 말할 기력도 없고 괴물을 쓰러뜨리기는 커녕 사진을 넘길 용기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