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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스승시리즈] 상제

작성자빛빔|작성시간26.06.18|조회수45 목록 댓글 0

 

출처 : https://m.blog.naver.com/qordb6712/120160421698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아는 사람 시골에 따라갔다.

꼭 함께 오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갔지만 전철과 버스를 타고 8시간이나 걸려서 진절머리가 났다.

그 아는 사람이란 대학에서 만난 오컬트를 좋아하는 선배로 나는 스승이라고 불리며 존경하거나 놀려 먹고 있었다.

그가 능글거리며 오라고 하는데 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나는 무서운 것이 보고 싶어서 가는 것이었다.

현과 현 경계에 있는 산속 작은 마을로 표고가 높아 여름인데도 으스스하다.

울타리에 둘러싸인 단층집에 도착하니 친척이라는 아줌마가 나왔다.스승은 싱글벙글 웃고 있지만 그 집 사람들은 묘하게 어색해서 지내기가 불편했다.

배정된 방에 짐을 풀고 나는 스승에게 그 사람들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는 "조금 먼 친척이라니까..." 라고 말했지만 한층 더 캐묻자 실토했다.

정말 먼 친척이라고 한다.
자리에 앉아있는 게 불편할 정도로.

먼 친척이라도 어린 아이가 여름방학에 찾아온다면 시골 사람들은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벌써 대학생이다.
거의 연락을 끊고 있던 다 큰 어른 녀석이 친구를 데려와 묵게 해달라고 하면 저쪽도 당연히 불편할 것이다.

물론 먼 혈연이라는 것은 여기에 눌러앉기 위한 핑계일 뿐이고 결국 스승도 무서운 것이 보고 싶은 것뿐이다.

매우, 매우 염치 없는 생각을 하면서 난 그 집에서 생활하고 있엇다.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주로 가까운 연못에 가거나 산길을 산책하며 시간을 때웠다.

스승은 들고 온 짐 속에 대학노트를 노려보고 있다가 갑자기 집을 나가서 근처 집을 방문하고 그 집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스승의 수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 집에 있는 두 아이와 아직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한 걸 자책하고 있던 6일 째 밤.

드디어 스승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알았어. 진짜 시끄럽네. 이제 가르쳐줄테니까."

6첩방의 문을 닫고 이불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는 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묘지 매장법 알고 있어?"

요컨대 매장이나 조장, 풍장 등 토착 상제를 정부가 관리하는 화장으로 바꾸는 법률이라고 스승이 말했다.

"죽음을 풍습에게서 빼앗는 거야."

요 며칠간 어슬렁거리던데 무덤들이 비교적 새 것이라는 거 눈치채지 못했냐?

스승이 물었다.
깨닫지 못했다.
확실히 묘지는 보았지만.

"이 근처 마을은 일찍이 좀 특이한 상제를 지내고 있었던 것 같아."

물론 알고 왔을 것이다.
게다가 뭔가 확인하러 온 것이다.
두근거렸다.
물어보면 되돌아갈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집은 조용했다.
희미한 벽열전구 빛 아래에서 스승이 말했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화장해서 그 재를 밭에 뿌려. 산화된 흙을 중화시키는 지혜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게 아니야. 에도 중기까지는 사망자를 매장하는 풍습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어. 시체는 '버리는' 거였지."

추위가 심해진 것 같다.
여름인데도.

"이 마을에서 시체 재를 밭에 뿌리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 시체를 그 사람 본체, 즉 영혼의 그릇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거야. 본체는 분명히 조상하고 있어. 시체로부터 뽑아내서."

뽑아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는 장의사 같은 제도가 없고 상제를 관리하는 것은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주술사, 샤먼의 집이었던 것 같아. 키(キ)라고 불리는 것 같아. 죽은 사람이 나오면 그들은 시체를 맡아 '본체'를 뽑은 시체만 돌려주고, 친족은 그걸 태워 자신들 밭에 뿌리지. 뽑은 '본체'는 나무상자에 넣고 키가 관리하는 돌 아래에 묻히지. 이게 흔히 말하는 묘비로 조령에 대한 조의나 예불은 이 돌에게 하는 거야. 그들은 이 '본체'를 온미(オンミ)라고 부르는 것 같아. 어르신들이 이 말을 입에 담으려고 하지 않아서 물어보는 것이 큰일이었지."

스승이 이런 산 위에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나무상자 속을 보고 싶은 것이다.
스승은 그런 사람이다.

"이 풍습은 산을 조금 내려가면 있는 이웃마을에는 없었어. 근처 정토종 절이 있는데 아마 그 신도들 때문일 거야. 절이 생기기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마을 단독으로 꿋꿋하게 계속 내려온 풍습 같아. 그 풍습도 묘지 매장법에 몰려서 메이지 시대에 끝났어. 그러니 이 마을에 있는 무덤은 전부 메이지 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거고 거의 대부분은 야마토나 쇼와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그 날은 그대로 잤다.
그날 밤 산 채로 목관에 넣어지는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침 그 집의 가족과 밤을 먹고 있을 때 가족들이 이제 슬슬 돌아가지 않겠냐고 눈치를 주었다.

돌아가지 않아요.
나무상자 안을 볼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맛이 느껴지지 않는 밥을 먹었다.

그 날은 어쩐지 기분이 나빠서 산에 가지 않았다.
가까운 강에서 혼자 하루종일 멍하니 있었다.

'나는 그 나무상자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보다는 이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인간의 본체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

나는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상상은 된다.
다음은 어느 장기일까 하는 차이뿐이다.

나는 배 근처를 누른 채로 강변에 있는 돌에 앉아 물장구를 쳤다.

아이들이 마을에 침입한 이물을 멀리서 보고 있었다.
저 아이들은 그런 풍습이 있는 것도 모를 것이다.

그날 밤, 오밤중에 스승이 "가자." 라고 말했다.

강을 넘고 어둠 속을 나아갔다.
가는 곳은 절이었다.

"그때 말했던 정토종 절이야. 어떻게 공격했는지 모르겠지만 메이지 시대에 그 수상한 토착 신앙을 중지시키고 단도에 가세하는 것에 성공한 것 같아. 그러니 지금 그 일대는 모두 불교식이지."

숨을 토하며 절 정문을 지나갔다.
돌아가고 싶었다.

"그 후 상제를 담당하고 있던 키 일족은 혈통도 끊어져 지금은 남아있지 않아. 아마 박해가 있었을 거야. 고로 그 나무 상자말인데, 아무래도 처분되지는 않은 것 같아. 종지(宗旨)가 다른 매장물이지만 간단히 폐기할 만큼 정토종은 마음이 좁지 않아. 다만 그대로 둘 수 없어 당시의 주지가 그걸 인수해서 절 지하 창고에 일단 두고 있었던 것 같지만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하고 대가 바뀌어 버렸고 어느새 말 그대로 사장되어버려 지금에 이르게 된 셈이지."

잘도 그런 걸 조사했구나.
그 곳에 불이 꺼진 걸 확인하고서 작은 펜라이트를 들고 슬금슬금 나아갔다.

작은 본당의 검디검은 그림자를 흘끗흘끗 곁눈질로 보면서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나무 상자를 보러 온 것 같지가 않다.

"내 전공은 불교미술이니까 그 화제로 접근해서 이곳 주지와 친해진 뒤 열쇠를 빌렸어."

그럴 리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다 잠든 사이에 도둑처럼 찾아갈 이유가 없으니까.
저기다.
스승이 입을 열었다.
본당 옆에 뒷간처럼 보이는 지붕이 있고 그 밑에 철로 만든 자물쇠가 달린 문이 있었다.

"복장(伏蔵)이야."

아무래도 나무상자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당시 서민들은 몰랐던 것 같다.

아는 것이 금기인 것 같다.
그게 기묘해.
스승이 그렇게 말한다.

그 사람을 사랍답게 만드는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합장하거나 경외하는 건 역시 이상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뽑는다' 는 샤먼과 혹은 나무상자를 돌 아래로부터 파낸 당시 주지 정도일까...

스승이 부스러부스럭 자물쇠를 만지고 소리나지 않게 열었다.

쉰 냄새가 나는 지하 계단을 둘이서 조용히 내려갔다.
내려갈 때 계단이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지하 1층일텐데 좀 더 오래 내려간 것 같았다.

본래는 본산(本山)*에서 소유한 얼마 없는 경전을 모아두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 곳에 거주하는 주인이 바뀌었다고 스승이 말했다.

이교의 부정을 들여오고 있는 거야.
나직한 목소리에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고산병 비슷한 토지병에 시달리는데다 한밤 중 지하실에 있는 것이다.

마치 그건 겨울에 불어닥치는 추위 같았다.
( *어떤 종파에 딸린 여러 절을 총괄하는 한 종파의 중심 도량.)

얇은 옷을 입은 나는 어깨를 끌어안으며 스승의 뒤에서 움찔거리며 따라갔다.

펜라이트로는 너무 어두워 잘 모르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깊었다.

벽 양쪽에 선반이 몇단이나 있어 주로 서적이나 불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것' 은 가장 안쪽에 있었다.

히히히.
그런 소리가 어디서 들려왔다.
설마 싶었지만 역시 스승의 입에서 나온 걸까.
두꺼운 천과 푸른 시트 두 겹으로 덮힌 조그만 산이 벽쪽에 있었다.

역시 그만두자고 스승의 소매를 잡을 생각이었지만 왠지 손은 허공을 저었다.

손은 어깨에 얹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스승은 천천히 다가가 천과 시트를 넘겼다.
나무상자가 나왔다.
크다.
솔직히 말해 작은 나무상자 속에 말라비틀어진 조그만 내장들을 보관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상자는 적었다.
삼십 개는 안 될 것이다.
그만큼 하나하나가 안을 수도 없을 정도로 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무상자는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돌 아래에 매장되어 있었던 것이니까 파냈을 때 이미 썩어버린 상자는 처분해버린 건지도 모른다.

스승은 그 안의 하나를 잡고 라이트를 비추었다.
그것을 본 순간, 명백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름이 돋았다.

조잡하게 놓여져 있는데 나무상자는 표면에 검은 묵으로 경문이 빽빽이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여시아문일시불재사위국기수급고독원여대비구중천이백오십인구(如是我聞一時佛在舍衞國祇樹給孤獨園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倶)...

스승이 그것을 읽고 있다.
그만둬.
깨어난다.
그렇게 생각했다.

희미한 펜라이트 빛 아래에 스승이 기쁜 얼굴로 손가락에 침을 묻혀 상자 입구에 적힌 경문을 비벼 떨어뜨렸다. 그밖에 봉인은 없다.

천천히 뚜겅을 열었다.
나는 무섭다고 해야하나 심장이 차가워져서 그걸 볼 수 없었다.

"으."

그런 희미한 소리가 나 무심코 돌아보니 스승이 상자를 들여다보며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출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빛이 없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넘어졌다.
그래도 거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기어올라가 희미한 달빛 아래에 나온 뒤 절의 정문 근처까지 돌아와 거기서 웅크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스승이 옆에 서서 창백한 얼굴로 "돌아가자." 라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우리들은 일주일 간 신세를 진 집을 떠났다.
또 오라는 말은 듣지 않았다.
이제 안 간다.
가겠냐.
전철 안에서 나는 나무상자에 뭐가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이 땅에 있는 동안에는 그걸 물어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여름 방학이 슬슬 끝날 무렵, 어느 날 나는 기형인 사람들을 계속 보았다.

그걸 스승에게 말할 때에 기형과 연상해서 "그러고 보니 그 나무상자는..." 하고 물어보고 말았다.

아, 그거 말이지.
스승이 시원스레 대답했다.

"나무상자에 묻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와버렸어."

책상다리를 하고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스승은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시납(屍蝋)*이 된 영아가 부서진 것, 그게 그 안에 있던 거야. 예전에 묻힌 걸 본 적이 있는데 진흙 뻘에 파묻힌 것도 아닌데 나무상자에 들어가 있었던 게 시납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물론 시납화한 것은 26체 중 3체였지만."
*(시체가 어떠한 이유로 부패균이 번식하지 않는 조건 하에 있어서 외부 공기와 오랜 기간 단절되어 부패가 방지되고, 그 안에 있던 지방이 변하여 시체 자체가 왁스나 치즈 형태로 변한 것.)

영아? 나는 혼란스러웠다.
끔찍했다.
영아 자체가 끔찍한 게 아니었다.
죽은 사람 몸에서 뽑아낸 것이 영아였다.
그 사실이 끔찍한 것이었다.

"물론 죽은 임산부에만 해당하는 상제가 아니야. 그 토지의 장의 전부가 그렇게 되어 있었을 거야. 이 부분은 나도 확실히 장담할 수 없어. 다만 마비키(신생아 살해)와 고려장을 동시에 실행하고 있던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어."

마비키도 고려장도 지금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한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시체로부터 뽑아낸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몰래 살해할 갓난아기를 가족들이 보내고 있었다고...?"

그럼 역시 당시 토지의 서민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무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해온 것 자체가 이 상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야, 아니야." 하며 스승이 고개를 저었다.

"순서가 달라. 그 상자 안에는 전부 태어난지 알마 안된 갓난아기가 들어 있었어. 노인이 죽었을 때 타이밍 좋게 원하지 않는 갓난아이가 태어나는 건 이상하잖아. 반대야. 원하지 않는 아기가 태어났기 때문에 노인이 죽은 거야."

완곡하게 돌려 말하고 있었지만 결국 노골적인 고려장이었다.
싫다.
역시 끔찍하다.

"이 2개의 장의를 동시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 다만 젊은 사람 입이 줄어드니까 늙은 사람 입도 줄어들어야 한다. 그 사람들은 그걸 도리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어째서 시체가 된 노인의 몸에서 그것이 나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것은 모른다.
다만.
다만, 깊은 토착의 풍습이 가진 어두운 면모를 들여다 본 것 같다.

"아, 맞다. 그 상제를 주관하고 있던 키 일족 말인데. 마치 완전히 혈통이 끊어져 버린 것처럼 말해버렸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마지막 당주가 죽은 뒤 그 딸 중 한 명이 마을 일가에 시집 갔거든."

그렇게 말한 스승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보여준, '인간의 어둠' 을 보았을 때 나타나는 정체 모를 기쁨을 얼굴에 띄웠다.

"그 집이 우리들이 머물었던 그 집이야. 즉..."

내 안에도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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